brunch

[Do]Ro: Switzerland Pt.0

Bizarre but favorable, Switzerland

by DONE

[Do]Ro: Switzerland
내가 누빈 세상의 모든 도로들: 스위스 편

Pt.0 여행을 떠난, 떠나야만 했던 이유.



나에게 여행이란?


여행은 지루한 일상에 오로지 나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변화다. 매일 아침 학교셔틀에서 보는 도로, 매일 오전 강의실에서 듣는 교수님의 목소리, 매일 저녁 먹는 기숙사 근처 밥, 이런 것들이 아니라 새로운 풍경, 사람, 음식, 혹은 경험들이 너무나 고파올 때가 있다. 변화에 대한 바람은 마치 식욕과도 같아서 점점 쌓이다 어느 순간 결국 해소하지 않고는 못 배길 순간이 온다. 결국 참지 못하고 라면을 끓여 먹었던 우리네들의 밤처럼 말이다. 내게는 대학교 3학년 1학기가 그 순간이었다.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도서관 같은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다 같은 학식을 먹는 삶과 너무나 열정적으로 임했던 앱개발 동아리 혹은 학회, 연구실 일에도 회의를 느꼈을 때 나는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다짜고짜 평소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여행을 가자고 했다. 다소 밑도 끝도 없는 제안에 반갑게 응해준 친구들이 참 고마웠는데, 이 친구들은 이번 여행기에 종종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 미팅에서 우리 셋은 각자 추천하는 여행지와 엘리베이터 피치를 준비해 왔다. 일본, 포르투갈, 네팔 등 매력적인 여행지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지만 나는 스위스를 고집했다. 이처럼 완고한 의견에는 나름 이유도 있었다. 고등학생 때 가족들과 갔던 여행에서 짧게 방문했던 스위스는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한국은 물론 다른 여행지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문자 그대로 ‘신선한', 일상과는 아득히 멀었던 감상을 친구들과 함께 경험하고 싶었다. 새로움을 위한 여행에서 내 기억 속 가장 새로웠던 장소로 가고자 하는 마음은 참 자연스럽지 않은가? 이미 경험해 봤던 새로움이 과연 새로움인지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은 스위스로의 재방문이지 저번 여행으로의 재방문이 아니었다. 그때와는 나의 나이도, 상황도, 목적도, 함께하는 사람들도 모든 것이 천차만별이었다. 20대가 되어 친구들과 함께하는 배낭여행에서 경험할 스위스에 대한 낭만과 기대감, 이걸 저버릴 순 없었던 거다.


그렇게 다녀온 두 친구들과의 7박 9일 스위스는 “bizarre but favorable”, 기이하지만 호감인 여행지였다.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풍경을, 기차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2만 원이 넘는 빅맥 세트를 기이하다고 느낄 때마다 남녀노소와 MBTI를 불문하고 호감일 것 같은 스위스를 발견했다. 이 여행 에세이는 나를 위한 추억 기록장이고 두 친구들을 위한 감사장이기도 하면서 스위스 여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초대장이다. 기이하지만 호감인 스위스로 어서 오시라.



Uni2.JPG
Uni5.JPG
Uni4.jpg
Uni6.jpg
Uni3.jpg
3학년 1학기.zip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