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but favorable, Switzerland
Pt.1 스위스 2회차니까 그린델발트로 갑니다.
제1원칙. 새로울 것
7박 9일의 여행기는 4개월에 걸쳐 차근차근 계획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내는 게 간단하지는 않았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지 정하는 것부터 계획을 어떤 방법으로 이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에 대한 고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행복했으니 불만은 없다. 오히려 과제에 지칠 때쯤 한숨 돌릴 소중한 핑곗거리였다. 다만 지키려고 했던 원칙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새로울 것'이었다.
중반 이후의 일정은 세 명 모두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됐지만 융프라우(Jungfrau) 일정이 관건이었다.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는 스위스 여행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인터라켄(Interlaken)에서 묶고 융프라우 구경을 가자니 이번 여행의 제1원칙에 대한 위반이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로 그린델발트(Grindelwald)에서 지내며 즐기는 융프라우-피르스트(Jungfrau-First) 패키지다.
사실 '고안'해냈다고 하기에는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일정 이기는 하다. 다만 "스위스 고수는 그린델발트에 숙소를 잡아요."라는 '차가운 순대'님의 영상을 보자마자 무려 스위스 1회 경험이 있는 나로서 친구들을 그린델발트로 이끌고 말겠다는 기묘한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실상은 친구들이 없었다면 여행이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만.
서론은 이쯤 해두고 여행의 시작부터 차근차근 되짚어 보겠다.
Day0: Departure
2022.12.31 21:00 @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친구 D를 공항철도 열차 안에서 먼저 맞이하고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록 터키 항공사 자동체크인은 실패했지만 뒤늦게 합류한 친구 H와 티켓팅과 짐 수속을 마쳤다. 며칠 전부터 근육통을 동반한 감기기운, 설마 코로난가? 검사도 해보고 병원도 가봤는데 몸살감기랬다. 다행히 이륙은 했지만 장거리 비행 후 컨디션이 악화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약 12시간의 비행동안 영화를 보고, 넷플릭스에 미리 다운로드하여온 '작은 아씨들' 보고, 기내식도 챙겨 먹고,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터키 이스탄불, 그다음에는 스위스 취리히였다. 스위스로의 입국수속을 마친 내 몸은 거짓말처럼 가벼웠다. 아픈 몸도 낫게 하는 게 바로 여행의 마법 아닐까.
취리히 공항으로부터 그린델발트 까지는 기차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이었다. 이쯤에서 스위스 여행 시 이동수단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할 거 같다. 먼저 길을 찾을 때는 Google Maps앱을 사용하는 게 가장 편하고 그냥 구글에 [departure to destination route] 이런 식으로 검색하면 상당히 친절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식이다.
Route: https://www.google.com/maps/dir/
Swiss Pass: https://www.klook.com/activity/11366-swiss-travel-rail-pass/
SBB Mobile이라는 스위스 철도 전용 앱도 있는데 필수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4일 이상이나 3개 이상의 지역을 돌아다닐 계획이라면 스위스 패스는 필수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Klook 등을 이용해서 미리 예매해 가는 걸 추천한다.
Day 1: Lunch at McDonald's
2023.01.01 12:30 @ Outskirt of Bern
환승역인 베른역에서 하차했더니 아뿔싸 5분 차이로 기차를 놓쳐버린 것이 아닌가. 30분 정도 여유도 생기고 마침 배도 고팠던 터라 근처 맥도널드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베른 끝자락에 위치한 맥도널드는 색달랐다. 스파이시 치킨 버거 세트를 주문했는데 한국돈 2만원 정도가 나왔다. 맥도널드치곤 확실히 비쌌다. 대신 음식을 서빙해 주었고 맥도널드와 맘스터치 사이의 어중간한 건강함, 그치만 확실히 맛있는 맛이 났다.
그렇게 끼니를 때우고 나오는데 저쪽 언덕 지평선 너머로부터 누군가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왔다. 시선으로 그 자전거를 부지런히 쫓다 보니 자연스레 도시의 초입에 닿았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도시가 너무 아름다워서 당장이라도 자전거를 따라 도시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신성한 계획을 거스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그린델발트행 열차에 올랐다.
Day 1: Check-In
2023.01.01 14:30 @ First Lodge, Grindelwald
열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넘어갈 즈음 창문 프레임을 서서히 채워나가는 설산과 계곡들이 목적지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마지막 산악용 열차를 타고 금세 도착한 그린델발트는 이미 한창이었다. 우리처럼 막 도착한 여행가들, 리프트로 향하는 스키어들, 추억을 뒤로하고 떠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린델발트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는 'First Lodge'라는 숙소에서 묶었다. 추천할만한 숙소였다. 아늑한 객실과 깔끔한 화장실 게다가 끝내주게 알찬 구성의 조식까지.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뷰 정도랄까. 그렇지만 그린델발트는 어디던 뷰 맛집이니까 실망은 이르다. 전통숙소인 샬레를 예약했다면 최고였겠지만 아쉬움을 남겨두는 편이 다음 스위스를 기약하기에 유리하다.
[First Lodge]
Location: 183 Dorfstrasse, 3818 Grindelwald, Switzerland
Map: https://www.google.com/maps/place/First+Lodge
Contact: +41 33 828 77 88
Check-In Time: 14:00
[COOP]
Location: Dorfstrasse 101, 3818 Grindelwald, Switzerland
Map: https://www.google.com/maps/place/Coop+Supermarkt+Grindelwald
Contact: +41 33 225 39 40
Opening Hours: 08:00 - 19:00
어느 정도 짐 정리를 마친 후 장도보고 주변 구경도 할 겸 숙소를 나섰다. 근처에 대표적인 대형마켓인 쿱(COOP) 하나가 있는데, 사실상 제대로 된 장을 볼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고 보면 된다. 빙산에 일각 같은 구조라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지하에 있는 매장이 꽤나 크다. 악명 높은 스위스의 물가 때문에 식비가 걱정된다면 쿱 같은 슈퍼마켓을 이용하면 된다. 퀄리티의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다.
Day 1: New Year's Gift
2023.01.01 21:00 @ First Lodge, Grindelwald
저녁식사를 마치고 여행 전부터 약속했던 새해 선물 교환식을 가졌다. 고심해 온 선물들을 친구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과 친구들이 준비해 온 선물들 모두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두고두고 추억할 1월 1일이지 않을까?
1일 차의 계획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밍이었다. 서둘러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왜냐하면 다음날에는 유럽의 지붕에 올라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