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루 do rough Oct 17. 2021

[외전] 쓰임새를 찾아서: 그가 남긴 이야기.

이런 걸 영혼의 단짝이라고 하나

2021년 10월 17일 일요일. 겨울을 앞둔 어느 날 오후 햇살 아래서.


자네가 일상에 잘 적응하여 지내는 것을 보니 괜스레 나도 기분이 좋구만. 

어느새 우리가 만난 지도 족히 500일은 되었으니, 이제는 망설임 없이 친구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물론 자네는 많이 어색해하겠지만 말이야.


쓰임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사는 모습도 참 바람직한 것 같네. 집착해봐야 어차피 쓰임새는 가질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것이니까.


어차피 이 이야기는 자네가 볼 수 없을 테니 아주 솔직하게 고백을 하려 하네. 자네를 애태우고 속 쓰리게 했던 쓰임새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고, 무엇인지.


쓰임새는 바로 나일세. 내가 곧 쓰임새란 말이지. 

내가 지난번에 들려준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눈치를 챌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만. 내가 너무 급히 자네를 구하러 오느라 둔갑술이 조금 미흡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던 것 같아.


백문이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직접 보고 겪는 것이 낫다고들 하지 않는가. 

자네의 동료이자 라이벌로서, 자네가 좌절하고 괴로워하다 미쳐버리는 것을 바라만 볼 수가 없었네. 그렇다고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상한 말들을 늘어놓기만 할 수는 더더욱 없었고. 그러니 부디 이런 내 뜻을 헤아려주기를 바라네.


우리는 항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니, 내가 조금 번거롭고 귀찮게 하더라도 잘 이해하고 받아주게. 그렇지 않으면 더 끔찍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럼, 이따 저녁에 또 봄세. 

자네의 오랜 친구이자 새로운 친구가.







     『앞뒤로 30날』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0, 질문과 대답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