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독립 잡지를 만듭니다. #1

'독립 잡지'를 만드는 이유 [두루]

by 두루 do rough

2020년 8월, 며칠 동안 고민을 거듭한 끝에 첫 펀딩 게시글을 마무리하던 순간. 그제야 조금은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실감이 났습니다. 아, 내가 정말 잡지를 만드는구나.

잡지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때부터의 이야기를 다 하자면 몇 시간이고 혼자 떠들 수 있을 텐데, 5분 남짓한 소개 영상과 열댓 번 스크롤을 내리면 끝나버릴 소개글로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홀로, 독립 잡지를 만듭니다.>는 잡지를 만들어 나가는 기나긴 여정을 따라서, 함께 독립 잡지와 독립 출판 씬을 만들어 나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잡지에 미처 싣지 못한 이야기나 일상적인 아이디어들도 함께 말이죠.




•ffavorite

2020년 4월 11일, 청계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을지로 세운상가 옆, 성냥갑 같이 삐죽 서 있는 주황빛 건물 5층 작은 공간에서 세 번째 독립 잡지 제작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매거진 <favorite>에서 운영하는 'ffavorite'. 그곳은 작지만 가득한 공간입니다.


서울시 중구 산림동 청계천로 166-1, ffavorite.


빨갛게 달아오르는 조명 아래, LP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국내외 다양한 잡지들에 둘러 쌓여, 달콤 쌉싸름한 와인 한 잔을 즐기기 좋은, 어릴 적 그리던 나만의 다락방 같은 곳이죠.

손님이 많지 않은 것은 정말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홀로 사색에 잠겨 생각을 정리하기에 참 좋았던 그곳에서 10명이 옹기종기 모여 왁자지껄하게 수업을 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네요.



•잡지, 독립 잡지.

그 당시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간절히 찾고 있었던 저에게, 독립 잡지 제작 수업은 한 줄기 빛과 같은 기회였습니다.

현재 4기가 진행 중인 <나만의 컨셉으로 만드는 독립 매거진> 수업.


먼저, 평소 알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 '나무위키'같은 인간으로서 잡지는 아주 이상적인 세계였습니다. 마치 디즈니랜드 같은 것이죠. 말 그대로 꿈과 환상이 가득한, 수많은 이야기가 공존하는 세계. 물론 그 디즈니랜드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지는 점차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또한, '진정성'은 항상 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진정성은 진실되고 참된 마음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여러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으나, 저에게는 '계산적인 성질'의 반대말이 가장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마음과 하고 싶다는 의지가 진실되게 담긴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독립(인디) 문화이고, 그렇기에 항상 응원하고 동경해왔죠.

돈, 비즈니스, 효율성 같은 단어와는 정반대에 놓여 있고, 그렇기에 인디 문화만의 영역이 분명한 것은 맞지만, 지속성을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도 솔직하게 다뤄볼게요.



직접 책이나 잡지를 만드는 수업들은 독립 서점들에서 대부분 진행하고 있는, 이제는 꽤 익숙한 컨텐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ffavorite'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듣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본능적인 이끌림.

을지로 'ffavorite', 그리고 매거진 <favorite>은 수업을 듣기 한참 전부터 제 favorite one 이었습니다. (앞으로는 'favorite'으로 묶어서 쓸게요) 매력적인 공간과 흥미로운 주제의 잡지를 보고 느끼면서 이를 만드는 분들에 대한 인간적인 호기심까지 생겼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죠.


둘째, 관점의 차이.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두 명의 동갑내기 친구가 잡지와 서점, 바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헤쳐 나오며 만들어진 참된 '독립심'과 좋아하는 일을 해내겠다는 '진정성'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걸어가게 될 그 길을 먼저 개척해나가는 선배님들 같은 존재입니다.



절대 다른 곳에서 진행되는 수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아주 조금의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죠. 아직도 다른 곳에서 만나보고 싶은 분들도, 듣고 싶은 수업도 많습니다.


여담으로, 인디 문화의 진정성을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아주 컸습니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각자의 독립 잡지를 만들어 나가는 소중한 동기님들(?)이 되었습니다.




잡지를 계속해서 만들다 보니 문득 면접을 준비하던 옛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기회를 얻기 위해 단어 하나 토씨 하나까지 고심해가며 멘트를 짜고,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입고 갈 옷을 몇 시간 째 고르던 그 모습.

지금도 매일매일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다듬고, 잡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되는 제 잡지에서도 그런 진정성이 오롯이 느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4월의 이야기

@do.rough @magazine.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