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손]의 탄생 비화. [두루]
'우리의 삶이 새겨진 손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순간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매거진입니다.
얼핏 한 번에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장이지만, 이만큼 요약하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앞뒤로 어떤 미사여구가 붙던지, 결국 핵심은 손이라는 주제입니다. 왜 손에 대한 매거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일까요?
매거진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고 페이보릿 편집장님들의 수업을 듣기 시작했을 때까지도, 여전히 매거진을 어떤 주제로 만들지는 정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어떤 주제를 떠올리더라도 저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겁을 먹고 포기하기를 반복했죠.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점차 마음은 답답해져만 갔습니다. 그 마음을 애써 털어내기 위해, 무턱대고 카페에 앉아 노트를 펴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아무렇게나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빼곡히 적힌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다시 훑으면서, 문득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는 공통점이었죠. 노래를 들으며 손으로 리듬을 타고, 연필을 깎아 손으로 글씨를 쓰고, 가끔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며 게임도 하고, 또 술을 마실 때에는 손으로 잔을 쥐고 짠을 외치며 웃는 것까지. 손이 참 바쁘겠구나, 싶었습니다.
매거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지속성 입니다. 매거진의 주제는 빠르게 고갈되어서는 안 되는, 오히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손은 정말 최고의 주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손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정말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이야기해도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는 주제가 바로 손이 아닐까요. 동시에, 손을 매개로 뻗어나갈 수 있는 영역도 무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후 기질이 없어서 고민인 저에게는 오히려 최적의 조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주제를 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구글에 매거진 손을 검색했습니다. 제발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다행히 손을 주제로 발행되는 매거진은 없었고, 잠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숨을 고른 뒤, 고삐를 당겨 아이디어를 확장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손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어떤 컨셉과 무드로 디자인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면 좋을 것인지를 쉬지 않고 풀어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정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앞서 소개했던 바로 그 문장, '우리의 삶이 새겨진 손에서 찾을 수 있는 순간들에 대하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손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손을 제2의 얼굴이라고 감히 칭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찰나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고 눈치를 채는 것처럼, 손의 움직임도 그 찰나의 순간을 붙잡고 보게 되면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을 할 때 손을 숨길 수는 없다고 하는 것처럼, 혹은 남몰래 손가락으로 욕을 할 때처럼.
마지막은, 매거진 손의 성격에 대한 설명입니다. 앞서 언급한 손의 순간들(표정들)에서 다양한 의미를 찾고, 그 이야깃거리들을 어떠한 제약 없이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매거진 손의 목표입니다. 매 호마다 주제에 따라서 변화무쌍하게, 장르나 표현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유로이 이야기하는 것. 이 것이 제가 생각하는 매거진의 고유한 특징이고, 매거진 손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다행히도, 독립 매거진 수업에서의 피드백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함께 준비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가장 좋은 반응이기도 했죠. 그렇기에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웃으며 피드백을 즐길 수 있던 시기는 아마 이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점차 기획이 심화되고, 편집과 디자인까지 함께 고민하게 되면서, 쌓여가는 피드백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창간호를 발행한 이후에도 그 무게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에 독자와 판매자의 아쉬움까지 더 해지니 정말 갈 길이 구만리네요.
하지만, 그래서 잡지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 권으로 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 호 한 호 거듭될수록 갈고닦아 빛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독자분들의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피드백의 좋고 나쁨은 중요치 않습니다. 대신, 피드백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뜻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