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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Sep 04. 2021

사냥개는 울지 않아(上)

Leeview #12, D.P. 개의 날, 김보통-NETFLIX

*이 리뷰는 현재 NETFLIX에서 방영 중인 <D.P.>와 김보통 작가의 원작 웹툰 <D.P. 개의 날>에 대한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해 주세요.



"야." "이병 XXX."
"야, 꼽냐?" "이병 XXX. 아닙니다."
"왜, 뭐." "..."
"뭐, 한 대 치겠다?" "이병 XXX, 아닙니다."
"와, 나 이거. 골 때리네 진짜." "..."
"야!" "이병 XXX."




이 정도 스크립트는 나와 비슷한 시기, 혹은 그 전 시기에 사병으로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은 모두 술술 써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믿기 힘들겠지만, 이런 언행들이 일상이 되는 곳이 군대인지라.

나라고 안 당해본 것 아니고, 안 해본 것도 아니다. 그나마 맞은 것을 되돌려주는 함무라비 법전 식의 군생활을 하진 않았다는 것이 유일하게 남은 위안거리다.


사실 <D.P.>의 방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원작이 어떤 내용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솔직하게 군대의 실상을 보여줄 지가 겁이 날 정도였다. 왠지 저런 장면이 있을 법 했고, 실제로도 있으며, 그 장면을 볼 때마다 그 당시의 무기력함과 두려움과 공포가 나를 짓누를 것 같았다.


그리고 1화를 보자마자 그 기분을 허용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느껴서, 남은 하루를 힘들게 보냈을 정도였다. 그 찝찝하고 불쾌하고 막막한 기분은, 뭔가…, 참 말로 하긴 뭣하다.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기대되는, 둘의 연기 실력과 조합.



<D.P.> 1화에서도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처럼, D.P.는 탈영병들을 다시 군대로 데려오는 일을 하는 특수임무조를 말한다. Dirty Players 말고, Deserter Pursuit 의 약자.


군대도 회사도, 여느 단체도 모두 다 '여기도 다 사회야'라는 말을 피해갈 수는 없다. 어느 사회든 적응하지 못해 이탈한 사람을 다시 데려오고 맞이해서 적응시키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될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군대는 그 과정에서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될 뿐이다. 군무이탈, 즉 탈영은 병역법에 반하는 불법행위니까.

군생활 중 탈영 생각을 한 번 쯤 해보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학생도, 회사원도 같은 생각을 하는데, 군인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을까. 다만, 학생은 휴학을 할 수 있고, 회사원은 휴가를 쓰거나 퇴사를 할 수 있지만, 군인은 그럴 수가 없을 뿐이지.


그러니까,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탈영이라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구조가 잘못되어 계속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D.P>와 <D.P. 개의 날> 모두 단순하게 한국 군대의 부조리한 면을 까발려서 욕하려는 게 아닌 것이고, 그래서, 탈영병들에게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탈영은 이런 구조 속에서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누군가는 말했다.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라고.


나는 말한다. 인간의 적응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는 법이라고.


나도 어쩌면, 내 적응의 속력이나 방향이 조금만 달랐다면, 탈영병이 되어 세상을 떠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내 개인적인 아픈 경험들을 꺼내놓고 싶지는 않다. 그것 자체로도 기분이 매우 나쁘거니와, 그런 개개인의 사례가 일반화되어 군대라는 집단의 존치에 대한 문제까지 논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개인적으로는 최근 군대에서 병사의 휴대폰 사용을 허가하고, 동기들 위주의 군생활로 개편하는 식의 개선 의지를 많이 보이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나 또한 군생활 내내 기댈 수 있는 유이한 존재들이 공중전화와 동기들이었으니까.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어서)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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