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브로드컬리의 <Life Time Work / 가구디자인-가구디자이너> 편을 읽고 작성했습니다. 책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유의해 주세요.
인간 세상 이런저런 할 얘기도 많다지만 어느 세월 그 많은 말 하고 듣고 보내겠소 내가 지닌 얘기들을 내 스스로 엮는다면 세상살이 모든 것이 그 얼마나 즐겁겠소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구러 살아가오
- <세상만사>, 송골매 中
제목의 8글자 만으로도 Life, Time, Work 가 모두 표현이 가능하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문장이고 가사인지. 1호를 다 읽고, 리뷰를 써보려는 참에 가장 먼저 떠오른 노래였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브로드컬리의 책들은 굉장히 구체적이면서도 발칙한 질문을 세상을 향해 던진다. 마치 포물선을 그리며 느릿하게 날아가는 질문보다는 몸 쪽 꽉 찬 직구로 꽂히는 질문이랄까.
Life ~ Time - Work
이번 <Life Time Work> 시리즈도 그 전통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다.
'대패가 700만 원씩 하나?', '전반적인 재정 상황이 어떤가?', '도심에 작업실을 두면 안 되나?', 그리고 '제주도 이주가 커리어를 망쳤다고 생각하나?'. 자칫 무례하지 않은지 도리어 내가 걱정을 할 정도로 솔직하고 과감한 질문들이 표지에서부터 나의 뇌를 자극한다. 물론, 책을 읽다 보면 이 모든 질문들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님을, 모두 진정성을 담고 있는 질문임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이 시리즈의 1편은 '가구디자인-가구디자이너'이고, 2편은 '목공-목수'이다. 즉, 디자인이나 공예처럼 일에 대한 시리즈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가구 디자인이나 목공의 정의와 개념이 아니라, 가구 디자이너와 목수로서의 삶이기 때문에.
나는 그중에서도 가구 디자이너 편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부제목에서 찾을 수 있는데, 2편의 부제목이 '어떻게 45년 동안 같은 일을 했나?'인 반면, 1편은 '스튜디오 오픈에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였기 때문이다. 최소 50대 후반은 되신 분의 삶보다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고 있는 분의 삶이 더욱 궁금했다.
그리고 역시나,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산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특히나,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더욱.
1인 창작자는 되레 단체에 소속된 창작자보다 본업 외의 업무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개인적으로 회사 생활과 프리랜서 생활을 일찍이 경험해보면서 깨달은 것은, 회사에 다닐 때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해도 월급이 나온다는 것이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는 것이다.
1인 창작자는 본업인 창작의 앞뒤에 놓인 거의 모든 것들을 직접 해내야 한다. 혹은, 돈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1인 창작자가 괜히 1인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영업부터 기획, 디자인, 제작, 정산, 그리고 판매까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생업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들이다. 그래서 죽을 만큼 하고 싶지 않아도, 죽지 않으려면 해야 한다. 이 무슨 아이러니한 상황인지.
이 책에서도 그런 고민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아주 솔직하게 드러나있다. 마치 누드 크로키를 보는 것처럼, 이렇게까지 노골적이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물론 그렇기에 더욱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니, 나는 그저 디자이너 분과 브로드컬리에 감사드릴 뿐이다.
Life, Time, Work. 모두 매 순간 고민을 멈출 수 없는 것들이다.
어찌 보면, 굳이 매일 멈추지 못하는 고민거리를 마음 편히 책을 읽으려는 순간에도 이어나가야 하냐며 기피할 수도 있다.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마치, 서핑을 하며 파도에 몸을 맡기듯이.
대신, 그 멈추지 않는 고민이 방향을 잃고 잠시 표류하는 것 같은 그 순간,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책에 어떤 화려한 문장이나,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명확한 정답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사소한 힌트나 계기 정도는 충분히, 아주 넉넉히 만들어줄 터이니.
그러니까 짧게 말하자면,
한 번뿐인 인생, 그런대로, 이러구러 살아가 봅시다.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