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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Dec 21. 2020

읽고, '부끄러운' 연애소설을.

Leeview #1, <부끄러움이 사람을 구할 수 없다> by 임발

You’re the poet in my heart

the changes in my mind

pounding in my heart

you’re everything in my head

I know you always try so hard

whenever or where we are

you’re near by me

I know we always love so deep

made it for long time

let’s make it last longer


<lovelovelove>, 백예린



평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편이다. 음악이 없이는 왠지 지루하기도 하고, 책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찾으면 책이 더 술술 읽히기도 해서. 아무래도 영어 가사인 노래를 찾기 마련이다. 한글 가사는 자연스레 귀로 읽히면서 책을 읽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이 사람을 구할 수 없다>를 읽는 내내 백예린의 노래와 함께였다. 가사가 영어인 탓도 있지만, 연애소설을 읽는데 연애를 이야기하는 노래를 들으니 굉장히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중반 이후에 내용이 심각해질 찰나에는 노래도 자연스레 무거운 분위기의 노래가 나와주었다.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책을 즐기는데 하나의 힌트가 될만한 노래는 추천하고 싶다. 앞서 가사를 적어놓은 <lovelovelove>.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138p)



염치. 살필 염에 부끄러울 치.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한자어가 주는 딱딱함 때문인 것도 있지만, 염치라는 단어는 부끄러움보다 훨씬 공적이고 무겁게 다가온다. 부끄러운 것도 부끄러운데, 심지어 그걸 헤아릴 정신까지 챙겨야 한다니.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염치없다 혹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이 듣고 쓰는 말 중에 하나다. 저명한 외국 학자의 인터뷰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는 수치심의 사회니까. 다름은 틀림이 되고, 틀림은 자연스레 배척당한다.



부끄러움이 사람을 구할 수 없다. 임발. 빈종이. 199p. 12000원.



우리는 언제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모두가 아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을 때? 길 한복판에 발가벗겨진 채로 놓였을 때? 사람들 북적이는 출근길에 홀로 넘어졌을 때? 부끄러움은 나 혼자만 다른 것처럼 느껴질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감정일 것이다.


연애를 할 때에도 부끄러움은 당연히 느껴진다. 더 잔인하고 가혹하게. 네가 아는 것을 나는 모를 때, 너에겐 당연한 것이 나에게 당연하지 않은 것일 때. 굳이 그 사실을 말로 되짚는  잔혹한 짓을 당하지 않더라도, 내가 부족하다는 것이 자아내는 그 부끄러움을 우리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 치욕스러운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 또 있으려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은 있는가. 그렇지 않더라도, 내면과 대화를 나눈 적은 있으리라. 나처럼 고시 생활을 겪으면서 혼잣말이 버릇이 되어버리지 않은 이상, 생각보다 꽤 자주 겪는 상황일 것이다. 생각보다 우린 많은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야 한다. 이것은 부끄러움을 피하기 위한 원초적 본능에 가깝다. 내 생각과 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그 순간 감당해야 할 부끄러움은 절대적으로 대단하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의외로 쉽게 사라진다. 누군가 함께 해주기만 한다면, 누군가 나의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해준다면. 그 순간 부끄러움은 불타 없어지고 공감이라는 잔향이 자욱하게 남는다.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될 때, 홀로 넘어진 나를 누군가 일으켜 세워줄 때, 나의 부끄러움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을 때. 나라는 내면의 세계의, 어느새 구름이 잔뜩 낀 그 두터운 하늘을 뚫고, 한 줄기 빛과 함께 내려오는 당신의 구원의 손길을 마주할 때. 


바로 그때.


부끄러움이 사람을 구할 수 없다. 

하지만, 부끄러운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그렇게, 부끄러움이 사랑을 구할 수 있다.



'어떤 부끄러움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어떤 부끄러움은 놀랍게도 사랑을 가능케 한다.' (191p)






그러니까 짧게 말하자면,

이 책은 '부끄러운' 연애소설. 부끄러우니 어서 손을 내밀어 붙잡아주세요.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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