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이 떨렸다. 역의 한복판에 마주 보며 서 있는 상황만으로 온몸이 달아올랐다. 약한 손목을 대신해 손바닥을 모두 내 손에 붙여 두고 꼭 쥐었다. 그러고는 둘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듯이 구석진 곳으로 발을 옮겼다. 달아오른 두 손 사이로 맥박이 강하게 느껴졌다.
함께 주저앉은 어딘가였다. 등에는 단단한 벽이 자리 잡아 기대기 딱 좋은 각도였다. 벽 따위가 내 몸을 감당할 수 없다고 분노할 즈음 나는 온전히 네 어깨에 머리를 의지했다. 떨리는 숨소리와 빠르게 뛰는 심장이 느껴지는 살결이었다. 보드라운 남방을 볼에 비비적대다 화장이 묻을까 봐 얼른 고개를 내 쪽으로 뺐다. 팔 사이로 손을 구겨 넣어 강하게 밀착했다. 부끄럽다는 듯 내 눈을 피하던 너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갈 길을 잃은 우리처럼 어쩔 줄 모르는 손가락이 내 눈에 띄었다. 길을 잃어도 좋았다. 우리가 지금 앉은 여기에서 영원히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
시간은 아쉽도록 흘렀다. 매 초가 너무도 빨랐다. 아쉬워서 합의조차 되지 않는 내 감정과 이성은 결국 모든 예약을 연장하는 일로 싸움을 멈췄다. 오죽하면 어느 하나 성한 곳 없는 네가 자리를 양보하는 누군가에게 질투가 났다. 의지를 바라는 듯 내 팔은 네 어깨를 모두 감싸 안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제주의 버스보다도 더 거칠게 운전하는 기사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고는 너와 제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있기엔 너무 크고 북적거리는 한반도의 작은 도시에서는 고작 버스에서 휘청이며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는 일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내 다짐을 모두 깨부수고는 너와 살 돈을 벌러 나가고 싶어 했다. 네가 절대 걱정하지 말라던 돈은 어느새 너와 비슷한 크기의 목표였을지도 모르겠다.
네게 입을 맞추던 일은 너무도 부드럽게 흘러갔다. 내 얼굴을 서툴게도 어루만지던 네 작은 손은 어떤 감촉이었는지 아직 생생하다. 무슨 운동을 그리도 열심히 했는지 딱딱하게도 박힌 굳은살은 내 얼굴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미끄러졌다. 너는 그 순간 내 얼굴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다루고 있었다. 구십 도가 넘게 돌아간 내 고개에 너는 부끄러워했고 생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입맞춤을 해 왔다. 고요히 틀어져 있던 공포 영상 소리는 더욱 작게 들렸다. 네 눈을 마주치자 세상이 멈춘 듯했다.
역으로 돌아가던 버스는 내가 타기 벅찼다. 건강했던 신체지만 꽃다운 마음은 더 같이 머문다면 고장이 났나 싶을 정도로 어지럽혀질 게 뻔했다. 이제 와서 그때를 떠올리며 한 번 더 끌어안을 걸, 싶은 시절도 이제는 지나간다. 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게 뻔해진 이 하루. 오랜만에 이 모든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 나는 언제라도 그 해처럼, 평소의 나와는 달리, 여전히 소리 내어 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