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무섭지 않다

인수합병?

by 영미남편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첫 직장 이후 3번의 이직을 거친 4번째 회사이다.

꽤나 이직이 많은 업종에서 일을 하다 보니

너무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 게 싫어서 그만뒀었고,

좋아했던 선임을 따라서 이직했을 했었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 상황 때문에 이직을 했었다.


그렇게 4번째 이직을 한 회사에서 5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22살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이직할 때마다 몇 개월씩 텀을 두긴 했지만 여하튼 17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러니깐 그 말은 곧 내 나이는 불혹 이 된다.


불혹을 1개월 앞둔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에서 내쳐질 것 같은 45세를 준비하며 퇴사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 시기가 내가 생각했던 45세보다 빠르게 올 것 같다.


얼마 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우리 회사보다 조금 더 큰 아니 어쩌면 조금 많이 큰 회사에 인수됐다.


정확히는 인수하기로 사인을 했고 현재는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아직 실행이 되지 않고 실행단계인 상태에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회사에서는 인수가 끝나면 3년간 고용안정을 보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부서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 것 까지 보장한다고는 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불안하지가 않다. 한 아내의 남편이고, 한 아이의 아빠이면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고 몇 해 전 집을 산다고 받았던 대출에, 양가 어르신에게 드리는 용돈에. 고정비만 해도 몇백이 깨지는데 안정적인 소득이 없어지는 상황이 곧 올 것이 눈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하지가 않다.


아무 준비 없이 벌어질 45세의 내 퇴사 일정이 조금 앞당겨질 뿐 이라고만 생각하게 된다.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퇴사를 준비하고 무언가 다른 일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게 안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지금도 말은 퇴사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준비를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타의에 의해서 퇴사를 하게 되면 당장 먹고살아야 하니 무언가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고, 그 일을 하는 시점이 45세보다 빨리 온다면 실패를 하던 성공을 하던 늦게 하는 것보단 빨리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현재의 상황이 불안하지가 않다.


운이 좋아 새로 인수된 회사에서도 앞으로 몇 년을 더 일 할 수 있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이 이어져 갈 수 있으니 좋을 것이고 빨리 그만두게 된다면 그만큼 새로운 무언가를 빨리 시작해 볼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초 긍정적인 생각인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퇴사를 하는 쪽에 조금 쏠려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해야 실패를 해도 금방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의던 타의던 퇴사를 꿈꾸며 그 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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