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숨쉬기

그저 그대로

by 제노도아

짧지만 알찼다.

각자의 결혼생활에서 조금씩 낯설어질 즈음이면 딸과 여행을 떠난다.

딸도 나도 엄마로서 지내다가 문득 숨 쉬고 싶을 무렵...

이번에는 딸과 함께 도쿄에 다녀왔다.

예전에 들렀던 그곳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말소리는 낮고 정돈이 되어 있었다.

호텔에서, 음식점에서, 카페에서 종업원들은 깊이 고개를 숙이며 반겼다.

친절이 몸에 밴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마음이 넓어지고 기분이 좋았다.


반찬 없는 돼지고기 버섯 라면의 국물은 진했다.

예스러운 그마한 가게의 닳은 식탁, 뭉개진 모서리, 낡은 접시 등...

묵은 시간의 흔적들이 깊었다.

침묵해야만 할 것 같던 식사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밀 국수와 바싹한 튀김은 현지인의 작은 맛집에서 만났다.

입에 넣자마자 잘게 부서지던 튀김의 맛이 긴 여운처럼 남았다.

딸은 늘 그랬듯, 먼저 내 접시를 살피고 옮겨 담기 바빴다.

잊었던 날들의 살뜰했던 챙김이 떠올라 그 손길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밤이 되자 긴자의 거리는 오색찬란한 불빛에 싸였다.

낮과는 다른 세상이었지만 딸과 함께라는 안도감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낯선 거리와 사람들 사이를 오가니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이 온몸을 감쌌다.

호화로운 불빛 아래 딸의 모습을 처럼 핼끔핼끔 보았다. 세월의 흐름이 마음과 몸으로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자주 머물렀다는 '카페 파울리스타'는, 백 년 남짓 세월을 이어온 조촐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조용하고 고요한 자리.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며,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카페에 앉아 딸과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여행은 그리 화려하지도, 떠들썩하지도 않게 흘러갔다.

낯선 공간에서 자유롭게 숨쉬기, 그러면 됐다.


돌아오는 날,

우리는 캐리어에 조심스레 서로의 마음을 담았다.

여행이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잠시 다른 시간에 다녀온 것 같았다.

따뜻했던 그 시간들이, 딸의 숨결이,

어느 때보다 가까이 느껴졌던 일탈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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