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움이 말을 거는 시간

맛과 마음이 익는 자리

by 제노도아

산모퉁이를 돌면, 고향의 향기가 난다.

그리움처럼 맛이 보고 싶은 날은 길을 나선다.

겨울 스산한 바람소리, 마른 나뭇잎 소리도 정겹다.


청국장집에 보이면, 냄새가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집주인은 급히 맞는 손님처럼 서둘지 않는다.

호들갑스럽게 반가워하지도 않고,

묵은 정처럼 정겹게 바라보기만 한다.

내 삶 속에 조용히 스며드는 집이다.


보글보글 끓는 구수한 청국장은 소박한 음식이다.

투박한 맛에 몸과 맘이 따스하게 풀어진다.

청국장은 냄새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내 벗들은 함께 즐긴다.

우리는 숟가락을 들며 마주 보고 미소 짓는다.


나는 이런 음식을 건강식이라 부른다.

유행 따르지 않고,

비싸지도 않은, 입맛에 맞고 속이 편한 음식.

자극적이지 않고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맛,

그 편안함이 속을 다독거린다.


그 뒤, 작은 찻집에서 시간이 느려진다.

많은 말은 하지 않아도 좋다.

자분자분, 도손도손 마음으로 오가는 소리.

찻잔 사이에 서로의 시간을 내려놓는 자리.

그 한 잔이 마음을 데우면 그걸로 충분하다.


소박한 음식과 편안한 사람, 눈빛만으로도 이어지는 시간.

그 속에서 나도 오늘은 괜찮은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