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에서 다시

겨울 바다에서 시작된 희망

by 제노도아

그날,

동해의 파도는 모진 바람을 안고 부서졌다.

포말의 차가움이 온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된바람에 귀가 얼얼했다.


거친 겨울 바다 앞에서

묵었던 서글픔과 아련함이 소름처럼 돋았다.

끝없이 밀려오는 거센 파도와 칼바람이

삶의 가장자리를 도니는 희나리 같았다.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해안으로 달려드는 그 모습을,

천천히 숨을 고르며 바라보았다.

매서운 바닷바람은 말없이 건네는 인생의 교훈.

버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찬바람도 이기며 서 있어야 한다는 것.

코끝이 얼얼해도 그 바람을 피하지 않았다.

아픈 경험일수록 시간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모래밭을 걸으면 삶은 다시 살아났다.

발자국은 지워지지만,

걷는 동안 그곳에 존재한다는 안도감.

지나온 날들의 무게도 시나브로 모래 속으로 스며들었다.


겨울 바다의 푸른빛은 희망이다.

차갑고 깊지만 자기만의 색을 품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이 수평선 너머에 남아 있다.

바다는 먼저 등을 돌리지 않는다.

겨울 바다에서,

나는 좀 더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