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 여백으로 남는 마음

이름 부르지 못하는 안부

by 제노도아

아침 햇빛이 낮게 스며든다.

겨울은 그렇다.


즘은 글을 천천히 읽는다.

글을 읽다가 한참 멈추기도 한다.

문장 사이의 숨결이 예전과 달라 보인다.

전보다 오래 머무는 문장들.

그 여백을 마음에 담고, 댓글 대신 창밖을 본다.


사람은 꼭 만나야만 가까워지는 건 아니라는 걸

글을 통해 알게 된다.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는 사이인데

어느 날부터 그 사람들의 글을 읽는 일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며칠째 생각한다.

응할지는 모르지만, 찾아가 인사를 건네는 게 맞을까.

그냥 지금처럼 글벗으로 남는 게 더 나을까.

그러다가

누군가의 삶에 하나를 더 보태기보다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냥 글 곁에 남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마음을 접는다.


오늘도 말을 줄인다.

잘 읽고 있다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당신의 문장이 마음에 닿아 있다고...

그 말만 남긴다.


시나브로 낙엽이 지듯,

나는 바람만바람만 글 뒤를 따라간다.

한 편의 글을 읽고, 다음 글을 기다린다.


한 가지는 변함이 없다.

당신의 글을 읽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

조용히, 한결같이 읽고 있다는 것...


겨울바람의 향이 맵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