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오래 머무는 것
예전, 대학 들어갈 때 샀던 분홍 빗을 바라본다.
긴 시간을 내 짐꾸러미 속에서 함께 움직였던 추억의 빗이다.
빛바랜 빗, 끝이 뭉뚝해진 큰 빗...
그 빗을 버리지 못했다.
쓸모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용히 빗을 꺼낸다.
'잘 가, 그동안 고마웠어.'
버린다는 말 대신 보내준다는 말을 한다.
기억은 물건에 남아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다.
나는
물건이든, 사람이든, 시간이든, 좀 더 오래 마음을 둔다.
그래서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가끔 정리해도 그대로인 듯, 보이지 않는 마음이 거기 머문다.
떠나는 것은 말없이 지나가지만 남는 건 공허함과 고마움,
그리고 다음 이별을 견뎌야 하는 힘이다.
며칠 뒤면, 6년 동안 같은 일을 하던 사람이 떠난다.
성격과 취미가 달라서 가까이 지내지 못했다.
둘이 식사한 날도,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마음이 허전하다. 섭섭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시간 따라 점점 잊힐 사람이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다.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말보다 침묵이 더 많았던 관계인데도 정은 슬몃슬몃 스며들었나 보다.
전에는 덤덤한 얼굴로 배웅하고, 괜찮은 척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솔직한 감정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다.
왜 이리 마음이 오래 머무는지,
떠나는 것 앞에서 자꾸 손이 느려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것이 나임을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