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온다
막다른 골목길에 그 사진관이 있었다.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이 옹기종기, 아기자기 걸린 곳.
연예인을 꿈꾸던 사촌 동생의 사진이 크게 걸려 있고,
검지를 한쪽 볼에 대고 고개 갸우뚱한 어릴 적 내 사진도 있었다.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어색한 미소를 띤 사진들은 큰 유리창 밖에서도 보였다.
사진관을 나서면 맞은편에 작은 한복집이 있었다.
명절 즈음이면 한복집은 무척 바빴다.
여자 저고리는 유행 따라 저고리 길이나 배래 길이, 진동과 도련이나 깃,
동정의 폭이 달라졌고 섶의 모양이 점점 세련되었다. 길의 무늬도 다양했다.
한복집 옆에는 구두 수선집이 있었다.
구두 닦기, 광택, 굽갈이, 수선, 밑창갈이도 하고 어쩌다 맞춤도 했다.
명절이면 주황색 우편함을 바깥벽에 단 구멍가게에 드나들며 어른들의 담배와 잔심부름도 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던 곳은 구멍가게의 군것질과 만화방이었다.
여자아이들은 엄희자, 민애니의 신간 만화가 나오면 세뱃돈을 들고 냅다 뛰었다.
명절, 좋은 날.
가족이나 친척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끔 부딪히기도 한다.
의견 충돌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말에 토를 달 때이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머리 끄덕이면 될 것을 '그게 아니고~, 어허 참'으로 맞대꾸를 하면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가족이든 누구든 사랑의 디딤돌은 이해와 수용, 인내이다.
명절은,
어떻게 해야 사랑의 말과 행동이 될 수 있는지 연습할 수 있는 좋은 날이다.
완전 타인이 아니고 다시 안 볼 사람들이 아니기에,
설혹 말실수나 그릇된 행동을 하더라도 진심 사과하면 곧 만회할 수 있다.
사랑 연습하기 좋은 날,
해낙낙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