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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bunch of Favorite Jan 31. 2019

세 번째 취향 : Joji

유튜버 Filthy Frank에서 뮤지션 Joji로

Colors 채널에 등장한 Joji의 Attention


세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Joji. 소개글을 다섯 번쯤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가, 다른 밴드를 먼저 썼더니 그 사이 <Colors> 채널에 Joji가 나타났다. Joji를 나타내는 색은 회색. 회색 벽 앞에서 회색 옷을 입고 검은 비니를 쓴 그의 발 아래에는 빨간 발판이 깔려있다. 눕지도 못할 만큼 작은 크기의 빨간 바닥은 그의 세계 한 가운데를 관통한다. Joji의 노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외로움과 이별, 슬픔이기 때문이다.


Joji는 유튜버였던 만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의 노래에 대해 'nostalgic sexual vibe'를 넣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아련하고 희미한 슬픔과 육체적인 섹슈얼함을 동시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담아보지만, 결국 의도하는 바는 전혀 섹슈얼하지 않은 것에도 섹슈얼함을 넣을 수 있는 지, 그 안에서 슬픔을 나타낼 수 있는지의 문제다. 섹슈얼함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사랑의 문제인 셈이다. 사랑은 로맨틱한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에로틱한 것도 있고 그 둘이 적절히 섞인 것도 있고 너와 내가 하는 사랑이 있고 너와 다른 사람이 하는 사랑이 있고… 사랑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니 말이다.



Joji의 <Slow Dancing in the Dark>


사실 Colors에서 공개된 영상처럼 슬픔 아래의 상처를 회색과 빨간색으로 나타내는 시각적 효과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노래와 함께 재생될 때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사랑을 잃어버린 회색의 삶에서 상처받은 사람은 붉은 흉터를 끌어안고 홀로 남아버릴 수 밖에 없다. 좁고 붉고, 네모난 마음 안에 스스로를 가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Joji의 노래 <Slow Dancing in the Dark>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어두운 거리에서 홀로 춤추는 Joji가 등장한다. 노래의 제목처럼 춤을 추는 것같기도 하지만, 사실 상처의 아픔에 발버둥치는 모습이다. 등에 꽂힌 화살 때문에 피는 흐르고, 상처는 계속된다.


You looked at me like I was someone else


사람은 항상 다중적이다. 친구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와 나의 삶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하지만, 타인에 대한 두려움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Joji는 "어둠 속에서 내가 홀로 춤출 때, 나를 따라오지 마. 넌 내 품에 안겨질테니."라는 가사에 대해 이중적인 마음을 한껏 풀어냈다. 길 잃은 나를 보고 뒤쫓아왔을 때,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고, '나'와 '너'의 정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그저 그 상태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동안 타인과 나의 관계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다. 내가 타인을 똑바로 마주할 때, 내가 보는 것이 진정한 상대방인지, 아니면 내가 꿈꾸는 이미지에서의 상대방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물질적인, 육체적인 상대방인지 알 수 없다. 나에 대해서도 모르는 데, 타인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처럼 나와 타인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갭이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차이를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좌절하고, 구르고, 상처받는다. 미디어 속 로맨스 영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사랑의 모습이다. 현실에 '완벽한 사랑'은 없다. 그저 두 개의 사랑이 존재할 뿐이다. '내가 바라보는 너'와 나의 사랑, '네가 바라보는 나'와 너의 사랑. Joji는 그 안에서 굴러다니는 나의 모습을 직면한다. Joji의 <Slow Dancing in the Dark>가 매력적인 노래일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만약 당신이 Joji가 이전에 했던 기행과 같은 채널, Filthy Frank를 통해 그의 얼굴을 마주했던 사람이라면, 이런 감성적인 모습이 낯설지도 모른다. 분홍 쫄쫄이를 입은 사람이 갑자기 사랑에 대한 노래와 이별에 대한 노래를 진지하게 부르고, 공연을 다니는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Joji는 Joji의 음악과 Filthy Frank의 모습을 철저히 구분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 둘을 동일선상에 두고 있다. 진중한 음악과 재미있는 음악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겠지만 그 둘 모두 자신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Joji가 반복적으로 이별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차이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이유는 Filthy Frank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이럴 비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이 찍을 때 현실의 자신과 영상 속의 자신에서 느끼는 갭과, 사랑의 현실에서 느끼는 타인과 나의 갭은 형태적으로는 유사하니 말이다. (이런 감정에 대해서는 Netfilx에서 만든 <아메리칸 밈>을 보길 추천한다. 셀레브리티 패리스 힐튼과 조시 오스트롭스키, 브리트니 펄란의 모습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로, 인터넷 셀레브리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Joji가 시도한 새로운 음악의 팬의 입장이기 때문에, Filthy Frank 대신 Joji를 택해준 점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기 절정의 시기에 분홍 쫄쫄이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단번에 이미지를 깨기 힘들었을 텐데, 음악적으로도 성공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소개한 <Slow Dancing in the Dark> 말고도 Colors에서 소개된 <Attention>, 다른 앨범에 실린 <Demons>도 꼭 들어보길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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