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43

Roncesvalles→Zubiri, Spain

by 안녕
Day 38.
Thursday, June 1


6시쯤 인기척에 잠이 깼고 다들 준비해서 떠나는 걸 보고 6시 반쯤 일어났다. 오늘도 장을 비우지 못한 채 7시 반쯤 출발했다.




이 길은 피레네 산맥의 정상에서 가까운 곳으로부터 저 아래에서 순례자를 기다리고 있는 부드러운 평원의 단조로움과 고독감을 느끼게 해주는 코스다.

길옆의 나무에서는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나서 마치 거대한 그림자 터널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마저 주며 이러한 풍경은 고산지대 목장의 좁은 길을 따라서 수비리를 향해 내려가는 동안 계속 이어진다.

아르가 강을 향해 내려가는 이 길에는 중간에 메스키리츠 고개와 에로 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피레네 산맥을 걸어서 넘어온 순례자에게는 그렇게 부담스러운 길이 아니다.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를 나서자 수비리까지 20.7km라는 안내판이 2년 전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차도 옆으로 산티아고까지 790km라는 도로 표지판도 그대로였다.

끝없이 이어진 길은 대부분 산길 속 자갈길이었다. 왜 걷는지 모르겠다. 거리가 짧아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론세스바예스를 나오는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표시된 조그마한 샛길로 가야 한다.

이 숲길은 너도밤나무, 떡갈나무, 낙엽송이 우거진 근사한 숲의 터널로 이어져 있다.

Burguete/Auritz (895M)는 론세스바예스의 오래된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서기 직전에 나바라의 전통 문양을 가지고 있는 붉은색의 커다란 창문과 돌로 만들어진 저택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 아침을 이곳에서 해결하는데 뜨거운 카페 꼰 레체 한잔과 향기로운 빵 한 조각이면 새벽길의 고단함이 저절로 잊힐 수 있다.




허밍웨이가 묵었다는 부르게떼의 호텔을 지나 교구 성당인 Iglesia de San Nicolás de Bari를 지났다.

다음 마을까지 가기 위해서 마을 중간에 있는 Banco Santander Central Hispano 옆길을 끼고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러면 두 개의 조그만 시내를 지나 넓은 농장 길을 지나게 된다.

개울을 건너려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정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먼저 다가와서 애교를 부리는 새끼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만지려는데 얼굴을 드는 순간 섬뜩해졌다.

새까만 털에 새빨간 혀와 노란 눈이 대조를 이루면서 너무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지나쳤다.




Espinal/Aurizberri (873M)은 피레네 산맥의 전형적인 마을로 1269년 나바라의 왕인 떼오발도 2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에스삐날의 Iglesia de San Bartolomé의 파이프 오르간은 이번에도 듣지 못했다. 오래된 성당에 부속으로 있는 Estelas Funerarias는 처음엔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세계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지만 나중엔 경계를 표시하거나 까미노의 십자가를 보호하는 역할, 순례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로 견고한 외양과 창이 없는 사각형 탑을 볼 때 과거에 요새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고 있는 린소아인의 Iglesia de San Saturnino는 우회하느라 보지 못했지만 린소아인의 바르 부근에서 순례자들을 다시 만났다.

현대에 만들어진 성당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포장길을 지나면 순례자를 위한 샘이 있어 차가운 물을 준비할 수 있다. 마을의 끝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메스키리츠 고개로 이어진다. 이 고개를 올라가기 위해서는 너도밤나무 사이의 좁은 숲길을 지나고 두 개의 골짜기를 넘어야 한다.

메스키리츠 고개 정상에서 도로와 만나게 되는데 정상의 비석에는 여기에서 론세스바예스의 성모에게 구원을 기도한다 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차가 많이 지나는 곳은 아니나 조심해서 이 도로를 가로질러 회양목과 떡갈나무로 가득 찬 터널 같은 좁은 숲길로 지나가야 한다. 숲길을 지나면 콘크리트로 돌을 흉내 내어 포장한 길을 만나게 되며 순례자의 발이 포장도로의 단조로움에 지칠 무렵이 될 때 비스까렛에 도착하게 된다.




Viscarret/Guerendiain (781M)은 목축을 주로 하는 마을로 12세기까지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이 있었을 정도로 번성했던 마을이었다.

콘크리트로 돌을 흉내 내어 만든 이 길은 마을의 끝까지 이어지는데 발을 피곤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과거 우기의 진흙 길과 소의 배설물이 깔린 길을 걷는 것보다는 훨씬 쾌적하다.

비스까렛에서 온통 똥칠한 길을 걷다 보니 다시 차도로 우회할까 했으나 괜한 모험은 하지 말자 싶어 그냥 에로봉에 올랐다. 하지만 이내 후회했다.

그래도 미끄러운 돌길이 발에 부담을 주었지만 그나마 오르막 내리막이 끝없이 반복되었을 뿐 가파르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땡볕이지만 편한 도로냐 수풀 우거진 시원한 오르막이냐의 차이일 뿐이었다. Benta de Agorreta 까미노석이 보였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지난 후에 왼쪽으로 있는 조그만 슈퍼마켓 옆으로 고속도로와 평행하게 나있는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평범한 마을 Linzoáin/Lintzoain (744M)에 다다르게 된다.

롤랑의 발자국에 관한 전설이 있는 이 마을을 지나면 그 이후로는 매우 좁은 길을 통해 에로 고개의 정상을 향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안 순례자는 커다란 너럭바위 옆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롤랑의 발자국이 있다는 전설의 바위로 이곳을 롤랑과 그의 식구들이 지나갔다고 전해진다.

길은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좁은 숲길로 이어지며 산기슭에 다다르면 떡갈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등이 우거진 넓은 숲이 나온다.




에로 고개는 100년은 넘어 보이는 오래된 소나무와 떡갈나무, 자작나무가 우거져있으며 높은 통신용 철탑이 있다.

중세시대 순례자를 위협하는 도둑들의 보금자리였을 에로 숲을 지나 언덕에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가로지르면 오래된 유적지인 Venta del Puerto로 향하는 길로 접어든다.

이후 뽀르띠요 데 아고레따 계곡의 뒤로 내리막은 심해지고 숲의 끝에 수비리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내리막길은 계절에 따라서 엄청난 진창길로도 변하므로 하루를 마감하는 피곤한 순례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




첫 번째 까미노 때는 마리아에게 로히터 배낭을 빌려서 걸었는데 걸으면서 몸에 맞추다 보니 거의 막바지가 되어서야 익숙해졌었다.

까미노에 반해서 아무래도 자주 걷게 될 것 같아 이번 여행을 위해 아예 배낭을 하나 구입했다. 보너스 공간을 쓰게 되면 레인커버가 덮이지 않았던 걸 감안해 이번에는 아예 큰 용량으로 구입했다.

이번에 처음 사용하는 배낭이다 보니 아직 익숙하지 않았고 그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 이동할 때만 매다 보니 여전히 불편했다. 어깨끈을 조절했는데 어제보다 더 불편했다.

허리끈은 바짝 조여 매도 여전히 헐거웠다. 배낭에 남자용 여자용이 있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했는데 허리끈의 길이 차이였나 보다.

익숙하지 않은 배낭이 불편한 것인지 베드버그에 물린 상처 때문에 힘든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에로봉에서 수비리까지 이어진 산길은 끝이 없을 것 같더니 미끄러운 내리막 끝에 드디어 저 멀리 수비리 마을 표지판이 보였다.

이제 다 왔다. 첫 번째 까미노에선 저기서 또 얼마나 더 걸어야 마을이 나올지 몰랐지만 이제는 알아서 반가웠다.




Zubiri/Esteribar (530M)에 있는 El Puente de La Rabia에는 공수병에 걸린 동물이 다리의 중앙 기둥을 세 바퀴 돌면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서 이 다리의 이름인 La Rabia는 공수병이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강 하류의 Santa Quiteria의 무덤을 동물이 밟고 지나가면 병이 낫는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 고딕 양식의 다리 교각대에는 끼떼리아 성인의 유물을 모셨다고 한다.

수비리의 Iglesia de San Bartolomé는 페르난도 7세가 죽은 후 그의 딸 이사벨 2세에게 왕권이 넘어가고 이사벨의 어머니 끄리스티나가 섭정을 시작하자 페르난도 7세의 동생 까를로스가 일으킨 Carlista 전쟁에서 요새로 활용되었지만 1836년의 전투에서 파괴되었다고 한다.




익숙한 듯 수비리 공립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했더니 1번 룸도 많이 비어있었다.

난 R1 B16, 파란색 철제 침대 2층이다. 건물 외부에 있는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빨래를 했다.

발의 물집에는 어느새 염증이 생겼고 등산용 양말은 진물과 피범벅이었다. 두꺼운 양말은 깨끗하게 빨기 어려워서 다시 얇은 양말을 신어야 할 것 같았다.

양말을 빨다 보니 벌레 한 마리가 떨어졌는데 베드버그 같았다. 아직 추가로 물린 곳은 없었지만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침대로 돌아와 물집부터 소독하고 주방으로 갔다.

맨발에 얇은 슬리퍼를 신고 다니기에는 수비리 공립 알베르게의 자갈 마당은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벌써부터 물집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여전히 나 하나뿐이었다.

이번에도 어기적 걸으며 주방에 들어가 밥을 짓고, 물을 끓였다. 내일 마실 커피 물을 끓여놓고 남은 물에 라면 수프를 끓였다.

빨래를 확인하니 땡볕이라 벌써 말라있었다. 신발 깔창도 핏물과 진물 범벅이라 빨아서 널었다.




마당에서 한 동양인이랑 마주쳤는데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많이 닮아서 순간 긴장했다. 벌써 20년이 지났으니 나이 먹으면 딱 저런 모습일 것 같았나 보다.

10년 전쯤 고향에 갔다가 비슷한 사람을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적이 있었다. 평생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비슷한 사람만 봐도 과민반응인 걸 보니 만약 마주치게 된다면 여전히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극복했다고 믿고 싶은 마음에,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려다 말았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주방에서 폰 충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계획대로 사발디카로 가기로 했다.

물집에 염증이 심해져서 많이 걷기 힘들었는데 소독을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발가락 쪽은 계속 진물이 나오고 있었고 발바닥 쪽은 물집 속에 또 물집이 생겨서 실을 꿰어 두어도 진물이 다 빠져나오지 않았다. 물집이 그대로니 발을 디딜 수가 없었다. 어제 그냥 커지게 놔둘 걸 그랬나 싶다.




침대로 올라가는데 아래 침대의 잘생긴 독일 아저씨가 거즈를 붙여둔 내 발을 보더니 물집을 걱정해 주었다.

옆 침대 할아버지는 알루미늄 커피캔이 뜨거운 물로 인해 쪼그라드는 소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는데 불안해하는 것 같아 뚜껑을 열어 열기를 빼내 두었다.




도로를 따라가면 빰쁘로나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고민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도나띠보의 딜레마에 빠졌지만 식사가 제대로 나온다고 하니 하루라도 제대로 사 먹은 셈 치는 걸로 하자 싶어 사발디카로 가기로 결정했다.

독일인 리처드의 메일 주소를 메모해 두었다. 어쩜 이 아저씨 따라 Pamplona까지 가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민폐는 끼치지 않기로 했다.




베드버그는 내 배꼽을 물었다. 배낭의 어깨끈과 허리끈을 따라 물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 오면 배낭 속 짐들을 모두 꺼내놓고 배낭을 햇볕에 제대로 말리려고 했었다.

그동안은 까미노에 와서 베드버그를 해결하려고 참아왔으나 막상 오니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었다.

베드버그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드러내 놓고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배낭을 햇볕에 말린다는 것은 베드버그에 오염되었음을 스스로 알리는 셈이라 그 뒤의 상황이 어떨지 너무 뻔해서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알베르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미리 챙겨 온 비닐로 배낭을 싸 두었다. 하지만 아무 해결이 되지 않은 채로 다음날에 배낭을 다시 메면, 난 베드버그에 시달리게 된다.

그럼에도 어쩌지 못하는 나 자신이 여전히 한심스러웠다.

어느새 21시다. 내일은 짧은 거리라 굳이 일찍 잘 이유는 없었지만 이미 졸리기 시작했다.




Roncesvalles→Zubiri 21.5km

○Roncesvalles/Orreaga (953M)
●Burguete/Auritz (895M) 2.8km
-Iglesia de San Nicolás de Bari
-Monte Aezkoa de Quinto Real
●Espinal/Aurizberri (873M) 3.7km
-Iglesia de San Bartolomé
-Estelas Funerarias
●Alto de Mezquiritz/Mezkiritz (922M) 1.7km
●Viscarret/Guerendiain (781M) 3.2km
●Linzoáin/Lintzoain (744M) 1.9km
-Iglesia de San Saturnino
●Alto de Erro (801M) 4.5km
-Venta del Puerto
●Zubiri/Esteribar (530M) 3.7km
-El Puente de La Rabia
-Iglesia de San Bartolomé

727.9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Zubiri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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