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ubiri→Zabaldika
Day 39.
Friday, June 2
모두가 떠난 수비리 알베르게를 거의 마지막으로 나섰다.
수비리에서 빰쁘로나까지 22.8km라는 안내판을 지나쳐 마을을 벗어났다.
어제 지나온 라 라비아 다리를 다시 건너 오른쪽으로 진입하여 사자 얼굴 모양의 샘터를 지나간다.
도로를 따라 걸으면 거리도 단축되고 발도 편할 것 같았지만 짧은 거리를 걷는 오늘만이라도 제대로 걷고 싶었으나 수비리에서부터 시작된 오솔길을 걷다 보니 이내 후회하고 있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길이었다.
강기슭을 따라 높은 굴뚝을 가지고 있는 상당히 긴 공장지대를 지나게 된다.
돌을 깐 좁은 길을 따라서 Ilarratz와 Ezkirotz로 향하게 되는데 이라라츠로 가기 위해서는 숲길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아스팔트 포장길로 내려가야 하며, 에스키로츠로 가기 위해서는 Capilla de Santa Lucía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돌계단으로 이어진 길을 지나 이번에는 Capilla de Santa Lucía에 들러서 세요를 받았다.
첫 번째 까미노 때 시작부터 함께 걸었던 까미노 친구가 등산화 끈을 동여매 주던 마을을 지났다. 까미노 친구는 초반에 절실하긴 하지만 정작 중반부 이후에 만드는 게 현명한 것 같았다.
서로의 성향도 모른 채 막연히 불안해서 만든 친구는 오래가지 못한다. 딱히 서로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여행 스타일이 달라서 생기는 오해들로 인해 괜히 불편해질 수 있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매일 마주치는 순례자가 생긴다. 같이 걷지 않아도 매일 같은 알베르게에서 마주치다 보면 약속하지 않아도 내일을 기약하게 되고 그렇게 몇 번의 우연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친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까미노에서 나는 까미노 친구를 만들 수가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남들 걷는 거리의 절반 정도를 유지하며 걸을 예정이라 오늘 만난 사람을 내일 다시 만나지 못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매일 만나는 사람이 항상 달랐다. 다들 낯익은 순례자와 인사할 때 즈음이면 나는 아는 이 없이 조금은 외로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철저히 외로운 순례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후 작은 시내까지 숲으로 우거진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목장 사이를 지나는 도로를 지나 중세 다리인 시글로 14세의 다리를 지나면 Larrasoaña (497M)에 도착한다.
지난번에는 지나쳤지만 이번에는 라라소아냐로 향했다.
아르가 강 위에 세워진 석조 다리인 Puente del Siglo XIV를 건너가니 Santiago 760km 도로 표지판이 보였다. Iglesia Parroquial San Nicolás de Bari에서 잠시 비를 피하다 마을을 가로질러 고속도로로 빠져나갔다.
비까지 오니 뭔가 불안하여 최단 거리로 빨리 도착해야 했다. 벌써 지쳐가고 있었다. 비 덕분에 뜨거운 아스팔트를 걷지 않아도 되었지만 내리던 비는 금방 그쳤다. 하지만 흐린 날씨가 이어졌다. 그렇게 걷고 걸어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도로를 걸었다.
라라소아냐를 나오고 언덕을 오르면 정상에 예전 왕실의 영지였던 Akerreta/Aquerreta (497M)에 도착하게 된다.
평화로움과 고독함을 즐길 수 있는 아께레따의 출구에서 도로를 가로지른 후 순례자의 여정은 숲이 우거진 좁은 계곡 길을 따라 이어진다.
몇 개의 농장 목책을 통과하고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내려가면서 자동차 소리는 멀어지고 새소리와 시원한 바람 소리만 들리게 된다.
더욱 좁아진 숲길은 아르가 강과 나란히 이어지며 강변의 산책로와 같이 편안한 수리아인으로 이어진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면 Zuriáin (479M)에 도착한다.
트럭들의 질주에 경계를 하며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수리아인 부근에서 순례자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사람이 반갑지 않았다. 계속 혼자 조용히 걷고 싶었다. 순례자들과 거리를 두며 걷고 싶어서 까미노를 벗어나 도로를 따라 걸어가니 누군가 소리를 쳤다.
뒤돌아보니 한 커플이 내가 잘못된 길로 가는 줄 알고 소리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사람의 관심이 귀찮았는데 그 커플에게는 고마웠다. 작은 배려에도 감동하게 되는 곳이 까미노였다.
N-135 도로를 따라 걷다가 NA-2339로 방향을 바꾼다. 이어서 다리를 건너고 나서 길을 바꾸어 채석장 옆으로 지나는 소나무와 떡갈나무로 우거진 좁고 꼬불꼬불한 숲길을 따라 아르가 강과 나란히 따라 걷는다.
Iroz/Irotz (473M)에 도착하면 빰쁘로나로 향하는 두 가지 루트를 선택할 수 있다.
푸르비알 산책길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N-135 도로로 올라가기 전에 레스토랑 쪽으로 내려가서 마을의 출구에 있는 포장된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가면 되고, 공식적인 까미노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뚜르가이츠 다리를 건너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날씨가 개이고 햇빛이 고개를 내밀 즈음에 사발디카에 도착했다. 도로 건너 우측 언덕 위로 에스떼반 성당이 보였다. 2년 전 힘들어서 그냥 지나쳐야만 했던 바로 그 성당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있던 평범한 성당이 그때는 왜 그렇게 가 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이 두 갈래였다. 잘 닦여진 포장길 대신 화살표가 있는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가니 알베르게 표시가 있었으나 둘 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성당 앞의 정원은 연둣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문이 열린 성당 앞에서 어느 인자한 아저씨의 안내로 배낭은 바깥 벤치에 놓아두고 성당으로 따라 들어갔다.
한글로 된 설명서와 순례자를 위한 기도문 등을 건네주었다. 순례자의 행복이란 글을 읽으면서 다시 무너졌고 그렇게 난 또 그렇게 성당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순례자를 위한 기도
The Beatitudes of the Pilgrim
1. Blessed are you pilgrim, if you discover that the “camino” opens your eyes to what is not seen.
2. Blessed are you pilgrim, if what concerns you most is not to arrive, as to arrive with others.
3. Blessed are you pilgrim, when you contemplate the “camino” and you discover it is full of names and dawns.
4. Blessed are you pilgrim, because you have discovered that the authentic “camino” begins when it is completed.
5. Blessed are you pilgrim, if your knapsack is emptying of things and your heart does not know where to hang up so many feelings and emotions.
6. Blessed are you pilgrim, if you discover that one step back to help another is more valuable than a hundred forward without seeing what is at your side.
7. Blessed are you pilgrim, when you don’t have words to give thanks for everything that surprises you at every twist and turn of the way.
8. Blessed are you pilgrim, if you search for the truth and make of the “camino” a life, and of your life a “way”, in search of the one who is the Way, the Truth, and the Life.
9. Blessed are you pilgrim, if on the way you meet yourself and gift yourself with time, without rushing, so as not to disregard the image in your heart.
10. Blessed are you pilgrim, if you discover that the “camino” holds a lot of silence; and the silence of prayer; and the prayer of meeting with God who is waiting for you.
The Way: Parable and Reality
The journey makes you a pilgrim. Because the way to Santiago is not only a track to be walked in order to get somewhere, nor is it a test to reach any reward. El Camino de Santiago is a parable and a reality at once because it is done both within and outside in the specific time that it takes to walk each stage, and along the entire life if only you allow the Camino to get into you, to transform you and to make you a pilgrim.
The Camino makes you simpler because the lighter the backpack, the less strain on your back and the more you will experience how little you need to be alive.
The Camino makes you brother/sister. Whatever you have you must be ready to share because even if you started on your own, you will meet companions.
The Camino breeds about community, community that greets the other, that takes interest in how the walk is going for the other, that talks and shares with the other.
The Camino makes demands on you. You must get up even before the the sun in spite of tiredness or blisters; you must walk in the darkness of night while dawn is growing, you must get the rest that will keep you going.
The Camino calls you to contemplate, to be amazed, to welcome, to internalize, to stop, to be quiet, to listen to, to admire, to bless…Nature, our companions on the journey, our own selves, God.
론세스바예스 룸메이트였던 미국인 랜디를 다시 만났다. 수녀님이 오셨고 그녀와 함께 수녀님의 안내로 성당 종탑에 올라갔다.
좁은 돌계단을 따라 종루에 오르니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마음껏 칠 수 있게 해 주어서인지 종 하나는 깨져서 Campana Rota라고 붙여져 있었고 다른 종을 칠 수 있게 해 주었는데 사발디카를 지나면서 종소리가 들리면 누군가 종을 치고 있는 거였다.
랜디는 잠시 머물다 빰쁘로나로 떠났고 난 알베르게에 묵을 거라고 하니 수녀님이 알베르게 입구로 안내해 주셔서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점심을 먹었냐고 물으시더니 바게트와 소시지를 가져다주셨다. 뜨거운 햇볕에 배낭을 내려두고 나도 일광욕을 즐겼다.
14시쯤 시스터 두 명이 왔는데 이제 청소를 하는 건가 보다. 등산화를 벗고 양말을 벗어 발을 햇볕에 말리고 있으니 수녀님이 약이랑 비스킷과 물을 가져다주었다.
씻고 소독하고 싶었으나 알베르게 오픈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일단 소독약을 발랐다. 옆에서 지켜보던 수녀님이 답답하셨는지 약이 잘 스며들도록 실을 당겨가며 대신 발라주셨다.
뜨거운 햇살에 배낭을 말리며 일기를 쓰고 있으니 이곳이 많은 사람들이 들렀다 가는 곳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성당과 종탑에 들렀다 빰쁘로나로 떠났다.
14시 반 오픈했고 첫 번째로 안내받았다.
2층은 남녀 화장실이 있었고 3층에 다락방 형태의 도미토리가 있었다. 창가로 자리를 잡고 샤워부터 하고 옷을 갈아입었으나 단층 침대라 빨래 널 곳이 마땅치 않았다.
우선 양말을 빨아서 밖에 의자에라도 널어두려고 바깥으로 나가는데 빨래 너는 곳이 따로 있다며 알려주셨다. 나머지 옷들도 모두 빨아서 햇볕에 널었다.
주방에 있는 사과를 먹고 커피를 끓여서 비스킷을 먹었다. 와이파이도 가능해서 오렌지를 하나 까먹으며 인터넷에 접속했다. 빌라 우편물에 누가 손댔다고 빌라 입주자 단체방이 난리다. 한 달 넘게 비워둔 나의 집은 괜찮으려나?
주방을 사용해도 되는 것 같은데 이미 배가 불러서 그냥 저녁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커다란 바게트가 눈앞에 보이고 고소한 빵 냄새가 나니 정말 참기 힘들었다. 오늘따라 바게트가 정말 먹고 싶었다.
마리아랑 통화하다 바깥이 어두워지는 듯하여 빨래를 확인하러 나가려는 찰나 비가 쏟아져 내렸다.
빨래는 내일 하려다 볕이 좋아서 오늘 한 건데 괜히 했나 싶긴 했다. 살짝 덜 말라서 침대에다 올려두었다. 그래도 햇볕에 널어두었으니 괜찮겠거니 했지만 왠지 베드버그의 경고를 무시하는 것만 같았다.
AVISOS에 18시, Visita de la Iglesia del S. XIII 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에스떼반 성당은 13세기에 만들어졌나 보다.
오늘은 미사가 없는지 18시 반쯤 성당으로 갔고 다시 성당과 종탑 구경을 했다. 십자가 주변으로 누군가의 메시지가 적힌 메모가 빼곡히 붙여져 있었다. 나도 한 장을 붙였다.
종탑으로 다시 올라갔는데 이번에는 왠지 돌계단을 오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좁은 공간에 갇힌 느낌이라 어지러웠다.
Cena는 19시 반이었지만 맛있는 냄새가 자극해서 견디기 힘들었는데 준비가 되었다고 30분 일찍 먹게 되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접했다. 순례자 11명과 오스삐딸레라 2명 모두 13인의 식사였다.
전채는 샐러드, 메인은 감자와 토마토소스 스테이크였다. 한 그릇을 비우고 남은 스테이크 한 조각을 더 먹었다.
그래도 배가 고팠으나 디저트로 수박을 먹고 나니 금방 배가 불렀다.
20시 반, Oración y Bendición de los Peregrinos en el coro de la Iglesia.
성당 2층에서 7명의 시스터와 함께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까미노 때는 이런 시간이 부담스러워 프로그램이 있는 알베르게는 피했다. 하지만 막상 참여하니 그냥 스쳐 지나가는 순례자들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 있고 싶었고,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프로그램이니 그냥 따르자 싶어 참여했다.
자신을 소개하고 얘기를 나누는데 내 차례가 되자 영어를 못한다고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넘기니 간단하게라도 얘기하란다.
등 떠밀리는 기분에 얘기를 시작했는데 이게 또 하다 보니 어느새 털어놓고 있었다. 2년 전, 프랑스길을 완주했고 걷는 게 좋았지만 힘들었다. 그래서 여유로운 까미노를 위해 다시 찾아왔으나 이번엔 시작부터 힘들었고 지금도 행복하지 않다고.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21시 반이 넘었다.
멕시코에서 온 바바라가 내 물집을 보더니 발가락 양말을 선물로 주었다.
첫 번째 까미노 때는 마리아가 양말을 챙겨주었는데 여러 양말들 중에서도 결국 발가락 양말만 신고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발가락 양말을 사 오려고 했으나 외출을 하지 않는 나로선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내게는 정말 감사한 선물이었다. 외국에도 발가락 양말이 있다는 게 신기하긴 했다.
나눔 시간에도 계속 장이 부글거리더니 이상한 설사를 했다. 화요일 생장에서 설사하고 오늘 아침에 찔끔 나오고 저녁에 그렇게 먹고 저 정도니 정말 나올 게 없었나 보다. 그런데 장을 비우고 나니 또 배고프다.
Desayuno는 7시~8시라는데 천천히 먹고 빰쁘로나로 가기로 했다.
내일은 도심 속 편한 길만 있으니 꾀부리지 말고 제대로 된 까미노를 걸어보자.
Zubiri→Zabaldika 12.1km
○Zubiri/Esteribar (530M)
●Ilarratz (549M) 3.1km
●Eskirotz/Esquíroz (528M) 0.8km
-Capilla de Santa Lucía
●Irune
●Larrasoaña (497M) 1.7km
-Iglesia Parroquial San Nicolás de Bari
-Puente del Siglo XIV
●Aquerreta/Akerreta (497M) 0.6km
-Iglesia de la Transfiguración del Señor
●Guenduláin
●Idoy
●Zuriáin (479M) 3.0km
-Lavadero
-Iglesia de San Millán
●Iroz/Irotz (473M) 1.9km
-Puente de Iturgaitz
-Río Arga
-El Horno del Irotz
●Zabaldika/Zabaldica (470M) 1.0km
-Iglesia de San Esteban
715.8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Zabaldika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