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47

Puente la Reina→Estella

by 안녕
Day 42.
Monday, June 5


5시 반 인기척에 일어나서 한가할 때 장을 비웠다. 주방에 내려가니 짐을 챙기던 순례자가 바나나 2개를 나눠준다.

얼떨결에 받아서 돌아와 다시 누웠는데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굶고 다닌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재미교포가 바나나를 사주었다. 애써 담담한 척 돌아섰지만 울컥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담담해졌나 보다.

대부분 떠나고 알베르게가 조용해지자 나도 일어나 준비했다. 달걀 2개를 삶아서 하나를 먹고 8시쯤 출발했다.




오늘도 도로를 따라 걸었고 덕분에 다른 다리를 건너 마을을 나오다가 Puente la Reina를 옆에서 보게 되었다.

시커먼 구름 사이로 잠깐 나온 햇살에 강에 비친 다리의 모습이 정말 예뻤다. 아니 아름다웠다.

걸어가면서 달걀을 먹고 파스타를 먹는데 비가 흩뿌린다.




돌로 만들어진 긴 다리를 건너면 고속도로를 건너 좁은 비포장도로를 통해서 계곡의 끝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계곡을 통해 마녜루 입구의 십자가상까지 오르는 가파른 비탈길은 오래된 수도원과 성당 건물 사이에서 시작되는데 아르가 계곡을 통해서 오르는 마지막 구간은 상당히 험하므로 물을 충분히 준비하여야 한다.

중세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마녜루에는 향기로운 로즈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유명한 바르가 있으며 언덕 위에 외롭게 서있는 산따 바르바라 성당이 있다. 마녜루에서 나오는 까미노는 에스뻬란사의 수도원과 포르소사 수도원을 통해 이어진다.




시라우끼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포도밭을 지나다 보면 두 개의 기둥이 남아있는 공동묘지에 도착하게 되고 멀리 살모사의 둥지라고 불리는 시라우끼가 보이기 시작한다.

평탄한 언덕을 올라서면 오래된 성벽으로 둘러싸인 중세의 마을에 다다르게 되며 12세기와 13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커다란 두 개의 성당을 만나게 되는데 에스떼야의 산 뻬드로 성당과 비슷한 Iglesia de San Roman이 언덕 위로 보였다.




시라우끼의 마을 출구에는 보르도와 아스또르가를 연결하는 로마시대의 길이 있어 아스라한 중세의 나바라를 느끼게 해 주지만 이제는 그 흔적만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특히 이 길에는 로마시대의 도로 건축양식이 예술성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마차가 다니기 위해서 폭이 최소 5m가 넘었던 길은 빗물을 잘 빠져나가게 한 배수로를 가지고 있었으며 바닥에는 커다란 돌을 토대로 기초공사를 하여 아직까지 희미하게나마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중세의 로마 길을 지나면 현대에 만들어진 다리와 빰쁘로나와 로그로뇨를 이어주는 고속도로를 만나게 된다. 몇십 m 사이에서 중세와 현대의 도로를 동시에 걸을 수 있다.

원래 로마시대의 길은 현재 N-11 고속도로의 밑에 잠들도 있다고 하는데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고속도로를 왼쪽에 두고 평행하게 지난다.

포도밭 사이로 직진하면 실개천 위로 지나는 조그마한 돌로 만든 다리를 건너게 되며 잠시 후 고속도로의 아래로 나있는 샛길을 따라 잠시 Alloz로 향하는 NA-1717 고속도로에 올라서야 하는데 이 고속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왼쪽으로 살라도 강을 건너는 중세의 다리를 넘을 수 있다.




나바라 왕국의 첫 번째 영토였던 예리 계곡은 전투라는 뜻의 아랍어 Al Aurque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는데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전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계곡을 지나다 화장실을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벌레 떼가 얼굴로 덤벼들었다. 날벌레를 피하느라 돌아서는데 자전거 순례자가 지나갔다. 다시 적당한 장소를 찾으려는데 날벌레가 달려들었고 이내 자전거 순례자가 나타났다.

반복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계속 날벌레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불안해졌다. 날벌레가 스치고 지나간 얼굴에는 이미 여기저기 울긋불긋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달리기도 하고 휘저어 보기도 했으나 저항을 하면 할수록 더욱 거세게 달려들었다.

어느덧 날씨는 완전히 개었고 땡볕이 되니 조금씩 사라졌다. 그러나 가려움은 심해졌다.




너덜지대의 좁은 길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면 로르까다.

과거 로르까의 주민들은 돈벌이를 위해 소금기가 많은 강물을 독이 있는 물이라고 속여 포도주를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맛 좋은 포도주 인심이 좋은 친절한 마을이다.

산티아고 길과 함께 만들어진 이 마을은 마요르 길 주위로 아름다운 건물들이 있으며 중세의 순례자들이 걸었던 마을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는 도로의 중간에는 작은 우물과 정원이 있어서 순례자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12시쯤 로르까를 지나는데 어떤 순례자가 나를 보더니 도로로 걷는다고 한소리를 한다. 그러다 말겠거니 하는데 도가 점점 심해지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순례자 야고보 성인의 제단화가 있는 Iglesia Parroquial de San Salvador와 13세기 고딕 양식 Iglesia de Santa Catalina는 지금도 그대로였다.

마을 출구의 N-11 고속도로와 연결되기 이전 왼쪽으로 나있는 좁은 길을 따라가다가 왼쪽으로 몬떼후라를 바라보며 자동차 도로 아래의 밭길을 지나게 된다.

지나온 마을들에 비해서 상당히 커다란 마을인 비야뚜에르따로 들어가기 전에는 지친 발을 쉬게 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숲이 이어지고 차가운 샘물과 빵 가게와 레스토랑, 약국이 있는 두 개의 광장을 가로지르면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고속도로 밑으로 나있는 터널을 통과하여 산 히네스 도로를 따라 걸으면 13세기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다리가 보인다.

에스떼야를 향하는 좁은 길을 만날 때까지 성당의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왼쪽에 올리브나무 사이로 산 미겔 성당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멀리 우르바사와 안디아 산맥이 보인다.

언덕을 다 올라가면 에스떼야를 향하는 가벼운 내리막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가면 2002년 산티아고를 향하다 이 길 위에서 숨을 거둔 캐나다 사람인 캐서린 킴톤을 추모하는 페레그리나의 묘비가 세워져 있으며 에스떼야를 통과하며 이후 리사라까지 순례자와 함께 걷게 되는 에가 강 위에 나무와 철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차도를 따라 계속 걸었는데 성 베레문도의 조각상이 서 있는 Iglesia de La Asunción도 보이지 않았고, 에스떼야 직전에 있는 Ermita de San Miguel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거리가 짧았음에도 날벌레의 집단 공격과 어느 순례자의 공격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날이었다.

에스떼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Iglesia del Santo Sepulcro도 보이지 않았다. 낯선 모습의 에스떼야에 순간 당황했다.

차도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는데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에스떼야를 벗어날 것만 같아 다리 아래로 이어진 샛길로 내려갔다. 그제야 익숙한 에스떼야가 눈에 들어왔다.




북쪽의 똘레도라고도 불리는 에스떼야는 1090년 산초 라미레스 왕이 에가 강가에 만든 계획도시로 바스크인, 유대인, 프랑스인 등 여러 인종이 모여 살았으며 왕이 주도한 개발로 인해 도시는 항상 부유했다.

좋은 빵과 훌륭한 포도주 그리고 모든 종류의 행복함이 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는 에스떼야는 프랑크족의 수공업자가 모여들어 상업이 번성했던 산티아고 길의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12세기 후반에 건설된 Palacio de los Reyes de Navarra에는 롤랑과 페라구뜨의 전투가 조각되어 있다.

현재는 에스떼야에 그림을 모두 기부한 화가 구스따보 마에추의 이름을 기념하여 Museo Gustavo de Maeztu로 부르고 있다.

현명왕 산초의 보호 아래 1187년에 건축된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 Iglesia de San Miguel Arcangel이 있고 나바로의 왕들이 선서를 했던 곳인 Iglesia San Pedro el Mayor는 현재 Iglesia de San Pedro de la Rua로 부르는데 언덕 위의 Iglesia de Santa Maria Jus del Castillo가 무너지면서 일부 붕괴되었다.




14시 15분 에스떼야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멍한 상태로 체크인을 하고 5번 룸을 배정받아서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오늘따라 배낭을 메고 계단을 오르는 게 너무 힘들었다. 3층까지 올라갔으나 4번 룸이 끝이었고 5번 룸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내려갔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나를 본 오스삐딸레라가 그제야 5번 룸은 1층에 있는 주방을 지나 마당 건너편에 있는 별채라고 알려준다.

짜증을 낼 기력도 없어 묵묵히 내 침대를 찾아갔다.

창고 같은 느낌의 5번 룸은 거의 찼는데 여차하면 여기서도 못 잘 뻔했다.

힘든 내색을 하며 매트리스에 시트를 씌우고 있는데 옆 침대의 한 서양인이 도와준다고 나선다. 하지만 내 시트에 누가 손대는 것이 싫어 거칠게 사양했다.




먼저 주방에 가서 양상추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바게트를 건네주어서 양상추 샐러드를 나누어 드렸다.

바게트에 치즈를 넣어 보카디요를 만들어 먹었고 크림치즈를 발라먹고 엄마손 파이를 먹었다.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기운 내서 샤워하고 밀린 빨래를 했다. 물집 소독을 하는데 주변으로 물집이 또 생겼고 발바닥 전체에는 발진이 생겼다.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는데 발꿈치가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왠지 낯익은 아저씨가 수박 한 조각을 건네주어 감사히 받고 보니, 아침에 바나나를 나누어 주었던 그 아저씨 같았다.

다시 침대로 오니 잘생긴 서양인이 괜찮냐고 말을 걸어온다. 누군가의 호의에 까칠하게 대했던 일도 있고 해서 다소 민망함에 건성으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자기는 미국에서 온 마이클이라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안심하란다. 엥?




충전할 곳이 없어 다시 주방으로 갔는데 국적을 알 수 없는 동양인 아주머니가 거대한 비닐봉지를 들고 와서 앉았다. 자두가 가득 들어있는 봉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먹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신기해 보였다.

폰을 충전하느라 주방에 계속 앉아있으니 아까 그 수박 아저씨가 무언가를 슬쩍 테이블 위에 놓고 간다. 처음엔 베리잼 바른 바게트 조각인 줄 알고 손도 대지 않았다. 그랬더니 다시 와선 과일이라고 알려준다. 제대로 보니 석류 반쪽이었다. 주는 건 감사하지만 자기소개도 없이 왜 자꾸 주는지 궁금해졌다.




메일을 확인하니 17,902원이 환불되었단다. 성당엔 더 자주 가야 할 것 같았다.

충전을 하느라 컴퓨터 책상에 계속 앉아 있었는데 그 아저씨가 또 수박을 가져다주었다. 충전이고 뭐고 너무 부담스러워서 침대로 돌아왔다.

가장 구석에 있는 내 침대 주변으로 매트리스가 잔뜩 쌓여있었는데 벽 쪽을 살펴보니 콘센트가 보였다.

밤에 충전하기로 하고 일단 침대에 누웠는데 룸에선 와이파이가 안 잡혀서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거대한 강당 같은 느낌의 5번 룸엔 벽을 따라 수십 개의 2층 침대가 놓여있었다.

각자 저마다의 일을 하고 있었는데 건너편 침대 위층에서 마사지를 빙자한 남녀의 스킨십이 도를 넘고 있었다.

젊은 여자와 노인이었는데 서로 아는 사이 같지는 않아 보였다. 여자는 브라와 끈팬티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받고 있었고 상의를 벗은 나이 든 남자는 여자 위에 올라타고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왠지 마사지라기보다는 몸을 쓰다듬는 수준이었는데 여자는 좋은지 웃고 난리다.

애매한 분위기라 다들 딱히 뭐라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지나가던 뚱뚱한 아주머니가 자기도 해달라고 하니 남자가 당황했다. 나중에 해주겠다고 하고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발바닥에 불이 난 것 같더니 발진이 심해지고 있었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거리인데 날씨가 맑아서 더울 것 같으니 좀 더 일찍 나서야 할 것 같았다.

절반만 걸으려고 했는데 결국 하루치 거리를 다 걷고 있었다.




마이클의 침대는 옆 침대의 아래쪽이었는데 낮에 매트리스에 시트를 씌울 때 도와주겠다고 하던 바로 그 남자였던 모양이다.

너무 까칠하게 대해서 두 번 다시 말을 건네고 싶지 않았을 텐데 자기소개를 하며 다시 말을 걸어준 걸 알게 되니 미안하고 고마웠다.

나의 호의를 누가 그렇게 짜증을 내며 거절했다면 두 번 다시 말을 건네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런 성격이 새삼 부러웠다.

사과도 할 겸, 내일 어디까지 가는지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부엔 까미노!




Puente la Reina→Estella 21.9km

○Puente la Reina/Gares (352M)
●Mañeru (447M) 5.2km
●Cirauqui/Zirauki (479M) 2.6km
-Iglesia de San Roman
-Iglesia de Santa Catalina
●Lorca/Lorka (463M) 5.5km
-Iglesia Parroquial de San Salvador
-Iglesia de Santa Catalina
●Villatuerta (428M) 4.5km
-Iglesia de La Asunción
-Ermita de San Miguel
●Estella/Lizarra (431M) 4.1km
-Palacio de los Reyes de Navarra
-Iglesia de San Miguel Arcangel
-Iglesia de San Pedro de la Rua
-Iglesia del Santo Sepulcro
-Iglesia de Santa María Jus del Castillo

661.7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Estella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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