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ella→Los Arcos
Day 43.
Tuesday, June 6
인기척에 눈을 떴고 짐을 챙기던 마이클과 눈이 마주쳤는데 대뜸 굿모닝? 인사한다. 그러면 정들어요, 마이클. 남자 친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아침 인사에 순간 당황했다.
별 뜻 없는 인사에 별 뜻 없는 인사로 답하면 그만인데 자다 깨서 받은 인사에 너무 놀라 뒤늦게 대답을 했지만 짐을 다 챙긴 마이클은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이제는 못 만나겠지? 부엔 까미노!
6시 반쯤 대부분 일어난 것 같아 나도 일어나 준비했다. 바나나를 먹고 누군가 두고 간 빵이 있었지만 키위만 챙겨 7시쯤 출발했다.
에스떼야에서 로스 아르꼬스까지 구글 지도에선 20km 4시간이 걸린다지만 내 걸음으론 13시쯤 도착할 것 같았다. 열심히 걸었지만 시작부터 힘들었다.
에스떼야의 알베르게를 나와 직진하면 두 개의 주유소와 아름다운 성당 건물을 지나고 나면 도시를 빠져나오게 된다.
포장된 도로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에스떼야와 거의 붙어있는 아예기에 도착하게 된다.
아예기는 산초 가르세스 4세의 양도로 이라체 수도원에 소속된 중세 교회의 영지였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바르에서 데사유노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곤 나도 크림치즈와 치즈를 넣은 보카디요를 꺼내먹었다.
대부분 몬떼후라 산 가까이에 있는 Monasterio de Santa Maria de Irache를 거쳐 아스께따로 가지만 이번에는 Fuente del Vino를 거치지 않고 아스께따로 바로 가기로 했다.
아예기에서는 포도주 수도꼭지로 순례자에게 유명한 이라체 수도원이 눈에 잡힐 듯 가깝다.
아예기 알베르게에서는 까미노의 첫 100km를 해냈다는 증명서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아예기에서 아스께따로 직접 가는 오른쪽으로 난 길을 택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몬떼후라 산 가까이에 있는 이라체 수도원을 거쳐 아스께따로 가기 위하여 오래된 N-111 고속도로를 건너가는 직진 도로를 택한다.
아예기에서도 까미노 사인을 잃어버리기 쉬우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으나 이라체 수도원을 지나는 것을 제외하고 두 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라체 호텔 부근에서 다시 만나게 되므로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데가스 이라체에 도착하면 포도주의 땅으로 들어온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한 잔의 포도주와 한잔의 샘물은 순례자의 마음을 풍족하게 적셔주는데 어쩌면 이러한 것은 까미노를 빙자한 포도주 마케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세시대 이 길을 힘없이 걸어야 했던 굶주린 순례자에게는 한 조각의 빵과 한 잔의 포도주는 엄청난 의미였을 것 같다.
나바라의 가장 유명한 수도원 중 하나인 이라체 수도원이 있는 보데가스 이라체를 지난다.
수도원을 지나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이라체 호텔이 나오고 호텔의 뒤 왼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산 미겔의 들판을 지나 자동차 전용 도로의 밑을 지나는 터널을 통과하면 까미노는 바위 투성이 산 위에 펼쳐진 떡갈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숲으로 난 구부러진 길을 따라가면 이내 언덕 위의 작은 마을 아스께따에 도착하게 된다.
아스께따는 마을광장 근처의 시원한 샘물 이외에 특별한 서비스가 없다. 그렇지만 아스께따에서는 개암나무 지팡이를 선물하는 빠블리또 할아버지를 만나 볼 수 있다.
아스께따에서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까지는 마을을 지나는 자동차 도로를 왼쪽으로 두고 마을을 나와 농장지대로 나서기 위해서 마을을 오른쪽으로 돌아나간다.
포도밭으로 난 까미노를 따라 걷다 보면 두 개의 아치를 가지고 있는 무어인의 샘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중세에 만들어진 샘터를 지나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에 도착하게 된다.
이 마을은 언덕 위에 솟아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조그만 까미노 마을로 성벽에 맞대어져 있는 바로크의 화사한 탑을 가지고 있는 산 안드레스 성당이 인상적이다.
10시쯤 토마토와 젤리를 먹었고 밀스틱에 크림치즈를 발라 먹었다. 먹거리가 없으면 불안해졌고 먹거리가 있으면 그 무게가 부담스러워 서둘러 먹어치우게 된다.
잘 먹고 다녀서 살이 찐 것 같은데 배낭이 전혀 불편하지 않더라니 끈이 풀려있었다. 다시 바짝 조여 맸다.
차도를 따라 아스께따에 접어들었다. 로끼스 산, 우르바사 산, 몬떼후라 산, 몬하르딘 산에 인접해 있는 아스께따 부근에는 치유의 효과가 있는 Fuente de La Pena가 있다고 한다.
Iglesia de San Pedro Apostol를 지나는데 차도와 까미노가 애매하게 겹칠 때마다 사람들이랑 마주치게 되면 눈치를 보게 되었고 무서운 순례자라도 만날까 봐 서둘러 도망치듯 벗어나야 했다.
이 모든 게 싫었지만 오늘도 걷고 있었다. 베드버그에서 벗어날 때까지 도착만이 목적이 되어버린 까미노라 정말 걷기 싫었다.
이럴 바엔 그냥 버스 타고 Santiago de Compostela로 바로 가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아직 두 달간 일정이 남아있는데 위약금을 물고 항공편을 변경하기엔 부담이라 지금으로선 저렴하게 버틸 수 있는 까미노를 포기할 수 없었지만 요즘 다리가 심하게 붓고 있어서 불안했다.
비야마요르 몬하르딘을 거치지 않고 들판과 나란히 나 있는 차도를 따라 걸었다.
예전엔 무심코 지나쳤지만 무심코 찍었던 사진에 남아있던 Fuente de los Moros도 다시 볼 기회는 없었다.
정상에 있는 Castillo de Monjardín은 Castillo San Esteban de Deyo로도 불리는데 현재 복구 작업 중이란다.
이 성은 10세기에 산초 가르세스가 이슬람교도를 물리친 데이오 빰쁘로나 왕조의 요새였다. 나바라의 산초 가르세스 1세가 이 성을 점령했었으나 이슬람의 왕 바누 까시에게 빼앗겼고 이 사건으로 인해 에브로 강의 비옥한 분지를 차지하기 위한 레콩키스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비야마요르 몬하르딘에서 머물 사람은 Iglesia de San Andres Apostol 부근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로 가면 된다.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을 나오면 끝날 것 같지 않는 까미노를 따라 아득한 포도밭 사이로 내려가야 한다.
우르비오라와 N-111 도로를 검정 버드나무 숲의 왼쪽으로 보면서 걷기 시작하는 이 길에서는 까미노 사인이 잘 표시되어 있으며 직진으로 나가는 넓은 농지를 지나기 때문에 로스 아르꼬스까지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그렇지만 탁 트인 공간을 침묵과 함께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집 생각이 날 수도 있고 지난 시간의 어려움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 길을 가기 전에 물통을 채울 수 있는 기회는 Urbiola에서 Olejua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와 만나는 교차점에 있는 우물뿐이다.
로스 아르꼬스에 이르는 길에는 간간히 밭을 일구는 농부와 순례자를 제외하면 드넓은 포도밭과 농장뿐이다.
오늘은 길가에서 풀 깎던 현지인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까미노는 저 쪽 길이에요!", "나도 알아요."
로스 아르꼬스에 도착하기 전 왼쪽에 있는 소나무 숲 이외에는 따가운 스페인의 햇살을 피할 그늘조차도 없으니 해가 따가운 시간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로스 아르꼬스는 15세기와 16세기를 거치면서 가스띠야 왕국과 나바라 왕국의 경계에 위치한 도시로서 두 왕국 어느 곳에도 세금을 내지 않으며 두 왕국의 상업적 특성을 잘 이용해 부를 축척했던 마을이었다.
발코니가 있는 아름다운 집들 사이의 조그만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길은 어느새 조그만 광장 왼쪽으로 Iglesia de Santa María를 지나 Puerta de Castilla를 통과하게 된다.
알베르게는 무네스로 향하는 도로를 건너 조그만 콘크리트 다리를 지나면 정면에 보인다.
오늘도 유난히 외로운 여정 끝에 13시쯤 로스 아르꼬스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2F 3번 베드를 배정받았으나 윗 침대인 4번으로 바꾸어 달라고 했다.
주방엔 냉장고가 있었지만 크림치즈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를 만들어 먹으려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학생들이 주방으로 몰려들어와서 밥은 미루기로 하고 먼저 씻었다.
빨래를 널면서 보니 독립된 곳에 도미토리 건물이 하나 더 있었는데 새로 만든 공간 같았다. 여기는 늦을수록 좋은 잠자리가 제공되는가 보다.
2층으로 올라가니 마이클이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전혀 다른 건물에 묵게 되어 서로 같은 알베르게에 있었는지도 몰랐을 뻔했다. 기둥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이었다. 나만 반가운 거겠지?
통마늘을 넣고 밥을 지어 카레가루를 넣어 카레 볶음밥을 만들었는데 이 또한 맛있었다. 비아나에서도 해 먹어야겠다.
느긋하게 먹으며 즐기고 있는데 나간 줄 알았던 마이클이 2층에서 내려오다 멈칫하는 게 보이니 괜히 신경 쓰였다.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반가우면 반갑다고 하면 되는데 내색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싫어한다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밥이라도 나누어 먹으며 얘기해도 되지만 이미 나누어 먹을 상태가 아니라 권하기가 좀 그랬다.
마이클은 내일 로그로뇨까지 간단다. 이제는 못 만날 것 같아 메일 주소를 알려 달랬더니 학교 계정의 메일 주소를 알려주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말 선생님이었는데 사진이 빛바랜 느낌이라 나이가 꽤 들어 보였다.
빨래는 금방 말랐지만 양말은 좀 더 널어두었다.
커피를 끓여서 침대에서 마셨다. 양말까지 걷어오고 장을 비웠다.
침대에 누워서 내일 일정을 확인하고 일기를 쓰니 19시 반이다.
오늘은 도중에 등산화 끈 한번 풀지 않았는데 오른쪽 발에도 물집이 생겼고 왼쪽은 물집 자리에 염증이 생겼다. 양쪽 다 발꿈치까지 빨간 점이 생겼다. 염증 같았지만 가려운 걸 보니 베드버그에 물린 것과 비슷했지만 잘 모르겠다.
내일만 고생하면 하루 걷는 거리가 줄어드는데 어쨌든 무사하길 빌었다.
비아나 성당 알베르게에 먼저 가보고 자리가 없으면 공립으로 갈까 했으나 저녁은 가능하지만 침대가 아닌 매트리스를 깔고 잔다고 해서 포기했다.
마이클이 굿 나잇 인사를 하고 침대로 간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인터넷 검색을 했지만 콘센트가 옆에 없어서 충전을 위해 21시 반쯤 하루를 마무리해야 했다.
Estella→Los Arcos 21.2km
○Estella/Lizarra (431M)
●Ayegui/Aiegi (486M) 2.0km
●Irache (520M) 0.4km
-Monasterio de Santa María de Irache
-Fuente del Vino
●Azqueta/Azketa (576M) 5.3km
-Iglesia de San Pedro Apostol
-Fuente de La Pena
●Villamayor de Monjardín (673M) 1.7km
-Iglesia de San Andrés Apostol
-Castillo de Monjardín 650m
(Castillo de San Esteban de Deyo)
-Fuente de los Moros
●Los Arcos (447M) 11.8km
-Iglesia de Santa María
-Puerta de Castilla
640.5km/775.0km
Albergue Municipal de Peregrinos Isaac Santiago -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