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63

Sahagún→El Burgo Ranero

by 안녕
Day 58.
Wednesday, June 21


오늘 걸을 거리는 구글로 18km 3시간 40분 걸린단다. 7시쯤 출발하면 12시쯤 도착하겠지만 무릎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관계로 일단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까지 가보고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출발은 했으나 속도가 나지 않는다. 오늘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나 없어 온몸으로 힘들다고 티를 내고 있었는지,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괜찮냐고 한 번씩 물어보았다.

한 명 한 명 답해주려니 그게 더 힘들어서 점점 짜증이 났지만 왠지 이 상황이 웃음이 나서 본의 아니게 미소로 화답하게 되었다. "나 안 괜찮다, 그래도 고맙다. 부엔 까미노!라고 얘기해 주곤 앞서 보냈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까미노가 이어지고 있지만 편의 시설이 부족하여 버스를 선택하는 순례자들이 증가하는 이 루트는 지난 며칠간의 메세따보다 훨씬 더 많은 아스팔트로 자칫 다리에 무리를 줄 수도 있으며 도로 주위의 나무들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아군에서 세아 강 위를 지나는 깐또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이 다리는 교통량이 많은 까닭에 여러 차례에 걸쳐 수리되고 증축되어 중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리를 지나면 N-120 도로의 왼쪽으로 이어져있는 좁은 까미노를 만나게 된다.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면 깔사다 계곡 주위의 캠핑장을 지나게 되는데 주위의 밀밭은 깔사다 시내까지 이어지며 여기에서 다시 작은 다리를 건너서 도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다시 도로를 넘어 도로 오른쪽 까미노를 걷다 보면 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오른쪽에 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다리가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두 가지 루트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오늘도 9시가 넘으니 불볕더위가 시작되었지만 어제에 비하면 조금은 나은 것도 같았다.

9시, 깔사다 델 꼬또에서 실수로 구글 내비가 꺼졌다. 어떻게든 불필요한 걸음을 줄이기 위해 필요했는데 중요한 순간에 꺼져 버려서 오솔길로 들어갔다 다시 도로로 나와야 했다.




지금 이 순간 스틱이 절실했다. 스틱이 있으면 정말 잘 사용할 것 같았다.

2년 전에는 스틱을 준비해 왔으나 쓰는 방법도 몰랐고 필요도 없었다. 들고 있으면 귀찮기만 해서 결국 배낭에 매달고 다녔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챙겨 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오늘 가는 곳까지만이라도 빌리고 싶었다.

그때 지나가던 여인 삼총사가 스틱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노! 땡큐"라고 답했다.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민폐를 끼치기 싫었나 보다.

하지만 2년 전의 내가 그랬듯이 까미노를 절반쯤 걷고도 스틱이 소용없었으면, 그냥 앞으로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해 보이는 누군가가 보이면 그냥 줘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뒤늦게 후회했다.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를 거쳐 엘 부르고 라네로로 가는 전통적인 까미노 프란세스를 걸으려면 깔사다 델 꼬또에 들어가선 안 된다. 따라서 다리를 건널 필요도 없다.

계속 직선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길은 끝없는 평원 위로 이어져 있고 작은 연못을 지나면 발데쁘레센떼 시내의 다리를 건너게 된다.

이윽고 오래된 뻬랄레스 성모 성당을 지나면 순례자 쉼터가 나오고 작은 시내를 건너면 1998년 이 길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인 순례자인 만프레드 크레스를 기리는 대리석 십자가를 만나게 된다.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는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보니 생각났다.

이제 10km를 걸어왔으니 멈출까도 생각했지만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굳이 머무를 필요는 없을 듯싶었다.

혼자서 마음껏 아파하고 싶은데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의 알베르게는 모임이 있는 곳이라 분명히 관심을 가질 테고 그 친절이 생각만으로도 부담스러웠다. 부담스러운 관심을 받지 않으려면 아파도 아프지 않다고 참고 있어야 할 텐데 그게 너무 싫었다.

쉬느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삼총사를 다시 만났다. 두 번째 만나게 되니 솔직히 아프다고 말했고, 그녀들이 건네준 아스피린을 먹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렇게 마을을 벗어났다.




마을 출구에서 앞쪽으로 작은 나무가 있는 길로 직진해야 하는데 이 길은 엘 부르고 라네로까지 자동차 도로와 평행하게 이어진다.

도로만 7km가량 이어져 있는 엘부르고 라네로 가는 길, 끝없이 이어진 도로 옆으로 나란히 까미노가 이어졌다.

이미 11시가 넘어서 조급해졌다. 그래서 속도를 내었고 머리 위로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로 향하는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통과하자 저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시간 만에 7.6km를 걸었다.

편안한 길이지만 자동차 도로와 평행하게 걷는 것은 정신적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머리 위 송전선을 지나 오래된 십자가상까지 지나치면 엘 부르고 라네로에 도착한다.

엘 부르고 라네로는 인구가 300명이 채 되지 않으나 순례자를 위한 각종 편이 시설이 준비되어 있는 작고 소박한 마을이다.

길가 들판에 나무판자가 세워져 있고 그 위로 여러 권의 책이 꽂혀있었다. 나름 책방 같은 분위기인데 비가 오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13시 15분 헤매지 않고 바로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이번엔 오스삐딸레라 2명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체크인을 하자 면 베개 커버를 지급해 주었다.

주방에 수프와 견과류와 양상추가 있었지만 샤워실이 비어서 먼저 씻고 빨래해서 널고 주방으로 갔다.

아까 길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던 동양인이 있었는데 한국인이었다. 여자도 한국인.

기력은 없고 갈증이 나서 일단 식탁에 앉아 양상추를 먹으며 수분을 채우니 14시가 넘었다.

그런 내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점심을 먹던 서양인이 자기 파스타를 나누어 주겠단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고, 식욕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한 눈에도 왠지 많아 보여서 먹어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포크를 가지러 주방에 가다가 한국이랑 마주쳤고 실내에서도 절뚝이고 있으니 무릎이 괜찮은지 물었다. 물집이라면 몰라도 무릎은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습관적인,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말했다.

그러자 쓰고 남은 근육통 크림이 있다고 주겠단다. 파스타 얻어먹고 설거지하고 올라와 근육통 크림을 바르니 시원하긴 했다. 그러나 진통 효과는 없었다.

잠시 쉬다가 커피 마시려고 내려갔는데 한국인이 디저트 타임인지 수박을 먹으라고 해서 한통을 샀나 싶어 따라갔더니 한 조각만 건네주었다. 그냥 한 말이었나 보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한국인이었으니까.




16시밖에 안 되었는데 자꾸 올라가서 쉬라고 한다. 빨래를 걷어와서 잤다. 여기만 오면 낮잠을 자게 되는 것 같다.

너무 더워서 깨니 18시, 도나띠보 알베르게의 특징을 따라 여기도 모임을 한다고 했는데 내려가기 싫어서 계속 누워 있었더니 땀이 줄줄 흘렀다.

19시쯤 모임이 끝난 것 같아 내려가서 다시 샤워하고 병아리콩을 먹었는데 너무 짰다. 우유에 시리얼이 더 나았다.

물을 끓이는 것보다 얼리는 게 효율적인 것 같아 까리온에서 받아온 물을 그대로 얼려서 마셨더니 시원했다. 갖고 있던 꼬마 생수병 3개를 모두 얼렸다.




이 더위에 내 발은 여전히 진물 투성이라 파리가 자꾸 꼬인다.

왼쪽 발뒤꿈치 쪽으로 붉은 발진이 잔뜩 생겼다. 뭔가 조짐이 안 좋았다. 첫 번째 양말은 너무 낡아서 버렸다.

오픈된 천정이라 계속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날씨도 더워서 오늘은 침낭을 안 꺼내려고 했는데 비닐 매트리스 때문에 땀띠가 생길 것 같아 꺼내서 깔았다. 또 덥다.




이를 닦으러 화장실에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다가 중국인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너무 힘들어서 화가 나있는 듯한 모습의 아주머니였다. 상황 때문이긴 하지만 서로 찡그린 모습만 보다가, 다리를 질질 끄는 서로의 모습에 갑자기 웃음이 빵 터졌다.

알베르게에서 쉬면서 괜찮아졌던 아주머니는, 계속 다리를 쓰지 못하는 내가 이상했는지 파스 반쪽을 건네주며 괜찮은지 물었다. 그래서 나는 붕대 감은 무릎을 보여주었고 아주머니는 그런 내가 안타까웠는지 이내 다시 와서는 파스 반토막을 더 주고 갔다.

무서운 아주머니는 아니었나 보다. 찡그리고만 있는 내 모습을 본 누군가도 무서워할지도 모르겠다.




21시가 되자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22시가 되자 떠들던 사람들도 올라와서 취침 준비를 했다.




Sahagún→El Burgo Ranero 17.6km

○Sahagún
●Calzada del Coto (821M) 4.3km
-Iglesia Parroquial de San Esteban
-Real Camino Frances
-Calzada Romana/Via Trajana
■Calzadilla de los Hermanillos (890M) 8.0km
●Bercianos del Real Camino (856M) 5.7km
-Ermita de la Virgen de Perales
●El Burgo Ranero (878M) 7.6km
-Iglesia Parroquial de San Pedro

347.6km/775.0km




Albergue de Burgo Ranero, Domenico Laffi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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