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Burgo Ranero→Mansilla de las Mulas
Day 59.
Thursday, June 22
4시 반 누군가의 알람에 잠이 깼고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무릎이 찢어질 것 같았다. 어제보다 더 심한데 이 상태로 걸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서 창을 닫으려는데 아래 침대에 누워있던 순례자가 그냥 두라고 한다. 그러더니 곧장 일어나선 출발해 버렸다.
다시 누워있다가 5시 반, 여러 명이 일어나 준비하는 소리에 나도 일어났다.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육 크림을 잔뜩 바르고 준비하다 보니 어느덧 6시가 되었다.
여전히 자고 있는 여인들을 보니 나도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오늘은 서둘러야 했다.
알베르게에 살고 있는 고양이 까밀라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지 않고 파리만 쫓아다닌다.
중국인 아주머니는 다친 게 아니라 그냥 근육통이 생겼던 모양이다. 하룻밤 쉬고 나니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래도 서로의 아픈 다리에 마음이 누그러졌는지 왠지 걱정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자기 팀에서 아침으로 먹고 남은 초코 라떼를 건네준다.
기차를 타고 레온으로 점프해서 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택시든 뭐든 타고 빨리 레온으로 가서 의사한테 가보라고 야단이다. 조금은 완강한 모습에 신경이 쓰였다.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속에 요거트는 포기하고 7시쯤 혼자 출발했다.
구글로 확인하니 오늘 걸어가야 할 거리는 19km 3시간 50분이 걸린단다. 까미노 어플보다 거리가 적으면 또 그게 은근히 희망적이었다.
마을의 밖으로 빠져나오려면 마요르 거리 끝에 위치한 성 뻬드로 성당을 오른쪽으로 두고 걸어 나가면 된다.
다음 마을인 레리에고스까지는 비야마르꼬스 외에는 어떠한 마을도 거치지 않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도로와 평행하게 지나게 되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순례자 쉼터와 샘터가 종종 있다.
비야마르꼬스로 향하는 교차로를 가로질러 직진하면 사아군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지나는 복선 철로 밑을 통과하게 된다.
10시쯤 까미노 루트에 새로 편입된 비야마르꼬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10km 이상 남은 상태였다.
11시 20분쯤 여기에서 완만한 언덕을 오르면 저 멀리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가 보이고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레리에고스다.
레리에고스 입구에는 오래되고 방치된 포도주 저장고가 눈길을 끈다. 마을에는 성 꼬르넬리오와 성 시쁘리아노에 헌정된 성당과 알베르게가 독특할 뿐 다른 인상적인 건축물은 없다.
마을 끝자락에는 보기만 해도 부러운 전원주택이 있는 곳이다. 넓은 정원에 예쁜 천막이 둘러쳐진 테이블이 마냥 부러웠다. 차가 나와서 혹시나 하고 쳐다봤지만 그냥 지나가버렸다.
레리에고스를 나오면 너른 밀밭이 펼쳐져 있고 멀리 지평선 너머로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의 높은 탑이 희미하게 보인다. 계속 걷다 보면 송전탑 밑으로 지나는 까미노를 따라 길이 끝나고 N-601 도로의 위를 지나는 보행자 다리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면 마을의 구시가지 입구가 보이기 시작하며 순례자를 반기는 동상이 있다.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는 뽀르마 평원과 에스라 평원 사이의 드넓은 포도밭과 온갖 종류의 과수원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도시로 토마토 요리와 재미있는 전설이 이어진 곳이다.
12시 반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 초입부터는 너무 힘들어서 차도를 따라 걸었는데 차까지 세우고 까미노 루트로 걸으라고 한참 동안 항의하는 파란 차는 마지막까지 힘들게 했다.
죽어도 좋다고 온 까미노였지만 죽지 않을 만큼만 고통스러운 게 문제였다. 근육이 찢어졌는지 무릎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적당히 걸어서 목적지에만 도착하자. 어머니가 아셨으면 뭐 하러 그 고생을 하고 있냐고 한소리 하셨겠지만 그럼에도 지난날의 고통에 비하면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좀 어여삐 키워주셨으면 이토록 무모한 참을성은 가지지 않았을 텐데. 어릴 때 발목이 부러졌을 때도 아프다고 티 내지 못했고 절뚝이며 다녀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들키면 혼날까 봐 사흘을 참다가 결국 어머니에게 말해서 병원에 갔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난 오래도록 아파도 숨기며 참아야 했다.
그래서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게 불안했다.
두 번째 고가를 지나서야 마을이 나타났고 성당이 보였다. 뽀르마 운하를 지나 만시야 데 무라스로 들어섰다.
오는 도중에 보았던 새로운 한국인 커플이 기웃대고 있어서 공립 알베르게까지 안내해 주었다. 오늘도 무사히 등록을 마쳤다.
오스삐딸레라가 절뚝대는 내 다리를 보더니 아픈 다리는 톱으로 자르면 된다고 농담을 한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
여전히 침대는 알아서 고르라고 하여 창가에 하나 남은 3번 룸 14번 침대를 선택했다.
주방엔 이미 한국인 커플이 음식을 하고 있었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어제 사이다 남이 그 커플에게 뭐라고 하는 소리를 얼핏 들었는데 그래서일까?
난 냉장고 속 무료 멜론부터 먹고 정신을 차린 후 씻으러 갔다.
간단히 빨래하고 커피 마시러 주방에 내려갔는데 냉동 채소 모둠과 쌀 그리고 소이 소스가 조금씩 남아있어서 볶음밥을 만들었다. 정말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다.
그리고 커피를 타서 냉장고에 잠깐 넣어두고 침대로 돌아왔다.
왼쪽 발목은 햇빛에 노출된 부분만 새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땀띠인 줄 알고 오늘은 일부러 짧은 양말을 신고 걸었다. 햇볕에 드러난 발목 부분은 양말과 바지단 라인 따라 발진이 심해져서 햇빛 알레르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노출된 오른쪽 발목은 멀쩡한 걸 보면 왼쪽 다리 상태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왼쪽 다리는 퉁퉁 부어있었다.
주방에서 가져온 콘스낵과 함께 산미겔 맥주를 마셨고 다 마신 맥주캔에 커피를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가지고 있던 꼬마 생수병도 다리 마사지를 위해 냉동실에 모두 넣어두었다.
오늘 신은 양말이 구멍이 나서 버릴까 하다가 혹시 몰라 빨아서 널어두고 다 마른 빨랫감을 걷어왔다.
걷기 싫다. 이러고 있는 나에게도 짜증이 났다.
날씨가 더우니 베드버그에 공격을 받은 온몸은 가려워 죽을 것 같았다. 발꿈치와 발목의 통증도 가시지 않았다. 이제는 무릎의 통증까지 더해져 걷는 게 고통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연히 걷는 게 즐거울 리가 없다. 레온에 간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냥 아스또르가로 가버릴까? 그곳에 있다는 한국인 오스삐딸레라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그런데 한국인이 있을까? 2년 전에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가보니 이미 그만두었다고 했다. 사발디까 오스삐딸레라가 얘기했으니 이번에는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된다.
내일은 일찍 나서야겠다. 9시만 넘어도 땡볕인데 속도가 더디니까 걷는 게 더 짜증이 났다. 이렇게 찡그리고 다니면 보는 순례자도 짜증이 날 것 같았다.
이번 주 토요일이 무슨 날이라고 모든 마트가 문을 닫는단다. 오늘 일정을 이틀로 나누었으면 레온에는 토요일에 도착하게 되었을 텐데 그랬다면 큰일 날 뻔했다.
27km가 되는 아스또르가 가는 일정만 이틀로 나누고 20km가 되는 빠라모 가는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단체로 저녁을 만들어 먹는 팀이 남긴 아보카도가 테이블에 방치되어 있었다.
18시가 가장 더운 것 같았다. 오늘도 여전히 땀이 줄줄 흘러내려서 맥주캔에 담아 얼린 커피는 살얼음 상태로 원샷하고 물을 다시 끓여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얼린 생수병 하나를 가져와 어제처럼 발에 냉마사지를 해주었다. 계단 내려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무릎을 굽히는 게 고통이었다.
스틱이 있으면 정말 잘 사용할 것 같았다. 정말 절실한 순간이었다. 이래도 걸으면 또 걸어지겠지.
침대 창가에 방치된 먹다 남은 칩을 먹어치워 버렸다. 22시가 넘도록 골목 옆 바르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룸 순례자들도 늦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다들 슬기로운 까미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부러웠다.
El Burgo Ranero→Mansilla de las Mulas 19.2km
○El Burgo Ranero (878M)
●Villamarco
●Reliegos (822M) 13.0km
-Iglesia Parroquial de San Cornelio y San Cipriano
●Mansilla de las Mulas (799M) 6.2km
-Iglesia Parroquial de Santa María
-Santuario de la Virgen de Gracia
-Villaverde Sandoval
-Puerta Castillo de Santiago
-Río Esla
-Río Porma
-Canal de Porma
328.4km/775.0km
Albergue Municipal Amigos del Peregrino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