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silla de las Mulas→León
Day 60.
Friday, June 23
5시쯤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주방에는 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순례자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새벽임에도 여전히 절뚝이는 나를 보곤 프랑스인 모녀가 걱정해 주었다. 하루를 걷고 나서 근육통으로 고생하더라도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지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금쯤이면 다리도 적응이 되어 통증 없이 까미노의 즐거움을 느낄 때였다.
무언가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는지 얼음을 챙겨주어 얼음찜질을 하는데 무릎뿐만 아니라 정강이와 발목까지 퉁퉁 부어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국인 커플이 레온에 무료 진료소가 있다고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은 없고 이 상태로 막연하게 찾아다니기는 싫었다.
냉장고에는 수박 반통이 남아있었는데 물 대신 조금 꺼내 먹고 냉장고에 다시 넣어두었더니 또 다른 한국인 커플이 등장했다. 수박을 꺼내길래 들고 가려던 걸까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내비를 켜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7시쯤 출발했다.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에서 레온에 이르기까지는 대부분 평탄하여 걷기에는 무리가 없다.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를 나와 뿌엔떼 비야렌떼에 이르는 구간은 에스라 강을 지나서 드넓은 경작지와 뽀르마 강에 이르는 상쾌한 구간이고 몇몇 인가와 농업용 창고를 지나 N-601 도로와 나란히 걷게 되어 다소 지루한 구간이 이어지다 뽀르띠요 언덕을 넘어 레온 시가지 외곽의 초입부터는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를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마을 끝을 지나는 에스라 강 위에 있는 돌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 까미노 사인을 따라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그러면 로마시대의 유적지가 남아있는 비야모로스 데 만시야까지 N-601 도로와 평행하게 이동할 수 있다.
여름에 이 구간에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바라기 밭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비야모로스 데 만시야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성 에스떼반 성당이 있으나 빵 가게 이외에는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오늘은 무릎이 더 아팠다. 소염 진통제를 먹었으나 한참 후에 효과가 나타났다.
7시 50분 레온까지 14km라는 도로 표지판을 보니 이대로 차도를 따라 쭉 가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멍하니 서서 바라보기도 했다.
걸음을 내디딜 때는 참을 만했으나 다리를 들어 올릴 때마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밀려왔다.
다리를 끌다시피 걸어야 그나마 참을만했기에 길 위의 조그만 돌멩이는 엄청난 자극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10시간 같은 10분이 지났을 때였다.
까미노 흙길과 나란히 나있지만 조금 높이 있는 차도를 따라 발을 질질 끌며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나에게 까미노 루트로 내려오라고 했다.
무릎이 아파서 흙길보다 포장길이 편하다니까 그래도 흙길이 무릎에 더 부담이 없다면서 내려올 때까지 계속 서서 기다리고 있겠단다.
갈등을 하는 찰나 흙길로 내려오면 스틱을 주겠단다. 그렇게 필요했던 스틱을 준다는 말에 울컥했고, 그 말이 나를 움직였다.
오늘 하루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니 자기도 오늘 레온까지 간단다. 오늘 머물 알베르게를 알려주며 이따 가지러 오라고 했지만 자기에겐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스틱을 내게 선물하겠단다.
정말 고맙고 또 고마웠다. 자기도 힘들 때 누군가로부터 얻었던 것인데 이제는 내가 더 필요한 것 같다며 기꺼이 나에게 주겠단다.
미국에서 왔다는 검은 피부의 그녀는 나의 건강을 빌어주며 떠나갔고 나는 고마움에 한참을 서서 울고 있었다. Thanks, Astrid!
정신을 차리고 보니 8시 40분이다.
N-601 도로 표지판 313km 지점을 시작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걷다 보니 어떻게 스틱을 잡아야 하는지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2년 전엔 스틱의 도움이 필요 없어서인지 손에 익지 않아 불편하기만 했다.
무릎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생겨서인지 누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스틱을 잘 잡게 되었고? 다리가 한결 편해졌다.
비야모로스 데 만시야의 벤딩머신 존을 지나는데 어느 순간 스틱 소리가 이상해서 확인하니 한쪽 팁이 사라지고 없었다.
귀한 스틱인 데다 포장도로에서 충격을 흡수해 주는 고무팁이라 힘들어도 애써 찾으러 돌아갔고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마을 중심의 쁘로세시오네스 거리를 지나면 작은 농장이 나오고 이곳을 통과하면 자동차 도로가 나오며 이 도로 옆으로 까미노가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서 진행하여 그라데페스 수도원으로 향하는 교차로를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는 까사블랑까라는 클럽이 있다.
뿌엔떼 비야렌떼는 뽀르마 강 위의 다리만 건너면 되는데 마을로 들어가는 이 다리는 까미노 데 산띠아고에서 만나는 가장 훌륭한 다리 중 하나지만 독특하게 휘어진 모양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뿌엔떼 비야렌떼는 다리에서 시작하여 마을 초입의 오래된 병원 건물과 교통량이 많은 N-160 도로를 따라 바르, 알베르게 등 순례자를 위한 시설들이 길쭉한 형태로 모여 있는 마을이다.
뿌엔떼 데 비야렌떼에서 에스떼야의 그 마사지 남자를 만났는데 내게 에너지를 줄 거라며 하얀 깃털 하나를 건네주었다.
젊은 여자만 보면 치근덕대는 이 늙은 남자를 애써 외면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그럴 여력조차 없었다. 고맙다고 받아 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벗어났다.
뽀르마 강변에 위치한 마을의 출구를 나와서 보냐르와 산 이시드로로 향하는 도로를 지나쳐서 계속 걸어야 한다.
길은 N-160 도로의 오른쪽으로 도로와 잠시 떨어진다. 잠시 후 산 펠리스모로 향하는 길을 지나치면 짧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을 만나게 되며 이 언덕을 오르면 아르까우에하에 도착하게 된다.
순례자를 위한 샘과 알베르게가 있는 언덕 위의 이 마을은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마을 끝에 있는 공동묘지를 지나 부드러운 흙으로 만들어진 까미노를 걷게 되는데 이 길은 발데라뿌엔떼로 이어지나 이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까미노를 벗어나야 한다.
아르까우에하에서 발데라뿌엔떼를 지나는 까미노에서 몇 개의 공장 건물과 농작물 창고를 지나면서 지루함을 느끼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꼬르비요스와 발데프레스노를 지나는 도로를 만나게 되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까미노를 따라 N-601 도로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는 다소 복잡한 공장지대가 나오는데 이 공장지대를 통과하면 뽀르띠요 언덕의 정상이다.
언덕의 정상에는 16세기 스페인의 독특한 건축 양식인 쁠라떼레스까 장식이 흥미로운 산 마르꼬스 호텔이 있다.
오늘은 까미노 천사 말대로 까미노 루트를 따라가려고 했으나 레온까지는 어차피 도로 구간이다.
레온 대성당이 희미하게 보이는 뽀르띠요 언덕의 정상에서는 반드시 도로 왼쪽의 길로 걸어야 한다.
언덕 내리막에서는 N-160 도로가 4차선으로 변하고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때문에 도로를 횡단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파란 고가다리로 건너가는 화살표를 놓쳤는지 막다른 곳이 나왔다.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힘들어서 차가 생생 달리는 고속도로를 횡단했다.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하게 되었다.
레온에 진입은 했으나 구시가지까지 여전히 4km가 남았다.
내리막에서는 평소보다 더 속도를 늦추어 걷는 것이 무릎과 발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내리막을 내려와 뿌엔떼 까스뜨로를 지나면 까미노 사인은 또리오 강의 다리를 지난다. 알깔데 미구엘 까스따뇨 거리를 따라가면 레온 시가지로 들어가게 된다.
페르난데스 라드레라 교차로에서 잠시 까미노 사인이 나뉘지만 왼쪽으로 꺾어지는 화살표를 따라 공립 알베르게로 갈 수도 있고 아님 직진하여 구시가지로 향하면 산따 마리아 광장에 있는 까르바할 수도원 알베르게로 갈 수도 있다.
구시가지 진입을 앞두고 한 아저씨가 뭐라고 말을 건네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그냥 보냈는데 어느 알베르게 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한 여인이 나섰다. 나랑 쭉 같은 알베르게에 머물렀다며 나보고 여기 알베르게에 같이 머물자고 제의했다. 그래도 거절하자 이 알베르게에 간호사가 있단다.
아저씨는 내 무릎 상태가 안 좋으니까 오늘은 가까운 곳에 머물라고 했고, 그럼에도 내가 계속 걸어가니까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한 모양이다. 그래서 난 간호사만 잠깐 불러달라고 부탁했는데 자꾸 말을 둘러대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고맙지만 난 베네딕뜨 알베르게로 가겠다고 하고 출발하는데 그중에서 세 사람이 나를 따라나섰다.
남자는 내 배낭을 대신 들어주겠단다. 베드버그 문제도 있고 자기 배낭도 있는 그 사람에게 미안해서, 진심으로 거절했다. 자기는 나보다 튼튼하다며 배낭을 강제로 벗겨내 갔는데 제대로 메지 않으면 힘이 더 드는 게 배낭이었다.
앞으로 둘러멘 배낭은 그에게도 부담이었을 텐데 이런 민폐가 다 있을까 싶어,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먼저 말을 걸었던 나이 든 여자는 레온에서 쉬어라, 배낭을 부쳐라, 병원에 가라, 약국에 가라는 등 옆에서 끊임없이 귀찮게 했지만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익숙한 구시가지에 진입했고 14시 10분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배낭을 대신 들어주어도 힘든 건 똑같았다. 배낭의 무게 때문이 아닌 모양이다.
삼총사는 나를 오스삐딸레라에게 유창하게 인계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단다. 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듯하니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아까 그 알베르게로 다시 돌아가려나?
체크인을 하니 세요만 찍어주고는 오스삐딸레라가 침대까지 배낭을 대신 들어주었다. 그리고 배낭이 무거우니 무릎이 아픈 거라며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아래 침대를 쓰라니 오늘은 그러기로 했는데 시트가 깨끗하지 않았다. 일단 씻고 자리로 돌아오니 오스삐딸레라가 다시 와서는 병원에 갈 거냐고 묻는다.
무료 진료소가 있으면 가겠다니까, 알았다며 그냥 가버렸다. 좀 알아봐 주지.
얼음찜질이 절실해서 우선 주방에 가서 물통에 물을 채워 냉동실에 넣어두고 시원하게 마실 차 한잔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와이파이 비번 확인하고 빨래를 널어두고 돌아오니 다른 오스삐딸레라가 나를 보더니 아이스를 준비해 주겠다고 한다.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것 같아 고마웠다.
마당 의자에 앉아서 아이스 바스켓에 다리를 담그고 찜질을 하고 있으니 스페인 삼총사가 다시 등장했다. 오늘은 여기서 머무르기로 했단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이름과 메일 주소를 물었다. 배낭을 들어주었던 남자는 Juanjo, 여자는 Elisa, 끝까지 걱정해 주며 잔소리를 했었던 그녀는 Agnés, 나도 Agnes라니까 스페인에서는 잘 쓰지 않는 이름이라며 신기하단다.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다가 아쉬워서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모두 스페인 현지인들이었고 길을 걷다 친해진 케이스였다.
얼음이 다 녹고 물도 따뜻해질 무렵, 찜질을 멈추고 물통을 치우려고 하니 오스삐딸레라가 대신 정리하겠다며 그냥 가라고 했다.
찜질을 하고 나니 부기는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보카도와 수박을 얻어먹고 마트로 갔지만 레온에서 하루 더 머무를지 아닐지 아직 결정하지 않아서 비상용으로 스틱과자만 사 왔다.
삼총사는 마당 의자에 앉아서 그들끼리 얘기 중이라 조용히 내려왔다. 레몬 맥주와 비스킷, 아보카도로 배를 채웠다.
얼린 물통 하나를 챙겨 와서 찜질을 계속했다. 빨래도 걷어왔다.
매트리스와 베개가 너무 지저분해서 그냥 쓸 수 없었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부직포 베개커버를 꺼내 베개에 씌우고 누워서 마리아와 톡을 했다.
아이스를 가져다주었던 오스삐딸레라가 지나가다가 매트리스 커버는 왜 안 씌우고 있냐고 뭐라고 했다. 커버는 받은 게 없으니 구입하라고 하는 건가 싶어 가만히 있으니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리곤 매트리스 커버를 하나 가져다주었다. 고마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고맙다고 하고 보니 체크인한 다른 침대에는 모두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혹시나 싶어 리셉션에 가서 확인하니 부직포 커버는 체크인할 때 무료로 나누어 주는 거란다. 원래 지급해 주는 커버를 미리 챙겨주지 않은 셈이다. 자기네가 챙겨주지 않고는, 씌우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니 기분이 상했다. 배낭 들어주는 수고 대신 커버나 잘 챙겨주었으면 서로 불편하지 않았겠지. 베개 커버도 하나 챙겨서 내려왔다.
그러고 보니 티켓도 받지 않은 게 생각나서 체크인을 도와주었던 오스삐딸레라에게 가서 얘기하니 여기 알베르게엔 티켓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왠지 낮에 보았던 그녀들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었다.
벌써 22시다. 마이클에게 메일이 왔다. 답장을 하고 아스트리드에게도 감사의 메일을 보내려다 조금이라도 괜찮아졌을 때 보내기로 했다.
Mansilla de las Mulas→León 18.1km
○Mansilla de las Mulas (799M)
●Villamoros de Mansilla
-Iglesia de San Esteban
●Puente de Villarente (805M) 6.3km
-Puente de Villarente
-Hospital de Villarente
●Arcahueja (853M) 4.2km
-Alto del Portillo
●Valdelafuente
●Puente Castro (825M) 5.5km
●León (844M) 2.1km
-Catedral de las León
-Real Basilica de San Isidoro
-Iglesia de San Marcelo
-Iglesia de Santa María del Mercado
-Casa de Botines
-San Marcos
-Palacio de los Guzmanes
-Barrio Humedo
310.3km/775.0km
El Arbol 0.50€
Colines Integrales 250g -0.50€
Albergue Santa María de Carbajal -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