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68

Hospital de Órbigo→Astorga

by 안녕
Day 63.
Monday, June 26


오늘도 새벽 2시쯤 인기척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다리가 아파서 정말 힘들었다. 비까지 오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비가 너무 와서 걸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행복한 까미노를 위해 비가 오는 날엔 무조건 쉬기로 마음먹었지만 지금은 걸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걸어두어야 했다.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을 때가 아니라면 난 여전히 걸을 생각이다.

으슬으슬 추워서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오늘도 무사하길 빌어본다.




눈을 뜨니 7시쯤 되었는데 모두 떠나고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아스또르가까지 15km 거리라서 조금 일찍 나서려고 했는데 늦었다.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에서 까미노는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레알 까미노를 걸으려면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구 시가지와 평원과 농경지를 지나는 길로 이어진다.

중간에 오른쪽으로 산 펠리스 데 오르비고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치면 비야레스 데 오르비고에 이르기까지 북서쪽으로 루트가 이어진다.

산 후스또 데라 베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샛길들이 있지만 노란 화살표만 따라 걸으면 된다.

비야레스 데 오르비고에서 산띠바녜스 데 발데이글레시아스까지는 계속 걷다보면 세탁소와 과수원을 만나게 되고 마을에 들어서면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돌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게 된다.




나는 산띠바녜스 데 발데이그레시아스를 지나쳐 좌회전한 후에 도로를 따라 걸었다.

예전에도 이 루트를 걸었는데 조금 무섭긴 했지만 길이 편했던 탓에 이번에도 이 길을 선택했다.

절뚝일 힘조차 없어서 다리를 질질 끌고 있었지만 스틱에 의지를 하다 보니 팔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서 아프기 시작했다.

오늘은 제법 속도가 나는 것 같지만 점차 통증이 심해졌고 또다시 힘들어졌다. 이렇게 계속 걸어도 되는 걸까?




9시 반, 누군가 빵빵거리더니 저만치에 멈추어 선다. 또 왜 그러는 걸까? 불안한 마음에 멈추어 서있으니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다가왔다.

대뜸 아스또르가 가냐고 묻는다. 태워주려나 보다. 무조건 그라시아스! 혹시 이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마 탔을 것 같았다.

그런데 타자마자 까미노 루트는 저 쪽 길이라며 잔소리부터 한다. 무조건 데나다!

산 빠우라는 빠블로의 도움으로 10시 전에 아스또르가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청소 중이던 오스삐딸레로가 바깥에 나와있었는데 빠블로 아저씨가 대신 얘기해 주었다. 다친 순례자라 태우고 왔다고.

하지만 11시 오픈이라고 배낭만 맡기고 까페라도 갔다 오라고 했다. 슬쩍 물어보니 한국인 오스삐딸레라는 없단다. 몇 년째 왜 이런 헛소문이 돌고 있는지 모르겠다.

임무를 마친 고마운 빠블로 아저씨는 떠나고 나는 알베르게 앞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오스삐딸레로가 나와서 옆에 앉는다.

스페인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통역을 해보아도 오류가 나기만 할 뿐 제대로 통역이 되지 않았다.

오스삐딸레라가 되고 싶었고 그 방법을 알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런 몸으로 왔으니 이번에는 틀린 셈이다.




내가 혼자 외로울까 봐 걱정된 모양이지만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힘이 되었던 아저씨는 10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같이 들어가잔다.

휴게실에 앉아서 기다리니 일본인 오스삐딸레라가 나와서 말을 건넸다. 같은 동양인이라 일본인이 한국인으로 소문이 났던 걸까? 다시 물어보았지만 현재 까미노 오스삐딸레라 중에 한국인은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얼음팩을 가져다주어 찜질하고 있다가 11시가 되어 1순위로 체크인했다.




어머니에게 톡이 와있었는데 동생네가 출산을 했단다. 뭐가 그리 급해서 여섯 달 만에 세상에 나와버린 조카. 어쩜 좋아, 건강하지 않으면. ..으로 시작한 내 기도는 그저 꿈이었나 보다.

지금 내 무릎이 문제가 아니었다. 넉 달이나 먼저 나오고도 건강할 수 있을까? 하느님, 도와주소서.




절망에 빠져있는데 오스삐딸레로가 목발을 가져다주었다. 처음 써보는 목발이라 어색했지만 손으로 잡는 스틱보다는 팔에 걸치는 서양식 목발이 한결 편했다.

샤워하고 침대로 오니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에서 같은 방을 썼던 일본인이 체크인을 했다. 도깨비 공유에게 푹 빠져있던 그녀는 어제도 나를 붙잡고 한참 동안 공유 이야기만 했었다.

약이 필요했던 나는 염치없지만 소염진통제를 얻어보기로 했다. 각자 필요에 의해서 챙겨 왔을 터이다. 이 또한 민폐라 생각했던 나는 무언가를 먼저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쯤이면 다들 약이 필요 없어질 즈음이니 일단 조심스레 말을 꺼내보기로 했다.

한 한국인은 내키지 않는 듯 두 알을 건네주었지만 그럼에도 고마웠다. 또 다른 한국인은 약이 없다더니 도깨비 홀릭 일본인에게 얘기를 했는지 그녀가 대신 약을 얻어다 주겠단다.




주방에 가니 달걀이 있어서 달걀 프라이를 했는데 기름이 없어서 팬에 그냥 눌어붙어버렸다.

달걀을 삶는 동안 빨래하러 내려갔다. 이곳 알베르게를 사랑하는 이유가 건물 뒤편의 전망 때문이었다. 여전히 흐린 날씨라 불안하지만 빨래를 하기 위해 철제 계단을 내려가는데 목발을 짚고 내려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간신히 빨래를 널어두고 올라와 삶은 달걀을 먹는데 흰자조차 익지 않은 상태라 다시 익혔으나 여전했다.

혼자서 달걀을 먹고 있는데 어느 서양인이 아스피린을 슬쩍 건네주었다. 어떻게 알았나 싶었더니 같은 룸 사람이었고 옆에서 내 얘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어느덧 14시, 침낭을 햇볕에 소독하고 싶은데 계속 흐려서 어쩔까 고민했지만 이내 들고 내려가 아예 빨아버렸다.

햇빛이 났다 흐렸다를 반복했지만 다행히도 비는 오지 않았다.

근처에 Gadis가 있어서 드디어 Plum Cake를 샀다. 바게트 0.36€은 동전으로 맞추어 내고 지폐 5€를 추가로 냈는데 거스름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잔돈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도 모르고 돌아왔다.




다시 갈까 말까 고민하다 나서는데 일본인 오스삐딸레라가 앉아있었다.

확실히 노!라는 답변이나 듣고 포기하자 싶어서 다시 물어보았다.

오스삐딸레라가 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런데 여기는 협회가 있다고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며 일단 문의 메일을 보내란다.

서류를 보낸 후에 면접을 거쳐야 하는데 담당자가 내일이라도 들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단다.




내용을 듣고 나서는데 비가 온다.

다시 들어와서 침낭을 베란다 빨랫줄에 널고 나니 비가 그친다.

가디스로 가서 손님이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산대로 가서 얘기했다. 누굴 부르고 영수증을 달라고 해서 금방 해결되는 줄 알았으나 모두 계산하고 나갈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게 했다. 결국 받아내긴 했지만 그깟 몇 푼 때문에 이런다고 얼마나 그럴까 싶어서 좀 창피하긴 했다.




붕대를 감은 무릎에 발진이 생겼다. 울긋불긋한 데다 곳곳에 피부가 퍼렇게 변하고 있어서 더 불안해졌다.

요즘엔 벼랑 끝에 내몰아서 떨어질 것 같을 때만 간신히 구해주는 느낌이라 왠지 서운했다.

라바날 델 까미노 수도원에 계시다는 신부님께 톡을 보냈지만 읽고도 답이 없어 침울했는데 20시쯤 답이 왔다.

그러나 수도원 알베르게는 목요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다. 그런데도 내일 당장 택시 타고 와서 사립 알베르게에 머물라고 하시는데 2년 전에 머물렀던 바로 그 알베르게였다.

근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다쳤으니 여기서도 2박 이상이 가능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괜히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 잠시라도 편히 지내려고 수도원으로 가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사립 알베르게에 머물 거면 그냥 여기서 지내는 거랑 뭐가 다를까 싶었다. 그곳은 산골이지만 이곳은 편의시설도 있고 주방까지도 있는 상황이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랐나 보다. 25€면 택시를 탈 수 있다는데 가진 자의 여유인가 보다.

되는 일 하나 없는 와중에 큰 사고는 없었으니 다행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내게 남아있는 복이 갓 태어난 아기에게 간 것이라면 좋겠다.

침낭을 한번 더 확인하고 냉동실에 넣어둔 팩을 가져와서 얼음찜질했다.

그런데 배가 가려워서 보니 잔잔한 발진이 생겨있었다. 이젠 공포가 되고 있는 상황, 날씨가 흐리니 베드버그도 활개를 치는 것 같았다.

고민이 많아지니 두통이 가시질 않고 잠도 오지 않았다.




Hospital de Órbigo→Astorga 16.1km

○Hospital de Órbigo (822M)
●Villares de Órbigo (827M) 2.2km
●Santibáñez de Valdeiglesias (850M) 2.5km
-Iglesia Parroquial de la Santisima Trinidad
●San Justo de la Vega (849M) 7.6km
-Iglesia de los Santos Justo y Pastor
-Crucero de Santo Toribio
●Astorga (873M) 3.8km
-Catedral de Santa María
-Palacio Episcopal
-Ayuntamiento
-Muralla Romana
-San Marcos

260.5km/775.0km




Gadis 1.35€
Plumcake 400g -0.99€
Baguette 250g -0.36€
Albergue Publico de Peregrinos Siervas de María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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