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orga→Santa Catalina de Somoza
Day 65.
Wednesday, June 28
6시, 비가 쏟아붓고 있었다. 오늘 하루 더 머물러야 하나 보다며 포기하려고 했는데 7시쯤 어느샌가 하늘이 개고 있었다.
같은 방의 또 다른 한국인에게 소염진통제가 있는지 물었다. 한국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약이라 있을 때 확보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큰 용기를 냈다. 물어보니깐 주긴 하는데 왠지 시큰둥하다. 괜히 용기를 냈나 보다. 종근당의 터논 두 알을 건넨다.
일본인 오스삐딸레라와 마주쳐서 오늘 떠나겠다고 말하니 배낭은 부치라고 조언한다. 무릎의 부담은 줄겠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 내 무게를 견디기로 했다.
준비를 하고 있는데 또다시 비가 쏟아진다. 먹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이 드문드문 보여서 일단 출발하기로 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은 늦어도 상관없어서 날씨가 좋아지길 기대하며 그렇게 다들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앉아있었다.
주방에는 단체팀이 남기고 간 음식들이 많았지만 미련을 버렸다. 빵도 주스도 우유도 비스킷도 파스타 소스도 많이 남겨져 있었지만 먹을 여력은 되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8시 반 하늘이 개는 듯하여 출발을 서둘렀다.
알프레도 아저씨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 수줍어하면서도 포즈를 취해준다. 청소할 때 입고 있는 앞치마에 일본어로 이름이 새겨져 있는 걸 보니 일본인이 선물해 준 건가 보다.
아이스 팩이랑 목발을 반납하고 마지막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떠나기 정말 싫었지만 마지막 점검을 하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아쉬움에 뒤돌아보니 3층 창가로 알프레도 아저씨가 보여서 손을 흔들었다. 누군가와 얘기 중이라 나를 보지 못한 듯했다.
이곳에서라면 오스삐딸레라로 지내어도 좋을 것 같았다. 환경이 좋아서 오고 싶었던 곳인데 이제는 알프레도 아저씨 때문에 오고 싶어 졌다. 그런데 오스삐딸레라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산따 마리아 대성당을 지나 도시 출구의 산 뻬드로 성당을 지난다.
마드리드와 아 꼬루냐를 연결하는 오래된 N-VI 도로를 건너 산따 꼴롬바 데 소모사 길로 접어들게 된다.
건널목에는 바르와 상점들이 늘어서 있으며 까미노 사인을 따라 계속 직진하여 발데비에하스 소성당 쪽으로 오래된 에세 오모 수도원을 만나면 발데비에하스다.
아스또르가를 벗어나는데 한 시간쯤 걸렸던 것 같다. 기온이 내려가서 손이 시렸지만 걷기엔 좋은 날씨였다.
오늘 라바날 델 까미노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무리하기 싫어 예정대로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까지만 걷기로 했다.
마을을 지나 공장 지대를 지나면 A-6 도로와 만나게 되는데 도로를 지나면 까미노는 세 갈래로 갈라지지만 헤르가 강의 다리 앞에서 다시 만난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로 이어지는 길을 택할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서 까스뜨리요 데 로스 뽈바사레스를 들려볼 수도 있는데 이곳을 지나는 길은 붉은 황토 빛의 부드러운 땅이다.
까미노 루트를 따라간 것 같은데 2.2km를 돌아서 까스뜨리요 데 로스 뽈바사레스로 갔다.
마을의 출구에는 작은 운동장이 있는데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 직전의 레알 까미노와 만나기 전까지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서고트식 이름을 가지고 있는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에는 17세기에 만들어진 마라가떼리아 전통양식의 소박한 집과 산 에스떼반 성당과 같은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흰색의 작은 자갈로 이뤄진 황토 빛의 길로 이어지는데 마을을 등지고 이어지는 이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로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까지 이어진다.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바람이 거세어져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버티면서 걷느라 무릎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
그렇게 걷고 걸어 12시 15분쯤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에 도착했다. 흡사 제주도 풍경을 닮은 마을 입구에 알베르게가 나란히 있어 첫 번째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10인실 창가 쪽 1층을 선점하고 2층은 잠자는 것으로 찜했다. 이미 누군가의 배낭이 있었지만 나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샤워부스가 딸린 화장실이 두 개 있었는데 샤워부스는 커튼만 있어서 화장실을 통째로 써야 했다. 더운물이 닿자 무릎 주변이 뻐근했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아무도 없어서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빨아서 널었다. 붕대며 마스크며 등산화 깔창까지 모두 빨아서 널었다. 뒷마당에 빨래집게가 가득한 빨랫줄이 넉넉해서 모자와 침낭도 햇볕 소독하기 위해 널어두었다.
햇빛은 있으나 바람이 엄청 부는 초겨울 날씨라 걱정이 되긴 했다. 이렇게 갑자기 기온이 떨어질 수 있을까?
며칠 전만 해도 33도의 뜨거운 열기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추워도 너무 추웠다.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의 날씨였다.
서양인 할아버지에 이어 동양인 여인이 체크인했다. 아침에 챙겨 온 젤리뽀 두 개를 먹고 나니 어느덧 14시다.
맞은편에 짐을 푼 할아버지에게 비스킷을 나누어 주었더니 어디서 왔냐며 이름까지 묻는다.
수시로 빨래를 확인하러 나갔다. 지푸라기와 이물질이 잔뜩 묻어있는 양말을 대충 빨래해서 너는 할아버지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바깥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알베르게 바르에서 맥주를 마시던 아저씨가 내 무릎을 보더니 얼음을 가져다주었다. 추운 날씨에 얼음찜질을 했다.
어제 아스또르가에서 보았던 수도복 차림의 노숙인은 여기서 점심을 우아하게 먹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첫 번째 침대 주인이었다.
여기서도 베드버그 박멸은 불가였다. 수시로 빨래를 확인했는데 바람에 빨래집게가 날아가서 침낭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아스또르가에서 겨우 빨아서 왔는데 적당할 때 걷어서 들어올 걸 그랬다. 너무 추운 날씨라 빨래도 오늘은 마르지 않았다.
서양인 두 명이 들어왔으니 벌써 6명이다. 장을 비우고 나니 홀가분해졌다.
은근히 사람이 많이 들어오기에 더 들어올까 싶었더니 화장실이 있는 복도 반대편에도 룸이 있었다.
이후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곳으로 안내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이쪽 문을 닫고는 화장실이 두 개임을 강조했다.
룸 두 개에 화장실이 두 개였지만 그쪽 룸에 화장실이 두 개인 것처럼 설명했다.
빨래를 모두 걷어서 들어왔더니 이내 소나기가 쏟아졌다. 날씨가 걷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건너편에 짐을 푼 동양인이 매트리스를 자꾸 들여다보는 게 뭔가 수상하더니 베드버그를 봤다고 한다.
얘기를 전해 들은 주인아주머니가 스프레이를 갖고 왔는데 능숙하게 뿌리면서 이제 죽어서 떨어질 테니 걱정 말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듣고도 놀라지 않는 걸 보니 여기도 베드버그가 나오긴 했었나 보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 물린 곳이 엄청나서 감당이 안되고 있는데 불안했다.
아래로 내려갔던 서양인은 슬그머니 윗 침대로 올라갔다. 아래나 위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만 베드버그가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나도 은근슬쩍 위로 올라갔다. 그 와중에 알베르게 주인은 또 다른 순례자를 이쪽 룸으로 데리고 왔으나 짐을 풀던 그는 반대편 룸의 존재를 알고는 그쪽으로 가버렸다.
까미노,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았다. 아니 배낭여행이 싫어졌다.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의욕이 솟아나고 있었다. 돌아가면 바로 베트남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최악의 순간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여행경비는 동생에게나 주자.
아직 18시가 되지 않았지만 할 일이 없다. 추우니까 다리의 부기는 빠졌는데 무릎이 너무 아프다.
15km면 편하게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의 나로선 엄청난 강행군이다. 이 상태로 갈리시아를 무사히 지날 수 있을까?
2년 전이라면 별거 아니었을 텐데 이번 산티아고는 멀어도 너무 멀었다.
할아버지가 자꾸 힐끗거리는 게 너무 신경 쓰인다.
와이파이에 접속했더니 서울에서는 빌라 단체방이 소란스러웠다. 옆 건물 3층에 PC방이 들어오면서 에어컨 실외기를 12대나 설치했다는데 그게 하필 빌라 건물 방향으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24시간 365일 영업을 할 테니 창을 열면 그 소음과 열기를 어찌 감당할지. 왜 계속 나쁜 소식만 들리는 걸까?
18시 반 3명이 체크인했다. 저쪽 룸은 비어있던데 갑자기 왜 여기로 몰아넣는 건지. 베드버그가 있으면 더 다른 쪽으로 안내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이런저런 고민 속에 일찍 잠들었다. 기온이 떨어져서인지 모처럼 내 발의 열기가 사라졌고 한기가 들었다.
침낭 속에 파묻혀 자다가 22시쯤 잠깐 깨서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무릎이 너무 아팠다. 가지고 온 약도 얻었던 진통제도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아침에 얻어온 두 알이 전부라 아끼고 있었는데 내일은 약을 먹고 출발해야 할 것 같았다.
Astorga→Santa Catalina de Somoza 11.5km
○Astorga (873M)
●Valdeviejas (860M) 2.6km
●Murias de Rechivaldo (881M) 2.1km
-Iglesia Parroquial de San Esteban
●Castrillo de los Polvazares (875M) 2.2km
●Santa Catalina de Somoza (982M) 4.6km
251.2km/775.0km
Albergue y Centro de Turismo Rural El Caminante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