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Catalina de Somoza→Rabanal del Camino
Day 66.
Thursday, June 29
6시쯤 인기척에 깨서 화장실만 다녀오고 계속 누워있었다. 6시 반쯤 다들 일어나기에 나도 일어났다.
어제 잠깐 깼을 때 못 잘 줄 알았는데 이내 다시 잠이 들었고 그렇게 자고도 계속 피곤하기만 했다. 오늘은 걷는 속도가 얼마나 될지 모르기에 좀 일찍 나서기로 했다.
7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할아버지를 제외하곤 모두 일어나 있어서 불을 켰다. 와이파이 접속해서 아예 뽄페라다까지 내비 실행시키고 7시 반쯤 출발하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추웠다.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이고 바람은 어제보다 더 거세어지고 차가웠다.
그래도 걷다 보면 더워질 거라 생각하며 걸었지만 아니었다. 손이 얼어붙어 스틱을 잡기가 힘들었고 발가락도 감각이 없어졌다. 온몸이 덜덜 떨려 이러다간 얼어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이 지난 후 지금이라도 패딩을 꺼내 입을까 생각했으나 결국 꺼내기 쉬운 비옷을 꺼내어 입었다. 바람이라도 막고 싶어서 꺼내 입었는데 한결 나아졌다. 배낭을 내린 김에 삼총사가 준 약을 꺼내먹었다.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이 채 50명도 되지 않는 이 작은 마을은 순례자들이 까미노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레온의 이라고 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을을 지나는 레알 거리를 지나면 마을의 끝에서 십자가상을 만나게 되고 길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도로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의 까미노를 걸어야 한다.
오르막을 걷고 나면 멀리 폰세바돈의 모습이 보인다.
엘 간소를 앞두고 하늘이 더 어두워지고 심상치 않아서 비가 오지 않기를 빌었다.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울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내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닐 거라 부정해 보지만 그냥 지나갈 비가 아니었다.
다시금 배낭을 내리고 비옷을 배낭 위로 덮어 씌웠다. 춥고 두려운 날이다. 지은 죄가 얼마나 크길래 이러나 싶어 원망도 했지만 결국엔 살려달라 애원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결코 운이 좋은 아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내게 남아있는 복이 있다면'으로 시작하곤 했다.
지금은 조카 생각이 났다. 태어나려면 아직 넉 달은 더 있어야 했던 조카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인큐베이터에서 잘 버틸까? 내가 남 걱정할 때가 아닌데 갑자기 서글퍼졌다.
엘 간소 도착시간이 9시다.
엘 간소에서 레알 거리를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데 오늘은 추워서 그런지 속도가 제법 났다. 이대로라면 폰세바돈도 가능하겠지만 오늘은 너무 추워서 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영상 3도였다.
차라리 어제 무리를 할 것을 그랬나 싶었다. 이러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한 것은 아닌지. 어떻게 며칠 사이에 30도나 떨어질 수가 있을까?
멀리 마을이 보였다. 아직 라바날 델 까미노는 4km 정도 더 남아 있을 텐데 길 옆 낭떠러지 아래로 송전탑이 줄 서 있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았다.
송전탑을 지나면 레게리나스 계곡의 시내를 지나 평화스럽게 보이는 평원과 떡갈나무를 만나게 된다. 100년은 넘어 보이는 커다란 떡갈나무는 하루의 여정이 거의 끝났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손이 얼어붙어서 스틱을 제대로 잡을 수 없으니 다리에 무리가 왔다. 통증으로 힘들어서 다리를 질질 끌며 가다 보니 지나가는 모든 순레자들이 모두 관심을 가졌지만 물집이라면 몰라도 무릎을 다쳤다고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가버린다.
걱정해 주고 지나가던 한 동양인, 간간히 뒤돌아 보며 걷더니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도착하자 다가와서 무릎 걱정을 해주며 자기가 쓰던 보호대를 건넨다. 바로 착용하라는데 하필 오늘 신은 양말은 구멍이 나있었다. 게다가 손가락이 얼어붙어 맘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 알베르게 가서 착용하겠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내 마을에 도착했다. 입구에 알베르게가 하나가 새로 생겼지만 오래된 골목으로 들어갔다.
라바날 델 까미노 중심으로 올라갔고 성당 옆 가우셀모 알베르게로 가니 11시다. 그런데 13시 오픈이란다.
대기자 중에는 한국인도 몇 명 보였다. 다들 배낭을 줄 세우고 어딘가 흩어졌고 나도 배낭을 창가에 내려놓고 슬리퍼를 꺼냈으나 너무 추워서 슬리퍼를 신을 수가 없었다. 양말까지 구멍 난 상태라 그냥 등산화를 신은채 스틱만 챙겨 바로 앞 성당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안이 너무 따뜻했다. 아주 낡고 오래된 성당임에도 바깥이 추워서인지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수도원 성당인가 보다.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는데 들어올 때마다 문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실내는 추워졌다.
12시 반, 체크인이 시작된 것 같아 나가 보니 그 사이 소나기가 왔던 모양이다. 줄 세워둔 배낭들은 젖어있었지만 창가에 올려둔 덕분에 내 배낭은 젖지 않았다.
오스삐딸레라의 긴 설명 후 입장했는데 2층부터 입실하는 모양이지만 무릎을 다쳤다는 이유로 나만 2층이 아닌 별관으로 안내해 준다.
8인실에 혼자라 샤워부터 하고 나오니 서양인 3명이 들어왔다. 여긴 주로 아래 침대만 쓰나 보다.
오스삐딸레라가 병원에 가자고 해서 안 간다고 하니 통역할 한국인을 데리고 왔다. 병원은 안 가는 걸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적극적이니 이곳으로 먼저 왔더라면 어쩜 못 이기는 척 병원에 갔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열흘이나 지난 상황이라 많이 무감각해진 상태다.
낮에 얻었던 무릎 보호대를 착용했다. 이미 많이 낡은 것을 보니 그도 까미노 초반에 무릎을 다쳐서 보호대의 도움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도 그 고통을 너무 잘 알아서 그렇게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싶다.
세명의 서양인 중에서 마리아가 보자더니 인대만 다친 것 같다고 도움이 될 거라며 핫팩을 준다.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해서 마리아 침대로 갔는데 알베르게에서 제공해 주는 담요에 누웠더니 엉덩이가 따끔거렸다.
기꺼이 마사지해 주는 그녀의 손길이 고마울 뿐 시원하다거나 편해졌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사지를 받는 내내 베드버그의 공포가 되살아날 뿐이었다.
이미 가득 찼는데도 새로운 서양인이 룸으로 들어왔다. 막다른 벽이라 생각했던 안쪽 벽은 문이었고, 그 문을 여니 안쪽으로 8인실이 하나 더 있었다.
주방이 있대서 즉석 파스타를 들고 가니 또 다른 오스삐딸레라가 홍차를 줘서 한잔 마셨다.
익은 채 방치되어 있는 바나나에는, '제발 저를 먹어주세요!'라는 메모가 붙어져 있어서 두 개를 먹었다. 커다란 바게트 반쪽이 있어 한 조각을 잘라먹고 파스타를 데워서 먹었다. 굳이 데우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파스타였다.
같은 룸 여자가 기름을 잔뜩 부어 달걀 프라이를 했는데 그 기름까지 빵을 찍어먹고 있었다. 올리브 오일이겠지?
난 커피를 마시며 남은 바게트를 먹었는데 오랜만에 말랑한 큰 바게트를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주방은 시설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데 사방으로 창이 열려있어 엄청 추웠다.
주방에 앉아있으니 뜨거운 커피잔을 손에 들고도 덜덜 떨려서 차라리 빨리 먹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서둘렀다. 파스타 대신 수프를 끓여 먹을 것을 그랬나 싶었다.
침대로 돌아오니 아래에도 새로운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제 15시, 오늘은 빨래를 하지 않으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마리아가 내일은 차를 타고 가란다. 그리고 통역으로 불려 왔었던 김 씨 아저씨가 다시 와서 내일 구간은 힘든 구간이니 차를 타고 점프하라는 마리아의 말을 다시 전해주었다.
"두 번째 까미노라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냥 걸을래요."
비가 또 온다. 모두들 어딘가 나가고 혼자 남겨졌다. 오랜만에 즐기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날씨를 확인하니 내일모레는 최고기온 33도 최저기온 4도, 말이 안 되는 기온차다. 발이 시려 계속 주물러 보지만 따뜻해지지 않았다.
안쪽 룸으로도 사람들이 가득 찼지만 동굴 같은 별관은 왠지 따뜻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8시쯤 충전할 곳이 없어 주방에 가서 커피 마시면서 충전을 했고 바나나도 두 개 더 먹었다. 먹어달라고 쪽지까지 붙어져 있었지만 아무도 먹어주질 않아 그대로였다.
더 앉아있고 싶었지만 너무 추워서 돌아왔다. 다행히 벽 쪽에 콘센트 두 개가 보여 충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9시, 20시 시간은 가고 몸은 계속 차가웠다. 문득 핫팩이 생각났지만 내일을 위해 아껴두었다.
22시쯤 다들 들어와 정리하는 모습을 끝으로 잠이 들었는데 23시쯤 잠깐 깨보니 사방이 고요한 게 이미 모두 잠이 든 후였다.
화장실 팬 소리가 너무 커서 누군가 화장실 문을 열 때마다 잠에서 깨곤 했다.
Santa Catalina de Somoza→Rabanal del Camino 11.0km
○ Santa Catalina de Somoza (982M)
●El Ganso (1,016M) 4.1km
-Iglesia Parroquial de Santiago
-Ruinas el Minas de La Fucarona
●Rabanal del Camino (1,152M) 6.9km
-Ermita del Bendito Cristo de la Vera Cruz
-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ón
-Capilla de San José
240.2km/775.0km
Albergue de Refugio Gauselmo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