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badelo→La Faba
Day 70.
Monday, July 3
6시 반 이태리 부녀팀이 준비하고 나가길래 나도 일어났다. 아버지와 함께 걷는 까미노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얼려두었던 생수를 챙기고 그동안 함께한 Reebok 보조 가방을 알베르게에 남겨 두고 7시쯤 출발했다.
저녁부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새끼 고양이는 구조되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다.
커다란 밤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고속도로 밑을 지나게 되고 다시 N-6 도로를 만나게 된다. 계속해서 고속도로 밑으로 이어지고 20분 정도 걸으면 레스토랑과 주유소를 지나게 된다.
도로에서 빠져나와 언덕의 반대쪽인 왼쪽 까미노 사인을 따라 걸으면 라 뽀르떼라가 나온다. 작은 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마을을 지나면 자동차의 소음은 들리지 않고 새소리와 바람소리만이 가득하다.
시원한 밤나무의 그늘과 함께 목장지대를 지나 발보아 계곡과 발까르세 계곡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암바스메스따스를 뒤로하고 베가 데 발까르세로 향한다.
바로 앞에서 걷고 있는 현지인을 따라 걷게 되었는데 다음 마을까지 걸어가나 보다.
머리 위를 지나는 거대한 고속도로가 보이면 오래된 성터 사이에 평화롭게 자리 잡고 있는 베가 데 발까르세에 도착하니 아저씨는 자신의 집인지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사라신 성곽을 왼쪽으로 두고 이어지는 편안한 길을 걷다 보면 다시 N-6 도로와 합류하게 되는데 산 프로일란으로 알려진 루이떼란을 지난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야 걸으면 페레리아스라고도 불리는 발까르세 계곡 마을인 라스 에레리아스에 도착한다.
마을을 나오는 출구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삐까르디 고개가 시작된다. 알뻬스 데 라 파바, 말라파바라고도 부르는 이 오르막을 오르면 도로의 오른쪽으로 자전거 순례자를 위한 아스팔트 포장길이 보인다.
포장된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드디어 도로에 합류했다. 익숙한 마을들을 차례로 지나쳤고 에레리아스에서부터는 포장된 산길로 접어들었다.
예전에는 오 세브레이로로 가느라 굳이 라 파바를 거쳐갈 필요가 없어서 편한 차도를 따라 걸었다. 대신 엄청난 길을 돌아서 가야 했다. 주변의 산을 돌고 돌아 정상에 도달했을 때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하지만 이번엔 라 파바로 가기로 했고 차도를 따라가더라도 기회는 여러 번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최대한 늦추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도 첫 번째 샛길에서 망설였다.
까미노 루트는 본격적인 산길이라 라 파바로 가는 길은 두 번째 입구에서 진입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으나 마지막이니 제대로 걷기로 했다.
처음엔 흙길과 똥 길이 이어져서 후회가 되었다. 어느새 바위로 된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졌다. 무릎도 걱정이지만 배낭 메고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목적지가 다가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 뿐 다들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다시 조그만 개울을 따라가다 다리를 건너면 커다란 밤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급한 오르막길을 오르게 된다.
라 파바는 전통적인 목축업에 종사하는 작은 마을로 순례자를 위한 조그마한 바르가 있는데 이 바의 이름은 El Último Rincón de El Bierzo, 엘 비에르소의 마지막 모서리인데 외로운 산촌 마을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12시 드디어 마을에 들어서니 언덕 위로 성당이 보였다.
저기인가 보다.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 라 파바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아 다행이다.
아직 오픈 전이라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바로 앞에 성당이 있었지만 그 순간에는 몇 발자국 되지 않는 그 거리가 너무 멀었고 힘들어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오픈이 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마당에 만들어 둔 작은 물웅덩이에 다들 발을 담그고 앉아서 기다렸다.
13시 반쯤 오스삐딸레라 두 명이 등장했고 50분쯤 오픈했다.
리셉시온이 따로 없어서 주방에서 체크인을 한다는데 베드버그 때문에 배낭을 못 가지고 들어가게 했다. 베드버그가 출몰했던 곳이니 나름 관리를 하는 걸로 이해하기로 했다.
배낭을 두고 들어가 두 번째로 체크인을 하는데 무릎 상태를 보더니 햇빛이 들어오는 밝은 곳에 있는 아래쪽 침대를 배정해 주었다.
위쪽을 쓰겠다니깐 갑자기 표정이 달라지며 어둡고 구석진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냥 밝은 곳 위쪽 침대를 쓰겠다니깐 거긴 안 된다고 하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도대체 이유가 무얼까? 햇볕이 드는 밝은 쪽의 침대는 서양인들에게 돌아갔다.
주방엔 파스타 면만 있고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었다. 아무도 씻지 않아서 혼자 먼저 씻고 침대로 오니 한국인이 체크인했는데 바로 옆 침대 아래칸이었다.
동양인은 왜 햇빛도 들어오지 않은 구석으로 몰아버리는 걸까? 혹시 여기가 베드버그가 출몰한 자리는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
주방으로 가서 꼴라까오 한잔을 마셨다. 맛이 없어서 커피를 마시는데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무얼 먹어도 맛이 없으니 오늘은 굶어야겠다.
이곳의 오스삐딸레라에게 받은 차별이 크게 다가왔고 후회가 되었다.
오픈을 기다리는 두 시간 동안 그냥 오 세브레이로로 갈 것을 그랬다. 그럼 일정도 딱 맞았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후회가 되었다.
여긴 빨래 건조대가 부실하고 주방도 보기에만 좋은 곳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도 커피 한잔이면 모든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상해 진건가?
빨래해서 널어두고 침대로 돌아와서 플럼 케이크를 먹었다. 수시로 빨래를 확인했는데 작은 건조대 몇 개에 빨래들이 가득 차 있으니 햇볕이 뜨거워도 빨래가 제대로 마르지 않았다.
게다가 누군가 두꺼운 겨울용 니트 옷을 잔뜩 널어두어서 뭔가 불안했다. 베드버그에 잔뜩 물린 서양인 두 명이 등장하더니 짐을 모두 꺼내놓고 배낭은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룸에서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건물 옆으로 커다란 도미토리 룸이 한 곳 더 있었다.
이제 산띠아고까지 190km도 안 남았다. 공식적인 거리로 따지면 160km도 안 남은 셈이다.
내일 오 세브레이로까지 가려고 했는데 10km는 아무래도 너무 짧은 것 같아 일단 오 세브레이로에 가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로는 도로 따라 걸으면 되므로 조금은 무리를 해도 될 것 같았다.
필그림 어플 캐시가 삭제되어 위치 추정이 불가해졌다. 어제 다시 설정하려고 삭제하고는 잊었나 보다. 이젠 와이파이도 안 되는데 불안했다.
마지막으로 쌀밥이나 해 먹자 싶어 주방에 가니 누군가 해 먹고 남긴 토마토소스와 마늘이 있어서 그냥 파스타를 만들었다. 그리고 바나나도 해치웠다.
원래 배정받았던 침대는 주변에 가림막이 있어서 2인실 개념인데 계속 비어있어서 20시쯤 자리를 옮겼다. 그냥 주는 대로 쓸 것을 그랬다. 그랬다면 혼자서 2인실을 썼는지도 모르는데 괜히 위쪽을 쓰겠다고 해서 그녀들이 뿔난 모양이다.
하지만 더 불편한 사람을 위해 아래를 양보하면 다들 고마워했던 상황이었기에 보통과 다른 온도차에 당황했다.
자려고 누웠는데 근처에 있던 서양인이 아래 침대를 써도 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콘센트가 부족한 상황이라 자리가 나길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다. 마침 충전하던 이가 폰을 가져가자 비어 있는 틈을 타서 얼른 내 폰을 충전하려고 마음이 급해졌나 보다.
아래에 사람이 있으니 조심한답시고 침대를 내려가다가 그만 뛰어내려 버렸고 두발이 나란히 착지하긴 했지만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순간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누운 뒤에도 통증은 지속되었고 단순한 욱신거림으로 끝나지 않을까 봐 불안해졌다. 여긴 산속이고 도와줄 이 하나 없는 데다 이제 겨우 안정되고 있었던 터라 더 불안해졌다.
Trabadelo→La Faba 13.8km
○Trabadelo (562M)
●La Portela de Valcarce (603M) 4.0km
●Ambasmestas (614M) 1.2km
●Vega de Valcarce (629M) 1.6km
-Castillo de Sarracin
●Ruitelán (656M) 2.1km
-Iglesia Parroquial de San Juan Bautista
●Las Herrerías (M) 1.5km
●La Faba (906M) 3.4km
-Iglesia de San Andrés
159.7km/775.0km
Albergue German Confraternity de La Faba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