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Faba→Hospital da Condesa
Day 71.
Tuesday, July 4
새벽,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다행히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다. 소리가 날까 봐 스틱 없이 절뚝이며 화장실에 갔는데 누군가 불을 켜 두고 그냥 가버린 모양이다.
나오면서 화장실 불을 끄고 나왔더니 사방이 온통 깜깜해졌다. 어쩜 이렇게 불빛 하나 없이 어두울 수가 있을까?
순간 당황했는지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분명 룸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고 생각했는데 열고 보니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안이나 바깥이나 사방이 고요하고 어두웠다. 하늘엔 별빛뿐이라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고 서 있었다.
6시, 인기척에 일어났고 화장실에 가니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어서 장을 비우지는 못하고 양치만 하고 나왔다.
모두 일어난 것 같아서 불을 켜고 침낭을 정리했다. 얼린 생수병을 챙기고 데사유노로 준비된 인스턴트 까페에 우유를 넣어 빵과 함께 먹었다. 라자냐와 콜라 2개로 다시 묵직해진 배낭은 내 인생의 고비와 같았다.
6시 반 출발했다. 빨리 출발할 필요는 없었지만 오늘도 등산하는 여정이라 해가 뜨기 전에 정상에 올라야 했다.
오 세브레이로에서는 도로 따라 길이 이어지는 것임을 알기에 걱정이 없는데 그전까지가 문제였다.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어제와 같은 가파른 오르막과 돌길, 똥 길이 힘들게 했다. 어느 순간 벌써 땀이 비 오듯 했다.
주위의 밤나무는 없어지고 아이가 산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은 호흡을 더욱 거칠어지게 만든다.
오솔길을 따라 2.5km를 전진했다. 7시 반쯤, 레온 지방의 마지막 마을인 라구나 데 까스띠야에 도착했다.
라구나 데 까스띠야에서 자전거 순례길과 만난 까미노는 마을의 출구에서 다시 갈라진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순례길은 차오 다 뽀사 언덕을 휘감으며 커다란 위성 수신 탑의 아래까지 올라간다.
도보 순례자를 위한 까미노를 따라 마을을 나오면 머리 위로 보이는 초록색의 가파른 언덕 너머에 오 세브레이로가 있다.
언덕을 오르며 뒤를 돌아보면 철 십자가상이 있는 이라고 산이 멀리 보인다.
갈리시아 지방 경계석을 보기 위해 계속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정상에 거의 다다른 지점에서 커다란 갈리시아 경계석을 만났다. 예전에는 차도를 따라 산 몇 개를 돌고 돌아서 오느라 보지 못했었고 그게 늘 마음에 걸렸었다.
경계석 옆으로 몇 달 전에 새로 교체했다던 새로운 스타일의 까미노석이 서 있었다.
이번 까미노의 첫 까미노석이라 반가웠다. 이제 정말 갈리시아에 들어섰구나.
그런데 피스떼라 가는 길에 있던 것과 같은 디자인이었다.
조가비 모양의 타일을 붙이고 동으로 만든 거리 금속판이 붙어있는 스타일이라 왠지 불안했다.
피스떼라 가는 길의 그 까미노석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많이 훼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돌에다 직접 새기고 칠했던 기존의 산티아고 까미노석은 훼손이라고 해봐야 기껏 낙서뿐이라 아직도 마을 이름과 거리 정보는 확인할 수 있었다.
둘을 비교해 보았으면 현실적으로 어떤 게 더 실용적인지 판단할 수 있었을 텐데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너무 믿는 게 아닌가 싶었다.
조만간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도 곧 비어있는 돌비석을 보게 될 것 같아 왠지 불안했다. 마음을 먹으면 쉽게 떼어갈 수 있는 동판 까미노석은 도대체 누가 생각해 낸 걸까? 왠지 아쉬웠다.
훼손과 분실될 여지가 다분히 있어 보여서 다음에 왔을 때는 과연 얼마나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싶다.
루고가 시작되는 이곳에서 산티아고까지 160.940km 남았단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52.5km 까미노석이 서있었던 곳이다.
거리를 재정비했다지만 이렇게 세밀한 거리는 필요 없었다. 500m 단위의 기존 정보만으로도 충분한 곳이었다.
앞으로 산티아고 데 꼼뽀스떼라에 도착하기 전까지 잔여 거리를 알려주는 까미노석은 계속 나타난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며 그곳을 떠났다. 길고 긴 오솔길을 따라 오르고 올라 8시 반 신비로운 성체와 성배의 기적이 일어났던 오 세브레이로에 도착했다.
오스삐딸 다 꼰데사까지 기껏 6km 정도 남았다. 두 시간이면 가는데 일찍 가서 기다리느니 성당에서 시간을 보내다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늘어선 상점을 외면하려다 되려 Iglesia de Santa María la Real을 지나쳐 버렸다. 공립 알베르게까지 가서야 지나친 것을 알고 되돌아오니 9시 오픈이라고 하여 십여분을 기다렸다.
정각에 성당 문이 열려서 기도하고 사진도 찍고 세요도 받고 잠시 시간을 보냈다. 주변을 둘러보다 스틱 팁을 또 잃어버렸지만 다시 찾아서 끼웠다.
9시 반 다시 출발했다. 장이 가득 차서 아무것도 먹지 못함이 못내 아쉽지만 한가한 알베르게에 가서 비우자고 마음을 먹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갈리시아 지방의 특색을 잘 나타내 주는 비옥한 땅과 목장, 시원한 샘물이 흐르는 길을 걷게 되지만 갈리시아를 지나는 까미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해발 1,335M의 뽀이오 언덕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에 눈이 쌓여있을 때 이 오르막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정상의 고원에 오르면 멀리 안까레스 산맥과 꼬우렐 산맥의 그림 같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뽀이오 언덕에서 뜨리아까스떼라의 오르비오 계곡에 이르기까지 숲 속의 좁은 산길과 밤나무 숲 사이를 내려오면 된다.
공립 알베르게에서 나와 걷게 되는 까미노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뽀소 데 아레아 산으로 오르는 짧은 오르막길로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리냐레스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언덕의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삐오르날 산맥의 나비아 고개의 정상이 보이고 안까레스 산의 봉우리들도 보이며 남쪽으로는 로우사라 계곡과 실 분지, 꼬우렐 산맥이 보인다.
오 세브레이로에서 리냐레스로 이동하는 또 다른 방법은 알베르게에서 돌아 나와 마을 출구에서 LU-634 도로를 따라서 멀리 돌아가는 것이다. 한 겨울 눈이 아주 많이 내렸을 때는 유용한 길이다.
리냐레스는 고속도로와 인접하여 있는 바르와 몇 개의 건물이 전부다. 자작나무가 마치 터널을 이룬 듯하게 우거져 있는 길은 산 로께의 언덕까지 이어진다.
이곳에는 조각가 아꾸냐가 만들어놓은 바람을 뚫고 걸어가는 거대한 순례자의 동상이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구름이 능선 위를 흐르며 동상 주위를 지나면 그림 같은 풍경이 만들어진다.
까미노를 걷기 위해서는 순례자 동상에서 도로의 맞은편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이어지는 좁은 길은 뻬네도 봉우리까지 이어지며 안까레스와 꼬우렐 산맥의 비탈길이 보인다.
여기서 까미노 루트를 따라갔어야 했는데 도로를 따라 가느라 약간 돌아서 드디어 오스삐딸 다 꼰데사에 도착했다. LU-633 10km 지점이었다.
현재는 그 자취도 찾아볼 수가 없으나 9세기 이 마을에는 가똔 백작의 부인이었던 에힐로 백작부인이 순례자를 위한 병원을 만들어서 Condesa, 백작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마을에는 오 세브레이로에서 보았던 성당의 건축 양식과 유사한 성 후안 성당이 있다.
언덕 위에 보이는 예쁜 집이 알베르게였으면 싶었는데 골목 안쪽 건물들이 허름하여 나름 실망을 했는데 좀 더 올라가니 바로 그 집이 알베르게였다.
문은 잠겨있었고 13시 오픈이지만 다행히도 깨끗한 벤치가 바깥에 나란히 놓여 있어서 앉아서 쉬었다.
빨래하는 곳도 밖에 있어서 양말과 버프, 스카프, 무릎 보호대를 빨아서 널고 침낭까지 널어두니 12시다.
저 멀리 오늘 걸어온 길이 보이고 그 옆으로 까미노 루트도 보였다.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구경하며 풍욕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바람이 세차서 침낭 햇빛 소독은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배낭도 제대로 일광욕시키고 싶지만 햇볕 드는 곳에 놓아두는 걸로 만족했다.
여기는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도 아니고 여의치 않는 사람들이 묵고 가는 곳이라 늦게까지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양인 한 명이 왔다.
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문이 잠겨있는데도 그는 들어가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서양인 여자 두 명이 왔다.
13시 조금 넘어 오스삐딸레라가 와서 체크인을 했다.
갈리시아 알베르게는 시트 포함 6€. 2층 20인실 안쪽 창가에 자리를 잡았는데 오늘은 넉넉하게 사용해도 될 것 같았다.
침낭과 스카프는 걷어왔다. 장을 비웠어야 했는데 기다리다 보니 엄청난 시간과 힘과 양을 쏟아내야 했다. 그래도 샤워 전에는 해결했다.
1층에 좌우로 남녀 화장실이 있었는데 화장실 안에 샤워실이 2개씩 있었고 2층에는 공용 화장실이 하나 더 있었다.
갈리시아 순따 알베르게는 샤워실이 남녀 따로 되어있는 대신 2개의 욕실이 개방형이라 서로 벗고 있는 모습을 봐야 해서 민망했다.
입고 있던 옷을 빨래해서 널고 그새 마른 양말과 무릎 보호대는 걷어왔다.
주방기기 없는 순따 알베르게는 시설은 좋다. 다행히 전자레인지는 있어서 인스턴트 라자냐와 콜라로 끼니를 해결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어제 걸을 때 이마가 따끔거렸는데 또 뭔가에 물렸는지 부어올라 있다.
14시 반,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오늘 알베르게 영수증을 받지 못했는데 리셉시온에 순따 알베르게 영수증이 놓여있었다.
챙겨주는 것 같은데 못 받은 것 같아서 달라고 하니깐 뭐라고 하는데 끄레덴시알 세요가 영수증을 대신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 영수증을 놔두고 왜 안 주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남은 스틱 과자를 모두 먹어치우고 플럼 케이크를 먹는데도 배는 계속 고프다.
사모스 수도원 알베르게 오픈 시간이 늦어서 사모스까지 가버릴까 싶은데 일단 뜨리아까스떼라에 도착해서 결정하는 걸로 했다.
이미 9명이 숙박하고 있는데 한 명이 더 들어왔으나 아는 사람 침대 위로 갔고 또 들어오면 내 아래 침대를 탐낼 것 같았다.
오늘은 좀 편하게 지냈으면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힘들 건가 보다. 세 명이 들어왔는데 바로 옆 침대 1층이 비어 있으니까 내 주변으로 다 모였다. 여유 있는 2층 침대 놔두고 왜 붙어있는 침대에 더구나 한 칸씩 남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인지.
16시 반, 또 장을 비웠다. 엄청난 양이다. 걷는 양은 줄었는데 틈만 나면 먹어서 그런가?
최신식 주방이지만 냉장고가 없다. 전기문제로 취사를 못하게 한다고 들었는데 식기가 전혀 없는 걸로 보아 갈리시아라서 취사를 못하게 하는 것 같다.
누가 여기 오는 사람이 없다고 한 건지, 오늘 17명이 들어왔다. 아직 마감이 남았으니 더 들어올지도 모른다. 난 사람을 몰고 다니나 보다.
구름이 잔뜩이라 내일 비가 오면 어쩌나 했더니 19시가 넘자 맑은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하필 사람들이 저녁 먹으러 나간 사이에 쏟아져 내린 비.
12시까지 시원하고 18시까지 뜨겁다가 밤사이 비가 내리는 게 내가 바라는 까미노 날씨인데 그건 갈리시아 지방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갈리시아 첫날 그 날씨를 만났다. 비록 소똥 냄새는 나지만 비 오는 창밖 풍경은 정말 예술이다.
21시 반, 오스삐딸레라가 퇴근 전에 올라와선 둘러보더니 시트커버를 씌우지 않았다고 뭐라 한다.
22시 이젠 정말 졸리다.
La Faba→Hospital da Condesa 10.6km
○La Faba (906M)
●La Laguna de Castilla (1,156M) 2.4km
《Lugo España》
●O Cebreiro (1,286M) 2.5km
-Iglesia de Santa María la Real
-Museo Etnografico
●Liñares (1,222M) 3.2km
●Alto San Roque (1222M) 0.9km
-Monumento al Peregrino
●Hospital da Condesa (1,242M) 1.6km
-Iglesia Parroquial de San Juan
149.1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Hospital da Condesa -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