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badelo→Portomarín
Day 75.
Saturday, July 8
보통은 사리아에서 뽀르또마린까지 걷곤 하지만 어제 바르바데로까지 오느라 오늘 걸어야 할 거리를 단축시켜 두었다.
7시에 출발하면 13시쯤 도착 예정이다. 아저씨는 6시쯤 준비해서 나갔고 혼자 남은 나도 일어나서 준비했다.
산 속이라 그런가 날이 밝지는 않았지만 길이 안 보일 정도는 아니라서 6시 40분쯤 알베르게를 나서려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다리에 감겼다.
오르막이지만 포장된 길을 따라 걷는 듯싶더니 흙길을 따라 렌떼로 이어졌고 떡갈나무 숲을 지나면 곧바로 메르까도 다 세라다.
뻴레그린 다리를 건너면 오래된 물레방아를 지나고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떡갈나무 숲 사이에 있는 뻬루스까요에 도착했다.
마을을 빠져나와 커다란 떡갈나무가 자라 있는 오솔길을 지나가면 멀리 곡식 창고가 흩어져있는 꼬르띠냐스가 보인다.
오래되고 커다란 밤나무가 있는 길을 지나 라반데이라를 지나면 아 브레아에 이르기까지 돌멩이 투성이의 길이 이어진다.
아 브레아의 농장을 지나서 모르가데 가는 길에 100km 까미노석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자리는 비어있었다.
항상 북적이던 근처 바르도 한산했다. 혹시 몰라 일단 세요는 받고 지나갔는데 중세 순례자에게 꼭 필요했던 대장간이 많았던 페레이로스로 가는 길엔 가파른 오르막이 나왔다.
지도가 무용지물 되는 순간엔 화살표는 의미 없는 마을로 들어가게 해서 똥 길을 걷게 했고 온갖 종류의 길이란 길은 다 걸은 듯했다.
특별하게 힘든 오르막이나 내리막 없이 떡갈나무와 밤나무 숲 속의 그늘에서 편안히 걸을 수 있다던 바로 그 길이었다. 하지만 꽤 가파른 오르막도 있었고 위험한 비탈길도 있었다.
사진이 거의 없을 때는 찍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힘들어서 아무것도 찍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찍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너무 자주 힘들어지니 찍지 못했던 것 같았다.
플랜 B를 선택했더라면 오늘 머물렀을지도 모를 페레이로스가 새로운 100km 지점이 되어있었다.
100.746km 까미노석 주변엔 사진을 찍는 사람도 없었다. 기념사진을 찍느라 줄까지 서서 붐비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얼마 전에 까미노석을 재정비하면서 거리도 조금씩 재조정된 것 같았다. 근처 바르에서 순례자들이 쉬고 있었는데 그 바르가 새로운 명소로 부각될 모양이다.
어차피 상술도 한몫을 하는 길이라면 0.746km 지나 정확한 자리에 100km 까미노석을 세우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변화된 모습에 모든 게 낯설어졌다. 작은 마을을 지나고 포장된 길로 걸어가는데 노란 화살표가 보이더니 어느 집 문 앞에 100km 세요가 놓여있었다.
예쁘게 단장한 집만큼이나 집주인의 배려가 돋보였다. 이 부근이 정확한 100km인가 보다. 과일 바구니도 놓여있었는데 바나나를 먹고 제일 큰 사과 하나를 집어 들었다. 100km 지점 부근의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순례자를 위한 마음이 준비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비라차 알베르게에 음식 기부대가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낯설어서 애써 그 마음을 외면하고 지나쳤었다.
다시 까미노를 따라 걸어가는데 어느 집 입구에 쉬다 가라는 안내문이 있고 마당 안에 음식이 놓여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마침 뒤따라 오던 사람들이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다.
과일, 조각 수박, 요거트, 팩 주스, 포장된 빵, 샌드위치, 시리얼바, 콜라, 생수 등등이 있었다.
갈리시아 날씨에는 물이 굳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없으면 또 불안한 상황이라 생수를 챙겼는데 덕분에 내일까지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잠시 나왔던 집주인에게 궁금해서 물으니 예전에 자신도 까미노를 걸었고 이 마을이 좋아 지금은 여기서 살고 있단다. 순례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어서 힘내라고 이렇게 준비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의 얼굴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 커다랗고 순한 개가 나와서 재롱을 부리느라 30분은 머물렀던 것 같다. 정말 부러운 가족의 모습이었다.
수분이 있는 음식은 화장실 걱정에 시리얼 바를 먹었는데 먼저 팀이 떠나고 다음팀이 들어오자 나도 자리를 비워주었다.
집주인이 직접 만든 간식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식빵 사이에 치즈와 채소 한 장이 들어있는 샌드위치가 랩으로 쌓여있었다.
그 맛이 궁금해서 이따 먹어보겠다고 하나를 챙겨 나섰다. 하지만 그 골목이 끝나기도 전에 먹어치웠는데 이게 맛있어도 너무 맛있는 거다.
그 채소가 신의 한 수였는데 그 채소의 향긋함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깻잎처럼 생긴 이 채소의 정체가 궁금해서 다시 가서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 그 마당에서 먹어보았더라면 준비된 샌드위치는 내가 다 먹어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와서 맛본 게 다행스럽긴 했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절뚝이며 걷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지만 이 길에서는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미라요스를 지나고 아 뻬나를 지나 아스 로사스로 가는 아스팔트 포장길 주위에는 소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고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모이멘또스가 나온다.
모이멘또스는 갈리시아 지방의 전통을 이어가는 전형적인 돌들로 만들어진 집들과 성당 건물이 있다.
십자가상을 따라 부드러운 흙으로 만들어진 내리막을 내려가면 몬뜨라스다.
몬뜨라스에서부터는 미뇨 계곡을 쫓아가는 내리막길이 계속되는데 아 빠로차에 도착하기 전부터 멀리 커다란 미뇨 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빠로차를 거쳐 단단한 흙으로 만들어진 까미노를 걸으면 비라차에 도착한다.
비라차의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단다. 이용하는 순례자가 없어서 폐업을 한 모양이다.
저 멀리 뽀르또마린이 보이는 지점에서 안내판이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다. 까미노석에도 양쪽으로 화살표가 있었지만 무시하고 내려가다 보니 다시 두 갈래 길이 있었고 안내판이 있었다.
갈림길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오른쪽은 526m이지만 힘든 구간이고 왼쪽은 905m지만 포장된 길이란다. 당연히 포장된 길로 내려갔는데 마지막 지점에서 도로가 보이는 찰나 화살표가 우측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무심코 따라갔더니 온갖 쓰레기가 있는 도랑 같은 좁은 길이었다.
곧 끝날 거라 믿고 참고 걸었지만 100m는 되는 길이었다. 포장된 길을 피하느라 굳이 길을 새로 만들어 상관없는 마을을 돌아서 나오게 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한다 해도, 이런 길을 굳이 만들 필요는 없었다.
담장 너머로는 포장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편하게 걷겠다고 400m를 돌아온 나에게 이런 길을 걷게 하다니. 그 길에서 겨우 벗어나니 뽀르또마린으로 들어가는 다리의 좌측 편이라 새로운 풍경이었다.
그런데 우측으로 갔던 사람들도 바로 옆길에서 내려왔다. 예전엔 다리 우측에서 왔던 것 같았는데 생각해 보니 첫 번째 안내판이 있던 그곳 까미노석에 양쪽 표시가 이런 의미였던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러 가지 길을 만들어 둔 셈이다. 미뇨강 다리 앞에서 사리아까지 23km란다.
길고 긴 다리를 건너 뽀르또마린으로 들어갔다.
마을로 들어가는 계단 아래에 있던 89.5km 까미노석이 오늘은 92.231km 까미노석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100km 까미노석은 산띠아고에서 더 가까운 곳으로 옮겨졌는데 이곳은 더 멀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실제 몇 km를 걸은 걸까?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뽀르또마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관광을 온 거라면 인증샷이라도 남겼겠지만 이럴 때에는 순례자의 신분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도로를 따라가다가 헤맸던 기억에 오늘은 한 골목 위쪽 골목으로 가는데 모두들 그냥 언덕 위로 직진하고 있었다. 다들 어디로 가는 거지?
난 골목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더 올라가니 공립 알베르게가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광장의 성당을 지나야 알베르게가 있었던 셈이다.
14시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니 시트 커버를 챙겨준다. 2층 28인실 A룸, 침대는 아무거나 고를 수 있어서 창이 있는 2층을 선택했다.
가로로 나있는 유리창으로 마을이 내다보였다. 여기엔 의자가 있어서 편했다. 아직 땀이 식지도 않았지만 씻으러 갔다.
여자 샤워실 출입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닫히지 않아 열려있었다. 샤워부스엔 칸막이만 있고 바깥 공용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문이 열려있으니 밖에서 다 보이는 상황이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했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건물 뒤편에 빨랫줄이 있어서 빨래해서 널었다.
그러고 보니 옆에 사과나무가 있었다. 조그만 초록사과가 달려있었는데 많이 떨어져 있는 걸 보니 익은 모양이다.
그나마 큰 걸로 골라 하나 따 봤더니 제법 맛이 있다.
주방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미니 냉장고는 하나 마련했나 보다.
텅 빈 수납장에서 레체 한팩을 발견했다. 스페인 레체는 실온 보관되는 멸균팩에 들어있다.
침대로 올라오니 15시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예전엔 어떻게 걸어왔을까? 그나마 어제 미리 걸어두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오늘 죽을 뻔했다. 내일은 어떡하지? 가장 큰 고비가 남아있는 셈이다.
갑자기 갈증이 생겨 레체를 개봉해서 마셨는데 끊임없이 들어가는 고소함에 끌려 1L를 원샷할 뻔했다. 굳이 마시지 않을 이유가 없어 다 마셔버렸다. 배고프면 우유나 사 먹어야겠다 생각했는데 고맙게도 나타나 준 셈이다.
예전에도 원샷하고 무사했으니 괜찮겠거니 했는데 이때부터 뱃속에서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사과 두 개를 따먹고 시리얼바도 먹었다.
설사든 뭐든 어차피 변의는 느낄 수 없었지만 혹시나 싶어 화장실에 갔다. 2층 화장실엔 오픈 시간인데도 화장지가 없는 걸 보니 1층 화장실을 쓰라는 말인 것 같은데 1층엔 화장실이 1개뿐이다.
이 거대한 알베르게에 하나의 화장실로 가능한 걸까? 그런데 여기도 누런 화장지다.
여느 때처럼 장을 비우고 나니 이때부터 엄청난 설사가 시작되었다. 물을 몇 번이나 내렸는지 모른다. 두 번 세 번 이어지자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하느님, 살려주세요.
대형 알베르게에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가뜩이나 아래 침대 남자가 낮부터 자고 있어서 오르고 내리기 눈치 보이는데 수시로 1층 화장실까지 내려갔다 와야 했다.
오후가 되니 햇볕도 제법 뜨거웠지만 빨래는 바람에 날려서 계속 일부가 덜 말라 핀으로 고정시킨 후에야 말랐고 그러느라 19시가 다 되어서야 걷어왔다.
오늘은 설사 때문에 아무 데도 나가지 못했다. 이 큰 알베르게에 화장실이 하나뿐인데 난 지금 설사 중이다. 게다가 마법에도 걸릴 모양이다. 이번 까미노는 항상 최악의 상황만 이어지려나 보다.
레체는 유통기한이 남아있어서 안심하고 먹었지만 어쩌면 남기고 간 게 아니라 땡볕 속에서 며칠 동안 방치되어 불안해서 버리고 간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문득 내 피부를 보았는데 너무 거칠어져 있었다.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밤엔 화장지가 없을지 몰라 밀 화장지를 손에 들고 20시 반쯤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오늘 밤 무사하길 기도드렸다.
Barbadelo→Portomarín 17.9km
○Barbadelo (546M)
●Rente (592M) 0.8km
●Peruscallo (629M) 3.9km
●Morgade (644M) 2.8km
●Ferreiros (659M) 1.1km
-Iglesia Santa María de Ferreiros
-100km
■A Peña 1.1km
●Cotarelo Mercadoiro (540M) 3.7km
●A Parrocha (486M) 1.9km
●Vilachá (540M) 1.3km
●Río Miño
●Portomarín (387M) 2.4km
-Iglesia Fortaleza de San Nicolás
-Iglesia de San Pedro
93.0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Portomarín -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