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marín→Os Chacotes
Day 76.
Sunday, July 9
새벽 1시 반쯤 눈이 떠져 화장실에 가는데 다른 룸에서 베개랑 침낭을 들고 나오는 사람이랑 마주쳤다. 아마도 그 룸에 코골이가 있나 보다.
자기 전까지 엄청나게 쏟아낸 덕분에 밤에는 설사가 심하지 않았다. 2층에서 1층에 있는 화장실까지 가야 했으니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화장실까지 가기 전에 실수를 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나의 지병이 도움이 되었다.
테이블에 꼬마애가 먹던 피자가 몇 조각 남아 있었다. 여느 때라면 맛있어 보였을 그 피자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올라오니 아까 그 사람은 복도에 침낭을 깔고 자고 있었다.
6시가 되어서야 하나둘씩 일어나 준비한다. 나도 일어나야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더 잘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일어났다.
아침이 되니 1층 화장실에도 화장지가 떨어졌다. 화장실은 비어있었지만 같이 붙어있는 세면대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눈치가 보여 그냥 돌아왔다. 나중에 사람이 없을 때 다시 가니 다행히도 설사는 간신히 가라앉고 있었다. 하지만 걷는 길이 걱정이다. 올라오니 2층 화장실에도 화장지가 보충되어 있는 게 보였다.
오늘은 도대체 얼마나 걸릴까? 별일 없다는 가정하에 8시간을 예상하면 7시에 출발해도 15시 도착이다. 구글 내비로는 25km 걸린다니 오늘은 정말 오래도록 고생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 놓고 간 납작 복숭아 3개가 있었다.
6시 50분쯤 출발하려는데 왼쪽 다리가 이상했다. 감각이 없으니 불안했고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어 보호대를 뺐지만 그래도 여전히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기가 더 심해졌고 저림은 통증이 되어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다리를 쉬게 해주어야 하는데,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힘들었다. 1층까지 열 번도 넘게 오르고 내렸으니 밤새 힘에 부쳤던 모양이다.
이후에도 마을을 벗어나기 전까지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신경이 온통 왼쪽 다리에 쏠려있다 보니 단체 순례자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뒤늦게 깨달았다. 그들은 다 같이 출발하기로 한 곳으로 모이는 중이었고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었던 거였다.
거기에선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까미노 루트가 어떤 길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고 광장으로 되돌아오기도 벅차서 일단 아래로 내려갔다.
뽀르또마린은 1960년대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어 언덕 위에 재건된 마을이다. 이 마을은 중세에도 순례자의 통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뽀르또마린을 떠나기 위해서는 미뇨 강의 지류인 또레스 강 위를 지나는 좁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까미노는 밤나무와 유칼립투스 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을 따라 이어지며 길은 밀밭 사이에 있는 오솔길로 변한다.
도자기 공장을 지나면서 LU-633 도로를 오른편에 두고 나란히 걷다가 두 번에 걸쳐 도로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걸어야 한다.
또시보에서부터는 다시 LU-633의 왼쪽으로 까미노가 이어진다. 곤사르까지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가파른 산 길이 이어졌다. 오늘도 온갖 종류의 길을 다 만났다. 그렇게 한참 후 도로를 만났지만 설사 후라 기력이 쇠진한 데다 마법까지 걸렸고 속은 비어있는 상황이라 힘들었다.
시리얼 바를 조심스레 천천히 녹여먹었다. 먹어보니 괜찮아서 하나 더 먹었다.
곤사르에서는 예전과 달리 와이파이 접속이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이번에는 화장실에 화장지가 구비되어 있었다. 다행히 더 나올 것이 없으니 설사는 멈춘 듯했다.
세요 찍고 공립 알베르게 앞 벤치에 앉아있으니 커다란 셰퍼트가 옆에 와서 앉았다. 누군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더니 멍멍이에게 위로받았다.
단체 순례자를 인솔하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시리얼 바를 나누어 주시고 하나가 남으니까 그 시리얼 바를 내게 주셨다. 감사히 받긴 했는데 오늘은 내가 봐도 몰골이 그랬다. 걷다가 하나 더 먹었다.
곤사르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오르막을 오르면 조그만 농촌 마을인 까스뜨로마요르가 나온다.
오스삐딸 데 라 끄루스를 지나 치즈로 유명한 벤다스 데 나론을 지나면 경사가 급한 오르막 길은 리곤데 언덕의 정상까지 이어진다.
쁘레비사를 지나 라메이로스 끄루세이로를 지나면 리곤데다.
리곤데 성당 알베르게 앞에서 납작 복숭아를 씻어서 두 개를 먹고 공립 알베르게에 세요를 찍으러 갔더니 문이 닫혀있었다. 여기도 폐업했나 보다.
급경사 내리막이 있어서 도로로 우회했더니 내리막 길이 더 짧은 길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미뇨 강과 우야 강의 발원지이며 우요아 산과 시몬 산이 만나는 곳인 리곤데와 아이레세는 상당히 가까우며 여기에서 중세 순례자를 노리는 산적들이 숨어 살았던 빠요따 산으로 오른다.
에이레세 공립 알베르게가 리곤데 공립 알베르게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세요를 받으면서 화장실을 쓰겠다고 하니 알베르게 위층으로 안내해 주는데 올라가면서 보니 시설이 좋았다. 뭔가 특별한 안락함이 있다고 할까?
이미 13시인데 아직 3시간은 더 가야 하는 터라 잠시 갈등을 했다. 어차피 오늘은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니 내일을 위해 오늘은 끝까지 걷기로 하고 다시 출발했다.
아 몬떼로소 도로를 건너 내리막을 내려가서 개미 조형물이 있는 뽀르또스 알베르게에서 잠시 쉬면서 세요를 찍었다.
공동묘지의 둥근 지붕이 있는 레스떼도를 지나 오스 발로스와 아 마무리아를 거쳤다.
아스 라멜라스에서 로사리오 언덕을 오르면 빠라스 데 레이가 발밑에 있다.
도로의 왼쪽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서 쉼터와 스포츠 센터, 물레방아, 알베르게가 있다.
제대로 걸을 수 없으니 정말 8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세요 찍느라 멈춘 곳이 많아 16시에나 도착할 것 같더라니 역시 16시쯤 빠라스 데 레이 초입에 있는 오스 차꼬떼스 대형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건물 앞에 공사 표시 빨간 줄이 쳐진 걸 보고 또 공립 알베르게가 문을 닫은 줄 알고 순간 식겁했으나 알베르게 맞은편 식당 앞에 걸린 줄이었다.
갈리시아 날씨라서 무리하면 빠라스 데 레이 알베르게까지 갈 수도 있겠으나 빠라스 데 레이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두 개의 알베르게에 100개가 넘는 침대를 가지고 있으나 성수기에는 항상 침대가 부족해서 가급적 빨리 도착하는 것이 좋다.
이 시간에는 당연히 꼼쁠리또 일 수밖에 없고 더 이상은 무리일 것 같아 오늘은 여기에서 쉬기로 했다.
무릎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한쪽 다리 전체가 통째로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라 조심하기로 했다.
무사히 체크인을 했다. 자유 선택이라 2층 50인실 A룸에 창가 쪽 문이 열린 곳으로 침대를 선택했다.
이곳도 붙어 있는 침대였지만 제일 밝은 곳이었고 통창이 유일하게 열려있는 곳이라 환기가 잘 되고 있었다.
시설은 현대식이라 좋았지만 이곳에도 천정에는 지붕의 나무기둥이 드러나 있었다.
씻고 빨래를 해서 창틀 난간에 매달았다. 바깥에는 햇볕이 비치고 있긴 하지만 오늘은 빨래 걷으러 다니는 것조차 힘들어서 그냥 바람에 말리기로 했다.
주방에 가서 마지막 복숭아를 먹고 꼬마 병맥주를 마시려고 보니 오프너가 있어야 하는 병이라 비상용 콜라를 마셨다.
쌀과 냄비가 있어서 오랜만에 밥을 지었다. 죽을 끓이려다가 먹는 것이 싫은 상황에서, 양이 많아지는 것이 싫었다. 그냥 밥으로 지었지만 먹고 남겼다. 컵에 담아두고 설거지를 하고 올라왔다.
어느덧 18시, 이제 쉬기만 하면 된다. 여기도 파리가 많았다. 멀찍이 수영장이 보였다.
예전에 지나갈 땐 이 부근이 다 알베르게 시설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제 4일 남았다. 4일 후엔 지겨워진 걷기를 멈출 수 있게 된다. 이번엔 홀가분할까?
20시 반, 밥을 먹을 사람은 없는 것 같아 남은 밥은 위생백에 담고 컵은 설거지하고 올라오니 옆 침대 청년들이 밥을 먹으러 내려갔다.
콘센트가 부족해서 오늘은 충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을 찍지 않게 되니 배터리도 충분했다.
21시쯤 자려고 누웠으나 오늘 하루 힘들어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
22시가 되자 자동으로 건물 전체 불이 꺼졌다.
Portomarín→Os Chacotes 24.0km
○Portomarín (387M)
●Toxibó
●Gonzar (549M) 8.0km
-Iglesia Parroquial de Santa María
●Castromaior
●Hospital da Cruz (672M) 3.8km
●Ventas de Narón (703M) 1.5km
●A Prebisa
●Os Lameiros
●Ligonde (624M) 3.2km
-Cruceiro de Lameiros
-Monasteral de Vilar de Donas
●Eirexe (625M) 0.9km
●Portos (583M) 2.0km
●Lestedo
●Os Valos
●A Brea
●As Lamelas
●O Rodario
●Os Chacotes/Abant Palas 4.6km
69.0km/775.0km
Bonus +0.05€
Albergue de Peregrinos Os Chacotes -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