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84

Arzúa→Pedrouzo

by 안녕
Day 79.
Wednesday, July 12


새벽 1시에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주방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자는 사람이 있었다.

4시에 또 화장실을 다녀왔다. 6시에는 인기척에 일어난 김에 장을 비우고 왔다. 청년 넷만 빼고 모두 일어난 상태인데 그 누구도 불을 켜지 않았다.

이 또한 까미노의 에티켓이기에 나도 어둠 속에서 준비를 마쳤다. 50분쯤 그들도 일어나서 준비를 하길래 불을 켜주고 나왔다.




구글은 19km 4시간 걸린다고 했지만 난 7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았다.

7시 10분쯤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되돌아가서 아르수아의 조각상을 찍고 갈까 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출발했다.

N-547 도로 표지판 64km 지점부터 시작이다.




아르수아의 루고 거리와 까미노 데 산띠아고 길, 시마 도 루가르 길을 통과하여 까모르 길로 내려가면 프랑스인의 샘터가 나온다.

까미노는 아스 바요사스의 떡갈나무가 산 라자로 저택으로 이어지며 넓은 목초지와 떡갈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 완만한 경사의 오솔길을 오르면 쁘레곤또뇨에 도착한다.

마을을 나와 N-547 도로를 건너 노란색 창고 건물이 보이면 까미노는 직각으로 돌아나간다.

아 뻬로사를 지나면 떡갈나무 숲과 라드론 강변을 지나 따베르나베야에 도착하고 여기에서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걸으면 깔사다에 다다르게 된다.

이어서 마을 출구의 다리를 넘고 랑귀에요 강을 넘으면 유칼립투스 나무와 소나무, 떡갈나무가 어우러진 완만한 경사 길을 따라서 올라가 까예를 만날 수 있다.

마을을 빠져나오면 이그레사리오 강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게 된다. 돌이 깔린 오솔길은 자전거 길과 나란히 이어지다가 떡갈나무 숲까지 올라가는데 여기에서 멀리 산 브레이소의 페레이로스 성당이 내려다보인다.

계속해서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완만한 언덕을 넘으면 살세다에 도착하게 된다. 살세다에서는 오솔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이곳에서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를 하루 남기고 순례 중에 유명을 달리한 기예르모 와트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는데 청동으로 만든 등산화 안에는 지나가던 순례자가 놓아둔 꽃과 각종 기념물들로 넘쳐난다.

다시 N-547 도로를 건너서 떡갈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오솔길을 걸어가면 오 센이다. 오 센에서부터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라스를 통과하면 1993년 순례 중 사망한 마리아노 산체스 꼬비사를 기리는 비석이 서 있다.

아 브레라, 아 라비냐, 까스뜨로를 거쳐 산따 이레네 언덕의 정상인 오 엠빨메까지 이어진다.

오 암빨메에서 이어지는 까미노 사인을 따라가면 과거 시청으로 사용되었다는 공립 알베르게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샘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산따 이레네 언덕의 정상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2개의 레스토랑과 오래된 집들이 보이고 직진하면 N-547 도로의 아래를 지나는 터널로 이어지다 산따 이레네와 만나게 된다.




처음은 도로로 그 이후로는 구글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는데 가면서도 까미노 루트와 뭐가 다를까 싶은 찰나 까미노 루트와 합류했다.

오렌지 두 개를 까먹고 음료도 다 마셨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새벽 4시에 치즈 또띠야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고 온 터였다.

산따 이레네부터 다시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무릎 통증이 심해져서 길 위에서 보호대를 착용했다. 다리가 저리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오늘도 땡볕이다. 갈리시아는 소똥만 아니어도 살겠는데 그래도 오늘은 양반길이었다.




마을의 알베르게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까미노 사인을 따라 유칼립투스 숲길을 내려가면 금새 아 루아가 다가온다.

마을을 통과하여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어가면 부르고 시내를 건너 뻬드로우소에 도착한다.

N-547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만들어진 뻬드로우소는 철저하게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를 향하는 순례자를 위하여 만들어진 마을이다.

1993년에 만들어진 커다란 알베르게는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까지 순례 여정을 하루 남겨둔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항상 순례자로 넘쳐난다.




83km를 마지막으로 뻬드로소우에 도착했고 마을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에 막 도착하는 찰나 아르수아 알베르게의 그 청년 넷이 끼어들어 오늘도 그들 뒤에 줄을 섰다.

14시가 넘었는데도 체크인 줄이 너무 길어 30분을 더 기다렸다. 1층 A룸 2번 침대를 배정받았는데 침대마다 수납할 수 있는 2층짜리 라커가 있었다.

그런데 먼저 온 아래쪽 침대 주인이 아래 라커를 비워두고 위쪽을 쓰고 있었다. 위쪽 침대에서 아래 라커를 쓰려면 내려가야 해서 불편한 상황이었다. 비워달라고 하자니 불편해서 그냥 위쪽 라커를 같이 쓰자 싶었다.




우선 씻으러 가니 화장실의 가장 안 쪽은 문이 달린 욕실이 있었는데 씻고 나오니 누군가 똥을 쌌는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어떤 할머니가 들어오다가 내가 나온 욕실 문을 신경질적으로 닫아버린다. 거기는 화장실이 아닌데, 내가 범인 아닌데...

하지만 딱히 나한테 뭐라고 한 게 아니라 억울해도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침대로 돌아오니 위쪽 라커에 넣어두었던 내 물건이 나와있었다. 어제 아르수아 옆 침대에 머물렀던 여자가 아래 침대 주인이었다. 그런데 자기 라커에 내 물건을 넣지 말란다.

아래쪽 침대는 아래쪽 라커를 써주면 안 되겠냐고 조심스레 얘길 꺼냈다. 하지만 라커는 침대 번호와 상관없이 먼저 온 사람이 임자란다.

표정을 보니 말이 안 통하겠다 싶어 라커를 포기하려는데, 위쪽을 쓰고 싶으면 빨리 오지 그랬냐며 비아냥거렸다. 옆에서 그녀의 남자가 왜 그러냐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 남자도 맞은편 침대의 아래쪽을 쓰고 있었는데 역시나 위쪽 라커를 쓰고 있었다.

그 침대 위쪽에는 동양인이 있었는데 그녀도 아래쪽 라커를 포기하고 먼지가 쌓여있는 라커 위에다 짐을 두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쩔 수 없을 거라는 표정이었다.

옆 침대들은 평화롭게 각자의 라커를 쓰고 있었는데 우리 침대만 은근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래 너희가 다 써라.




알베르게는 도착하는 순서대로 침대를 배정해 주거나 아니면 다치거나 나이 든 사람에게 아래쪽 침대를 배정해 주곤 했다. 멀쩡한 이 남자는 왜 아래쪽 침대를 쓰고 있는 걸까? 도착 순서대로 배정해 주었다면 커플에겐 위아래 침대를 주었을 테고 아니라면 둘 다 위쪽 침대를 주어야 했다.

예전에는 도착 순서대로 침대를 배정해 주었고, 덕분에 건물 2층의 단층 침대를 배정받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착 순서가 아니었는데도 무릎을 다친 나에게 위쪽 침대를 배정해 주었던 터였다.

컨디션이 그렇게 나쁘지 않으면 위쪽 침대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 크게 불만은 없었지만 건장한 남자에게 아래쪽을 주었고 그것도 커플에게 모두 아래 침대를 배정해 준 이유가 궁금해졌다.

오늘 이후로 평생 볼 일이 없으니 제대로 짜증을 내려다가 별거 아닌 일에 감정 낭비하지 말자 싶어 가까스로 참았다.




바깥에도 빨랫줄이 있긴 하지만 공간이 부족할 것 같아 바지는 제외하고 빨래했다. 내일 가서 모두 빨아 널어야겠다.

이곳 주방에는 식기가 많았는데 모두 사라지고 전자레인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코펠을 쓰고 있는 사람이 보이긴 하지만 빌려 쓸 정도는 아니라 케이크와 레몬 맥주로 허기를 채우고 냉장고 속 오렌지를 먹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이제 마지막 알베르게다.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를 하루 앞두고 있는데도 설렘은 전혀 없고 그저 걸어서 왔다는 사실만이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몬떼 도 고소에서 하루 자볼까 했었는데 그렇게 되면 산띠아고에는 모레쯤 입성하게 된다. 여전히 고민이다. 잘 곳은 내일 걸으면서 생각하자.




배낭을 바닥에 두자니 물건을 꺼낼 때마다 내려가야 했고 공간이 좁으니 지나다니는 사람들 발길에 걸리적거리고 있었다. 침대에 올리자니 불안했다.

마침 다른 구역에 의자 하나가 비어있어서 가지고 와서 배낭을 올려두었다. 침대에서 아슬하게 난간을 지탱하면 내려가지 않고 배낭에서 짐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스낵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는 길에 먹을 걸 그랬다. 아침에 겨우 다운로드하였던 조카 동영상을 이제야 보는데 예뻤다. 내가 아팠던 만큼 조카는 건강했으면 좋겠다.




18시쯤 빨래까지 걷어오니 할 일이 없다. 일정 조율도 미리 할 필요가 없었다. 충전은 이따 밤에 식당에 꽂아두고 오면 될 것 같다.

내일은 꼼쁠리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느긋하게 출발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우선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에 가서 세요부터 찍고 분위기 살피고 꼼뽀스떼라 케이스 사놓고 빨래해서 널어놓고 19시쯤 저녁 먹고 와서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았다. 모든 게 순조로웠으면 좋겠다.




Arzúa→Pedrouzo 19.2km

○Arzúa (385M)
●Burres
●A Peroxa (385M) 3.3km
●A Calzada (388M) 2.5km
●A Calle (343M) 2.0km
●Boavista
●Salceda (359M) 3.3km
●O Xen
●As Ras
●A Brea (359M) 2.5km
●O Emplame
●Santa Irene (355M) 2.7km
-Capilla de Santa Irene
●A Rúa, O Pino (277M) 1.6km
●Pedrouzo(Arca do Pino) (266M) 1.3km

20.0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Arca do Pino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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