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rouzo→Santiago de Compostela
Day 80.
Thursday, July 13
내가 뛰어내렸단다. 아파트 창을 열긴 했으나 정작 뛰어내린 적은 없었다.
아직 해보지 못한 일이 더 많았던 나는 미련이 많았던 탓에 매번 그런 상황에 놓이면 절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스스로에게 하며 회유하곤 했었다.
첫 번째 까미노도 그렇게 실현되었던 셈이다.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도미토리를 이용하고 혼자서 몇 달씩 배낭여행을 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죽을 용기로는 못할 일이 없었다.
살기 싫었던 거지 당장 죽고 싶은 게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내가 정말 뛰어내렸단다. 짐 가지러 와달라고 미리 얘기했었다면서 동생이 부은 얼굴로 짐을 챙기러 집으로 왔다.
그런 상황들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내가 정말 뛰어내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눈을 뜨니 자정이 훌쩍 넘었다. 일찍 잠이 들었었나 보다. 사람들이 들어와서 짐을 챙기고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전혀 듣지 못했다.
폰을 가지러 식당으로 내려가니 이 시간까지 놀다 주방을 정리하고 룸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충전 중이던 폰을 가져오니 4시간이나 충전했는데도 아직 90%다. 또 누가 내 충전기를 썼나 보다.
다시 누웠으나 또 눈이 떠졌고 2시쯤 화장실에 다녀왔다.
모기 소리가 들려서 일어났고 잠이 오지 않아 1층으로 내려가는데 한 동양인이 복도에 앉아 있었다. 3시 반이었다.
정리된 주방에는 파티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멜론을 두 조각 잘라먹고 남아있던 냉동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었다. 야식은커녕 해가 지고 난 이후에는 먹지 않던 내가 새벽마다 이게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잊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다 침대로 돌아오니 겨우 50분이다.
이런 생활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그런데 정말 마지막일까?
앞으로 까미노 가고 싶다는 말은 안 할 듯싶다. 체력과 정신력만 있으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무릎이 망가질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앞서 파리에서 베드버그의 습격을 받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 길은 하늘의 허락도 필요한 곳이었다. 전 세계적에서 이상기온이 나타나고 있지만 스페인에서 그것도 한 여름에 저체온증으로 생사를 넘나들 줄은 몰랐다.
손가락 끝과 발가락의 감각은 지금도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다. 여전히 감각이 무디었지만 별일 없었으면 된 거다.
두 번째 까미노를 끝내면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당분간 근처에도 안 갈 듯싶다.
자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떠난 후에 간신히 일어나 준비하는데 아직 6시 반이다.
시간은 많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몬떼 도 고소라는 플랜 B가 있어서 혼자서만 여유로웠다.
알베르게 냉장고엔 여전히 피자 한판, 멜론 한통, 수박 한 통과 음료수들이 잔뜩 남아있었다. 삭막한 주방에 앉아서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샐러드와 요거트를 먹고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런치박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멜론을 챙겼다. 내 무릎은 오늘도 버텨줄까?
퇴실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7시 40분쯤 알베르게를 나섰다. 미리 캡처해 둔 구글에선 18km 4시간 걸린다니 난 7시간 정도 걸릴 거라 예상하면서 말이다.
오래된 시청 건물의 뒤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축구장이 나올 때까지 걷다가 새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면 체육관 건물과 학교를 지나서 산 안똔이라는 마을이 나오고 마을을 지나면 넓은 녹지를 지나 아메날에 도착한다.
그러나 아멜날을 통과하는 길은 복잡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까미노 사인을 놓칠 수도 있다.
마을 출구의 N-547 도로를 넘어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면 라바꼬야 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걸어 시마데비라를 지나면 원래 까미노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지만 파데사에서 만들어 놓은 거대한 공장지대를 만나게 된다.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 바레이라 언덕을 오르면 다시 N-547 도로를 만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N-634 도로를 넘으면 산 빠이오가 나온다.
산 빠이오에서 라바꼬야에 이르는 길은 새롭게 만들어져서 편하다. 까미노 사인을 따라 라바꼬야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밑으로 이어지는 터널을 통과하면 된다.
여기에서 라바꼬야로 내려가는 아스팔트 포장길을 만나게 되는데 산 로께 소성당 방향으로 내려가지 말고 교구 성당이 있는 쪽으로 돌아나가서 N-630 도로를 건너 라바꼬야 시냇가로 간다.
주변의 붉은 흙으로 인해 물이 붉게 보였고 주변에 매달린 색깔별 끈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언덕을 오르면 비라마요르에 도착하게 된다. 아직까지 시골의 정취가 남아있는 비라마요르에서 다시 언덕을 오르면 네이로가 나오는데 여기에서부터 떡갈나무를 따라 산 마르꼬스까지 내려가는 길에 순례자를 위한 캠핑장과 갈리시아의 지방 방송국인 TVG를 지나게 된다.
까미노 합류 지점까지 가면서 바나나를 먹고 피자도 절반을 먹었다.
다시 도로를 따라가야 하는 지점에 오자 떡갈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널따란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어졌다. 도로에 비해 돌아가는 길이긴 하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까미노 루트를 따라 걸었는데 바로 후회했다.
포장된 도로이긴 하나 오르막과 내리막을 몇 번이나 오르고 내렸는지 점점 지쳐갔다. 그 길에 도착하기도 전에 피자는 모두 먹어치웠다.
그러나 갈리시아 TV가 나올 때까지 그 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예전의 그 길엔 사람이 유난히 없더라니 제2의 루트였나 보다.
오늘 걸은 길에서는 순례자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산 마르꼬스와 몬떼 도 고소는 같은 지역이다. 산 마르꼬스 소성당의 왼쪽으로 유명한 몬떼 도 고소가 있다.
대부분의 순례자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 대성당의 탑을 보게 되는데 흐린 날이나 여름철 유칼립투스 나무가 너무 무성하게 자랐다면 대성당의 탑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며 몬떼 도 고소에 도착했다.
산 마르꼬스 소성당에서 잠시 기도드리고 나오다가 세요를 찍으려고 서있는데 단체 순례자 중 한 사람이 세요를 대신 찍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의 세요가 반토막이 나서 찍혀있었다. 제대로 찍지도 못하면서 왜 세요를 움켜쥐고 있는 걸까?
마지막 세요가 제대로 안 찍히니 솔직히 기분이 상했다. 14시쯤 다시 출발했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왼쪽으로 몬떼 데 고소의 거대한 알베르게 단지가 보인다.
여기서 다시 고민했지만 오늘까지 까미노를 마무리하고 내일 하루라도 편히 지내고 싶어 그냥 출발했다.
또다시 걷고 걸어 14시 반 드디어 산띠아고에 입성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걷는 도중 오렌지 티셔츠 단체와 몇 번이나 만났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정들어서 계속 부엔 까미노를 외쳐야 했다.
계단을 내려가서 다리를 건너 고속도로와 사르 강, 철길 위를 지나 꽁꼬르띠야 까미노 공원을 만나면 산 라사로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걸어가다 산 라사로 지역의 출구에서 폰떼 도스 꼰체이로스 거리를 빠져나가 사립 알베르게에 머물 수도 있다.
계속 직진하여 아베니다 데 루고 거리를 지나면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의 구시가지가 나오지만 대성당까지는 아직 한참을 더 걸어야 한다.
뽀르따 도 까미뇨를 지나면 산 뻬드로 거리에 도착한다.
좁은 아니마스 거리, 세르반떼스 광장, 사끄라 길, 아사베체리아 도로를 지나야 대성당 옆의 쁠라데르시아 광장이 나온다.
윤이 나도록 닳아버린 돌로 만든 도로를 따라 아치를 통과하면 마침내 오브라도이오 광장이다.
왼쪽으로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 대성당이 보인다.
대성당 바닥의 표시석에 한 발을 내디뎌본다. 공식적인 까미노의 완주를 위하여 순례자 사무실에서 마지막 세요와 꼼뽀스떼라를 받을 수 있다.
순례자 사무소의 위치가 바뀌었단다. 2년 전엔 대성당을 바라보고 오른쪽 골목에 있었다면 지금 왼쪽 골목에 있었다. 찾아오는 순례자가 많아지니 넓은 곳으로 옮긴 모양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색 찬란한 도시를 가볍게 구경하는 데에도 꼬박 하루가 걸린다.
어느 관광지처럼 6월에서 8월까지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관광객, 순례자가 뒤섞여 혼잡하다.
난 바로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로 갔다. 벌써 15시가 넘었다. 그런데 이 넓은 알베르게는 단체 학생 순례자로 인해 자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고 설마 이 한 몸 잘 곳이 없겠냐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 배낭을 4층 소파에 내팽겨두고 일단 씻었고 주방으로 내려가서 멜론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배낭을 보관함에 넣어두고 18시, 느긋하게 대성당으로 갔다.
과거 순례자 병원들은 폐허가 되었거나 사라진 지 오래지만 산티아고 대성당 옆에 위치한 Hostal dos Reis Católicos는 그 전통을 최근까지도 지켜가고 있었는데 까미노를 완주했다는 증거로 끄레덴시알을 제시한 순례자들 중 10명에게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었다.
이 사실을 2년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아직까지 실천하고 있겠나 싶어서 가보지 않았는데 그 뒤로도 여전히 경험했다는 글을 읽었다.
확인 차 파라도르에 가봤지만 주변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서성대고 있었다.
19시쯤 리셉시온으로 가서 물어보았다. 젊은 직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고 옆에 서 있던 할아버지 직원이 알아채고 이제는 하지 않는다고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런치 어쩌고 해서 런치는 있나 싶었더니 그냥 순례자를 위한 런치메뉴가 새로 생겼단다. 오늘 미리 와보길 다행이었다. 내일 꼼뽀스떼라를 받고 나서 생일을 핑계로 먹으러 왔다가 허탕 쳤으면 얼마나 허무했을까?
드디어 대성당에서 알베르게로 오는 지름길을 찾았다. 그 길의 끝이 언덕 위의 수도원 성당이었다.
19시 반이라 미사 시간일 것 같아 들어가니 이미 시작되었다.
평화의 인사 때 감기에 걸린 할머니가 내 손을 잡으려고 해서 할머니의 손을 애써 외면하고 그냥 인사드렸다. 그러자 다른 순례자가 강압적으로 내 손을 움켜잡았고 그 사람이 내 손을 잡자 옆에 있던 감기에 걸린 또 다른 할머니가 손을 내밀어서 이번엔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첫 번째 할머니의 손만 외면한 셈이 되어버려 죄송했다. 벌을 받았는지 이미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에 리셉시온에 가서 꼼뽀스떼라 케이스를 사려고 보니 이제는 1.50€란다. 그래서 안 사겠다고 하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웃는다.
그깟 0.50€가 아니라 내겐 주스 한통 값이기도 하지만 이걸 살 바에는 예쁘게 장식된 정식 케이스를 2€에 사는 게 나았다.
주방으로 내려갔는데 단체 학생들이 많아서 시끄러웠다.
오늘 걸었던 일이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너무 피곤해졌다. 아직 잘 곳을 정하지 못했지만 하루 정도는 소파에서라도 잘 생각이었다.
식당에서 멜론을 먹고 있는데 미국 교포가 말을 걸어왔고 같이 멜론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다 보니 자리가 길어졌다.
이런 자리를 내심 바라고 있었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얘기하는 것조차 피곤하기도 하고 배도 아프고 해서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22시 직전 한 독일인까지 합류해서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
다들 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한 기쁨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어 이렇게 자리를 하고 있지만 나에겐 이렇게 노닥거릴 여유가 없었다.
설마 설마 했지만 정말 이 넓은 알베르게에 빈 침대는 하나도 없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성수기의 위엄이었다. 몬떼 도 고소에서 자고 올 것을 그랬다. 정말 소파에서 자야 하나보다. 그건 가능할까?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오니 근처에 있던 아일랜드인까지 합류해 있었다. 나만 홀로 난감한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사실 나 오늘 잘 곳이 없어요. 먼저 올려 보내고 잠 잘 곳을 물색하려고 했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3시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굿 나잇하고 겨우 벗어났지만 갈 곳이 없어서 식당 소파에 앉아있는데 너무 피곤했다. 미니 슈퍼는 23시 30분까지 영업을 하지만 리셉시온은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빨간 소파가 있는 3층에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자정이 넘어서도 복도 소파에는 이야기 꽃을 피우는 학생들로 소란스러웠다.
자정 넘어 한 무리의 학생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늦은 시간에도 출입이 가능한가 보다.
토요일에 파띠마로 가려고 했는데 독일인도 토요일에 파띠마에 간다고 했다.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싫었다.
늦도록 돌아다니는 사람들, 너네들 체력에 존경을 표한다. 그런데 여기 라이트가 자동이라 사람들이 움직이니 계속 불이 켜졌다. 이러다 밤샐 것 같아 다시 4층으로 올라갔다.
조용하긴 한데 무단 침입자가 한 명 더 있었다. 공부하려고 복도에 나와 있나 했더니 배낭이 소파 옆에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다.
내가 소파를 차지하자 배낭을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2시가 넘자 조용해졌고 난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Pedrouzo→Santiago de Compostela 20.0km
○Pedrouzo (276M)
●San Antón
●O Amenal (248M) 3.7km
●San Paio (336M) 4.0km
●Lavacolla (294M) 1.8km
●Vilamaior
●San Marcos (361M) 5.3km
●Monte del Gozo/Monte do Gozo (335M) 0.4km
●Porta do Camino (270M) 4.6km
●Santiago de Compostela (255M) 0.2km
0.0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Seminario Menor la Asunció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