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átima, Portugal
Day 85.
Tuesday, July 18
오늘도 눈을 뜨니 7시다. 화장실 갔다가 피곤해서 다시 누웠다.
날씨가 흐리다. 어제 옷을 빨아서 민소매만 입고 잤더니 좀 추웠는데 침낭도 그다지 소용은 없었나 보다.
장을 비우고 더운물로 샤워를 하니 좀 나아졌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했더니 카메라 설정을 다시 해야 했다.
8시쯤 식당으로 내려갔다. 혼자 먹고 있으니 사람들이 내려왔다. 오늘은 빵 4개 치즈 4장 버터 2개 커피 2잔을 마셨다. 먹으면 먹는 대로 끊임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배가 고프면 고픈 대로 또 그렇게 견딜만하기도 했다. 먹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워지기 전에 오전에 잠깐 나갔다 오려고 했지만 날씨가 흐리니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사실 피곤했다. 많이 피곤했다.
리셉시온에 인기척이 있는 걸로 보아 스태프가 출근했나 보다. 처음 맞이했던 그 남자 스태프였다. 숙박을 하루 더 연장하고 영수증을 받았는데 오늘은 출력해서 준다. 방으로 올라오니 9시 20분이다.
식당 창밖의 풍경도 좋아서 한 시간 넘게 앉아 있었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파띠마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좀 분주해 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피곤했다.
어느덧 해가 비친다. 난 이제 무얼 해야 할까? 두통이 생겼다. 피곤한데 쉽게 잠들지 못하고 멍하다.
성모님의 가슴에 매달려 있는 심장을 상징하는 하트, 그게 파띠마의 성모였고 일곱 살 꼬마가 찾던 바로 그 성모님이었다.
루르드에서 고통스러웠던 만큼 파띠마에서는 홀가분해지길 빌어본다.
2년 전에는 루르드에서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웠고, 파띠마에서는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인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도 그렇게 홀가분한 상황은 아니었다.
힘들게 까미노를 끝내고 어렵게 도착한 Santiago de Compostela에서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와서 도착한 이곳, 파띠마에서 난 또다시 버림받은 줄 알았다.
어려운 순간에는 항상 그분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난 내 옆에 안 계셨다고 투정 부렸고 혼자 내버려 두셨으니 내 맘대로 할 거라며 엇나가곤 했다.
하지만 그분은 그 순간에도 힘들어 지친 나를 업고 묵묵히 걷고 있었을 거란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공평하신 분일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파온다. 자책하지 말자.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샤워하고 짐 정리해 놓고 8시 아침 먹고 9시 성지에 갔다가 돌아와서 짐 챙겨 11시쯤에 출발하기로 했다.
저번처럼 11시 반 버스를 타면 될 것 같다. 예전엔 14시 도착이었는데 지금은 13시 도착이란다. 빨라진 만큼 버스비가 많이 오른 게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나에게 다음번이 있다면, 다음번엔 포르투갈만 따로 오고 싶었다. 나는 루르드보다 파띠마가 더 좋아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생일을 잊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잊은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셨다. 그래도 오늘은 어머니가 자꾸 생각이 났다. 파띠마엔 어머니를 모시고 오면 좋을 것 같은데 어머니에겐 너무 먼 곳이다.
몇 년 전 부모님이 천만 원짜리 성지순례를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드렸는데 다녀와선 기억을 잘하지 못하셨다. 누가 가보니 좋았다고 하더라며, 보내 달라고는 하는데 정작 다녀와선 아무 말이 없으셨다. 가보니 좋더라 다시 가고 싶다는 그런 곳이 어머니에겐 없는 것 같았다.
피곤해서 누워있는데 잠은 안 오고 시간은 잘 간다. 오늘도 15시가 넘어서야 나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번 더울 때만 나가니 더운 거였지.
오늘 갈아입은 옷에서 냄새가 난다. 건조한 스페인과 달리 습한 포르투갈에서는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에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뜨거운 물에 한번 소독하고 싶었다.
두 번의 까미노로 인해 K2 고어텍스 등산화는 여기저기 터지고 닳아버렸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 되려나 보다.
여행이 뭘까? 나에겐 그냥 혹시나 싶은 기대감 그리고 도피처일 뿐이다.
17시쯤 나섰다. 흐린 날씨라 시원했다.
일단 삥구에 가서 비스킷이라도 사려고 했는데 초코 비스킷이 세일을 했다. 화요일마다 새로운 품목이 세일에 들어간다. 1.27€가 30% 0.89€이니 스페인보다 저렴한 편이다. 굳이 그 먼 데서 사 가지고 올 이유가 없었나 보다. 그래도 맛이 다르겠지. 크림과 초코 둘 다 사 가지고 오니 꽤 묵직했다.
흐리던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졌다. 그래도 나온 김에 십자가의 길을 하러 갔다.
오늘은 정성껏 십자가의 길만 하려고 간 거였데 폰에 문서가 없다는 게 뒤늦게 생각이 났다. 멍하다. 대신 고통의 신비로 묵주기도를 드렸다.
Calvário는 예수님의 수난 Memory of the Passion of Our Lord을 기리는 14개의 작은 Chapels이 있다.
15번째 채플은 예수님의 부활 Resurrection Beneath the Calvary을 의미하는데 십자가상 밑으로 헝가리의 St. Stephen of Hungary에게 봉헌된 소성당이 있다.
처음의 14처는 1964년 5월 12일 헝가리 난민(Catholic Hungarian refugees)들이 봉헌한 것이고 15처는 1992년 10월 13일 헝가리 대사(Ambassador of Hungary)에 의해 봉헌되었다.
"이 십자가의 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의 만행을 피해 포르투갈로 피난 온 헝가리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이곳의 제단, 독서대등 시설물들은 2차 세계대전 시 사용되었던 총기들을 녹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Loca do Cabeço는 성모 발현 1년 전인 1916년 평화의 천사가 첫 번째와 세 번째로 나타난 곳이다. 두 번째는 루치아 생가 외진 곳의 나무 아래 Poço do Ameiro에 나타났다.
1917년 5월 13일은 토요일이었다. 그날 정오경 한줄기 밝은 빛이 아이들을 비추었는데 그들은 Cova da Iria의 나무 위에서 찬란한 모습의 어떤 여인이 나타난 것을 보았다.
이 첫 발현 때 그 여인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그리고 전쟁의 종식을 위해 기도하라고 이르시면서 매달 13일에 다시 오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놀라운 천상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태양이 빙빙 돌면서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처박히는 듯한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어린이들은 첫 발현 날인 5월 13일처럼 일찍이 그곳을 향하였다. 약 7만 명의 대군중들이 어린이 주변에 몰려 있다가 신비로운 이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어린이들이 Cova da Iria에서 본 환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930년 10월 13일이다.
5월 13일 첫 번째 전쟁이 끝나고 세상에 평화가 오도록 매일 묵주기도를 바쳐라. 6월 13일 두 번째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에 대한 신심을 세워라. 7월 13일 세 번째 티 없는 마리아의 성심에 러시아를 봉헌하고 첫 토요일마다 보속 영성체를 하고 구원을 비는 기도를 가르쳐 주시고 죄인들을 위해 너희를 희생으로 바쳐라. 8월 19일 네 번째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많은 희생을 하고 묵주기도를 바쳐라. 9월 13일 다섯 번째 전쟁이 끝나도록 묵주기도를 바쳐라. 10월 13일 여섯 번째 성모님은 자신을 묵주기도의 모후라고 하시며 그 자리에 성당을 짓고 하느님의 마음을 상해드린 것을 보상하고 죄의 용서를 빌어야 한다.
네 번째 발현일인 8월 13일에는 목동들이 여인의 발현에 대해 의심을 하는 Vita Nova de Ourem의 정부 관리에게 끌려가서 갖은 고초를 당했기 때문에 코바 다 이리아로 가지 못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대신 여인은 8월 19일 Aljustrel에서 500m 떨어진 Valinhos에서 발현하셨다.
9월 13일, 여인은 전쟁이 끝나도록 로사리오를 바치라고 이르셨다.
끝으로 10월 13일 그 여인은 당신을 "로사리오의 모후"라고 알려 주시고 기도하고 보속 하라고 다시금 이르셨다.
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으니 오는데도 한 시간이 걸릴 거리인데 빗방울이 흩날려서 서둘러 돌아왔으나 더 이상 오지는 않았다.
시원한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좋았을 것 같다. 성지를 통해 돌아왔는데 마지막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 둘러보기가 힘들었다. 정이 들기 전에 떠나야 했다.
조금 걸었다고 그새 무릎이 또 욱신거렸다. 씻고 빨래를 했다. 밤사이 잘 마를지 걱정이다. 일찍 누웠으나 어제처럼 오늘도 쉽게 잠들지는 못할 것 같다.
○Fátima
●Capelas da Apariçoes
●Basílica de Nossa Senhora do Rosário
●Basílica da Santíssima Trindade
●Calvário
●Valinhos
●Loca do Cabeço
●Poço do Ameiro
Pingo Doce 1.78€
Bol Cacau PD 500g 1.27>-0.89€
Bol Rec Baun PD 500g 1.27>-0.89€
Domus Carmeli +B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