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91

Fátima, Portugal→Lisbon, Portugal

by 안녕
Day 86.
Wednesday, July 19


새벽 두 시에 잠깐 깼다. 화장실 다녀오며 빨래 상태를 확인했다. 상의만 덜 마른 상태라 안심하고 다시 잠들었으나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이번 여행에서 화장실을 혼자서 쓸 수 있는 마지막이라 편안하게 장을 비우고 샤워하고 짐을 정리하고 8시쯤 식당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과일 바구니에 신선한 과일이 한가득이다. 커다란 바나나에 사과, 키위, 서양배 등 너무 많아서 과일만 먹어도 될 것 같았다.

테이블이 하나만 풀 세팅되어 있어서 거기에 앉았더니 한 테이블을 더 세팅한다. 내가 올 줄 몰랐던 건가?

바나나를 먼저 먹고 빵을 먹고 있으니 20분쯤 지나서야 커피가 왔는데 오늘은 Leite도 안 갖다 주고 커피는 너무 연했다.

오늘은 치즈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빵 4개, 버터 3개, 바나나 1개, 키위 1개, 서양배 1개를 먹었는데 8시 40분이다.

배를 채우고 나서야 테이블 뒤편으로 서너 자리씩 세팅된 테이블 두 개가 더 보였다. 거긴 인원수가 적은데도 빵이 한가득 담겨있었는데 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단체팀 인원수에 맞추어 세팅해 놓은 자리에 앉아버리니 황당했겠다.

처음 들어왔을 때 내 눈에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마지막이라 사과와 바나나를 챙겨 올라왔는데 아직 9시가 되지 않았다.

배낭을 가지고 내려가서 로비에 두고 체크아웃을 했다. 남자 스태프는 왠지 친절함이 없었다. 성지로 가서 있을 만큼 있다가 돌아와서 배낭 가지고 버스터미널로 가면 될 것 같았다.




Capela das Apariçoes에 앉으니 9시 반 미사가 시작되었고 처음과 끝을 이곳에서 하게 되었다.




REGINA SACRATISSIMI ROSARII FATIMA ORA PRO NOBIS.


10시 20분 호텔로 돌아가서 배낭을 들고 30분쯤 나왔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되돌아가기가 그래서 조금만 멈추어 주십사 청하며 버스터미널로 걸어갔다.

55분쯤 도착했고 한산해서 바로 11시 리스본행 티켓을 구입했는데 12.50€였고 리스본에 12시 반 도착이란다.

버스는 3분 늦게 와서 11시 5분에 출발한단다. 배낭을 짐칸에 싣고 운전석 뒷좌석에 앉으니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루르드는 한 번은 청원하러 오고, 또 한 번은 감사드리러 오는 곳이라고 했는데 파띠마는...

묵주기도 매 단을 바칠 때마다 외우는 구원송의 시작이 이루어졌던 파띠마를 떠났다.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버스에서 와이파이가 되었지만 오늘은 배터리도 가득인 데다 딱히 쓸 일이 없었다.

리스본에 들어서자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우중충 흐리다. 12시 35분 도착했으니 운행시간은 지킨 셈이다.

버스터미널에서 Midtown Hostel (Avenida Antonio Augusto de Aguiar 90-1.o, Avenidas Novas) 까지는 2km 거리라 내비를 가동하고 길을 나서는데 고가도로 구간에서 길이 끊어져 헤매긴 했지만 나름 잘 찾아갔다.

막상 부근에 도착해서는 호스텔 입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으니 길가에 서 있던 투숙객이 알려주어 들어갔다.




Midtown Hostel은 대로변에 있는 건물 2층이었고 내부는 깨끗했다. 게다가 주방에 냉장고까지 있었다.

체크인을 하는데 도시세 포함 11.00€라 20€를 건네니 거스름돈이 없는 모양이다. 나도 나갔다 올 계획은 없는데.




우선 씻고 빨래하고 사과를 들고 주방에 가니 쌀이랑 양파가 보였다.

우선 사과부터 먹고 밥을 지으며 양파를 볶으려니 기름이 아니라 드레싱이어서 체다 치즈 한 덩어리 넣고 그냥 볶았다. 달걀도 하나 넣었고 참치캔이 있어서 넣었더니 훌륭했다.

고등어 캔까지 이미 까놓은 상태였고 얼긴 했지만 샐러드도 있어서 진수성찬이 되었다. 수박도 있었지만 배가 너무 불러 맛만 보곤 방으로 들어왔다.




혼성 도미토리였지만 6인실 4번 룸은 다행히 아직까지 여자들만 있었다. 근데 길가라 차량 소음이 꽤 있었는데 룸에 딸린 베란다 문을 닫으면 좀 낫긴 했다. 욕실 딸린 화장실도 두 곳이었다.

3박 해도 될 뻔했다. 할 일이 없어 침대에서 노닥거렸다.




K의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곧 정리되는 대로 연락 하마~ 외국여행 중인 것 같은데 몸조심하고~'

이건 뭐지? 사회에서 격리되기라도 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바날 델 까미노의 신부님의 메시지, '까미노는 ‘정직한 길’이다. 온몸으로 걸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세찬 비가 들이닥쳐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불고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쏟아져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걷는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온몸이 빈대에 물리더라도, 잠자리가 불편하고 먹는 것이 부실해도, 그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걷는다. 꼭 필요한 것만 짊어지고 걷는다. 그 외의 것은 욕심이다. 그래서 온전히 ‘내어 맡기는 길’이다. 인간적인 계획은 아무 소용이 없다. 하루하루 그분 손에 맡긴다. 누굴 만날지, 어디까지 갈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잘지 모른다. 그저 내어 맡길 뿐이다.' 정말 인간은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남자 투숙객이 들어와 하나 남은 아래 침대에 자리를 잡는다. 빨래 건조를 위해 베란다 문을 열어두었는데 소음이 심하긴 하다. 그래도 와이파이 잘 되고 개별 콘센트 있으면 됐지. 남녀가 들어옴으로 6인실은 가득 찼다.

수박을 기어이 다 먹었다. 문득 산티아고에서 챙겨 온 파인애플 통조림을 언제 먹었는지 궁금해졌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배낭을 정리했으니 그전에 먹었다는 건데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국물까지 다 마셨던 기억이 났다.




21시 반, 잠이 오지 않는다. 게다가 모기까지 있어서 시트를 덮고 겨우 잠이 들려는 찰나 누군가 불을 켜고 들어왔다. 배려 없는 투숙객인 줄 알았더니 호스텔 스태프였다.

베란다에 나가서 누군가와 얘기를 하더니 그냥 나가버린다. 불을 끄러 내려가려는 찰나 아래 침대 투숙객이 들어왔고 바로 나가길래 내려가서 불을 끄고 왔더니 그 스태프가 다시 들어와서 불을 켠다.

또 베란다의 그 남자와 언쟁을 했고 그 남자가 뛰쳐나가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옆 침대 시트를 교체하고 나갔다.

이어서 아주머니가 들어와선 만족해하며 자리에 눕는 걸 보니 연속으로 투숙하고 있는데 시트 교체를 안 해줘서 항의한 모양이다.

그리고 다들 나가자마자 또 아래 침대 투숙객이 들어왔다. 불을 끄는 것은 그냥 포기했다. 투숙객이나 스태프나 매너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늦게까지 계속 불이 켜진 채였는데 23시쯤, 아래 침대 남자가 아주머니에게 불을 꺼달라고 요청했고 드디어 불을 끄고 잘 수 있게 되었다.




Fátima→Lisbon, Portugal

Fátima 11:00~12:30 Lisboa




Rede Expressos Bus -12.50€
Midtown Hostel -11.00€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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