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bon, Portugal
Day 87.
Thursday, July 20
수박 덕분에 새벽에 화장실을 두 번이나 다녀왔고 7시 일어나자마자 장도 비웠다. 11시에 체크아웃하면 되는지라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8시 반 요거트 두 개를 먹고 달걀 5개를 삶아 먹었다.
파띠마에서의 휴식으로 왼쪽 다리의 비정상적인 부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발목과 발가락의 통증이 심해져 밤새 힘들었다.
어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 것도 같다. 밤새 모기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 얇은 시트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잤지만 몇 군데는 물린 것 같다.
오늘은 또 얼마나 힘든 하루가 될까? 어제 체크인할 때 있었던 여자 스태프가 보여서 다시 얘기를 했는데 여전히 거스름돈이 없다고 그냥 가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왠지 찜찜하다.
이럴 거면 잔돈이라도 받았을 것 같은데 여하튼 고맙다고 했다. 요거트 두 개를 더 먹고 10시 40분쯤 나섰다.
큰길 따라 3.7km니까 12시 전에는 도착할 것 같았다. 일찍 가더라도 체크인 시간인 15시까지 기다려야 해서 고민이다.
발걸음이 더디긴 하지만 일단 호스텔 근처에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부근에 맥도날드가 보여 일단 잠시 신세 지기로 하고 들어갔다.
한국인들이 몇 명 있다가 떠나갔다. 여긴 화장실이 오픈되어 있었지만 대신 관리는 엉망이다.
에어컨을 맞으며 앉아 있으니 너무 추웠다. 여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호스텔에 한번 가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12시 체크인은 무리였다. 맥도날드는 점심시간인데도 붐비지 않았다.
13시쯤 Kab+1 Hostel (Rua Escadinhas da Praia 3 3ºDto, Estrela)로 갔다. 건물은 찾았는데 주변이 공사 중이라 입구를 찾을 수 없었고 간신히 현관문은 찾았으나 호출해야 하는데 몇 층인지를 알 수 없으니 초인종을 누를 수 없었다.
이번에도 호스텔 투숙객이 나오다 문을 열어주었고 4층이라고 알려준다. 올라가니 호스텔 간판이 있었으나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또 다른 투숙객이 나오다 문이 열어주어 안으로 들어갔다. 스태프가 있어서 바로 체크인했다. 그런데 미드타운보다 못했다.
6인실 24번 침대를 배정받았는데 그 룸의 마지막 침대였다. 2층 침대 높이에 조그만 창이 있었고 내 침대 바로 옆이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진과 달리 왠지 어두침침했는데 다른 방은 훨씬 밝았다.
욕실은 화장실이 딸린 구조에 룸에 맞먹는 크기였지만 왠지 깔끔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주방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미드타운으로 밀어붙였어야 했다. 카브는 왠지 실패한 느낌이다. 욕실 밖으로 빨래 건조대가 있었는데 왠지 빨래를 널기에 부담스러운 빨랫줄이었다. 햇볕 드는 곳에 있는 전선줄이 그나마 깨끗했으나 거기엔 도르래가 없어서 햇빛 소독이 절실한 긴팔 셔츠만 간신히 널었다.
속옷과 수건은 침대 난간에다 널었는데 조그만 창으로 바람이 꽤 불어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아침부터 괴롭히던 두통은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몸살인 듯싶다. 원래는 짐만 받아주어도 시내에 잠깐 나갔다 오려고 했는데 막상 체크인을 하고 나니 힘들어서 나가기 싫어졌다.
주방은 무얼 해 먹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오늘은 과일로 대충 때워야 할 것 같다. 마지막 숙소인 훌라도 이 정도일 것 같은데 딱 미드타운만큼만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침대에서 와이파이가 잘 되고 콘센트가 있었다.
저녁에 시내에 나가볼까란 생각을 했다. 예전에 비스타스 호스텔에 머물 때도 벨렝까지 8.1km 거리를 걸어서 왕복했는데 여기서는 2.5km 정도 거리라 다녀오기엔 충분할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좀 쉬자.
17시 빨래는 다 말랐다. 미드타운은 각 방에 딸린 베란다가 흡연장소였는데 여긴 휴게실이 흡연구역이라 침대에만 있어야 했다. 모두 장단점은 있는 듯싶다.
요거트와 키위와 스틱을 먹었다. 크림 비스킷을 개봉했는데 크림 산도와 비슷했다.
어젯밤 무언가에 물린 듯 발과 다리에 발진이 생겨 엄청 가려웠는데 모기에게 물린 게 아니라 베드버그에 물린 것이었나 보다.
이제는 상처가 가라앉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더니 진정되기까지 또다시 한 달 이상을 버텨야 했다.
어제 미드타운에 커플이 있었는데 왠지 서로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해서 꼭 두 번씩 얘기해야 간신히 대화가 되는 답답한 커플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커플이 있었는데 이번엔 언쟁을 하는 커플이다. 싸우는 듯한 대화가 기본이라 왠지 아슬해 보였다.
서울은 뒤늦은 장마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단다. 가기 전에 비가 많이 와서 기온이 낮아졌으면 좋겠지만 다음 주에는 맑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침대에서만 뒹굴거렸더니 무릎이 한결 편해지고 있었다. 멘소래담의 효과인가?
불이 켜진 상태에서도 잠이 들었고 수시로 깼지만 23시 넘어서 불이 꺼진 듯했다.
1시 반 엄청난 소음에 눈을 떴다. 근처에 클럽이 있다곤 했지만 소리가 이렇게 클 수가 있을까? 창문을 확인해 보니 위로 열린 상태였다.
완전히 닫으니 그나마 나은데 옆 건물 루프탑이 바로 클럽이었고 창문 부근이라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화장실 다녀오면서 주방에서 맥주 한 병을 가져왔다. 코골이까지 있어서 맨 정신에는 잘 수 없을 듯싶었다. 이제 겨우 한시 반인데 내일도 이런 환경이라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창을 닫아서 소음은 줄었지만 스피커의 진동은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맥주까지 마시고 있으니 마치 클럽에 서 있는 기분이다.
Kab+1 Hostel +B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