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내 사랑 마리벨 #20

호라티우스의 맹세 1/2

by 안녕
Épisode 18.


듀가 존 연극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으나 마리벨에게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료가 엄청나게 비쌌던 것이다.

낮에는 세탁소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바느질이나 다른 잡일을 닥치는 대로 해서 마리벨은 돈을 모았다. 나흘 동안 잠도 못 자고 일만 계속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수업료가 마련된 것은 수업이 시작된 지 무려 3주나 지난 뒤였다.




듀가 존 선생은 마리벨을 보자 노기 띤 목소리로 꾸짖었다.

"입학 초부터 3주씩이나 결석을 하다니! 공부할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죄송합니다, 선생님."

듀가 존이 마리벨의 사정을 알 리가 없었다.

"어쨌든 이번만은 용서한다.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퇴학이야."

그날은 바로 개인교수를 정하는 날이었다. 훌륭한 선생한테 지명을 받아서 배우면 그만큼 출세가 빨라질 것이기에 신입생 사이에는 경쟁이 심했다.

"난 듀가 존 선생님한테 배우고 싶어."

"난 최소한 뒤바리에 선생님한테라도.."

그때 한 청년이 신입생들 앞에 불쑥 나타났다.

"다르마 씨다!"

롤랑이 외쳤다. 마리벨도 콩테 극장에서의 공연을 레안드르와 함께 본 일이 있었으므로 다르마를 곧 알아볼 수 있었다.

'역시 유명한 듀가 존 연극학교는 달라! 다르마 씨를 이렇게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니!'

그러나 마리벨은 잎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모라는 전부터 다르마를 잘 알고 있는 듯 서슴없이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다르마 씨, 잘 오셨어요. 오늘이 개인교수를 정하는 날이거든요. 저의 선생님이 되어 주세요."

"하... 농담의 말씀! 나도 여러분들처럼 공부하는 사람에 불과해요."

그때 다르마는 한쪽 구석에서 자기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마리벨을 발견했다. 마리벨이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다르마가 불쑥 다가왔다.

"날 기억하겠니?"

마리벨은 너무도 당황하여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물론이죠, 코메디 프랑세즈의 다르마 씨... 《동백장의 텔레즈》를 관람한 적이 있어요."

마리벨뿐만 아니라 다른 소녀들도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곤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런 게 아니고, 다른 곳에서 날 만났던 일을 기억하는가 말이야."

"콩테 극장 외에는..."

다르마는 몹시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마리벨도 그를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름이 뭐더라?"

"마리벨..."

"맞았어, 내 기억이 틀림없군. 마리벨 양은 앙투안이라는 오빠를 찾고 있죠?"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5년 전인가? 런던의 윈저 궁에서..."

"아!"

그제야 마리벨은 생각이 되살아났다. 5년 전 처음으로 로버트와 함께 배우들 틈에 끼어 윈저 성에 들어갔었을 때 만났던 사람! 그때 이 사람에게 프랑스에 가거든 앙투안 오빠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었던 것이다.

마리벨보다는 다르마 쪽이 더 감회가 큰 것 같았다.

'열 살밖에 안된 소녀였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성장했구나. 바다를 건너 시간을 넘어서 그 어린 소녀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내 눈 앞에 서 있는 이 소녀가 내가 몸 담고 있는 코메디 프랑세즈 무대를 목표로! 이건 분명 하느님의 뜻이다! 그녀에게 두 팔을 내밀어 부축하라는!'




드디어 개인교수가 정해졌다. 롤랑은 시몽 선생, 모라는 루브랑 선생, 아르망은 제리코 선생. 그러나 마리벨을 가르치겠다고 나서는 선생은 없었다.

"당연하지 뭐. 연락도 없이 무단결석을 했던 학생이니까."

신입생들은 모두 그렇게 된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때 듀가 존이 나섰다.

"마리벨은 아무도 지명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내가 마리벨을 지명하겠다."

"넷? 선생님께서 직접?"

학생들도 선생들도 모두 놀랐다. 듀가 존이 직접 개인지도를 했던 것은 최근 들어 좀처럼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그때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르마가 마리벨의 어깨를 감싸며 나섰던 것이다.

"듀가 존 선생님, 마리벨을 제게 맡겨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듀가 존도 깜짝 놀랐다.

"진심인가? 자넨 개인지도 같은 건 싫어하지 않았나?"

"진심이고 말고요, 선생님. 허락하신다면 기꺼이 맡겠습니다."

신입생들은 부러운 눈으로 마리벨을 바라보았다.

세탁소에서 일을 하며 듀가 존 연극학교에 다니는 것은 무척 고된 일과였지만 마리벨은 즐겁기만 했다. 특히 다르마에게 단독으로 배우고 있었기에 마리벨은 오히려 그런 고생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신입생들 중에서 처음으로 기쁜 소식을 안겨 준 사람은 롤랑이었다. 롤랑은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배역을 하나 맡게 되었다고 했다. 신입생들은 모두 롤랑을 부러워했다.

마리벨도 자기가 선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다음은 내 차례다! 롤랑쯤은 금방 앞지를 수 있어!'

듀가 존 연극학교의 학생들은 롤랑이 연습하는 광경을 견학하러 콩테 극장으로 갔다. 화려한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은 롤랑은 너무도 멋져서 학생들은 한결같이 그녀에게 선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마리벨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있었다.

"다르마 선생님, 어째서 롤랑은 시골 아가씨 역인데 차림은 공주님 같아야 하죠? 그리고 다르마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시골 나무꾼 역이면 나무꾼처럼 옷을 입어야지 그렇게 왕자님처럼 차리면 어떻게 해요?"

다르마는 마리벨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도 그때까지 계속해서 느껴왔던 의문점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용기가 없어서 물어보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군요. 저래 가지고서야 관객들이 도대체 누가 시골 아가씨이고 누가 나무꾼인지 알아볼 수가 없잖아요."

마리벨의 눈은 정확했고 비평의 태도도 날카로웠다. 그것은 마리벨이 아직 기성의 연극에 때 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아! 나 같은 바보 좀 보게. 그렇다! 자유로운 연기와 자유스러운 표현에 앞서는 가장 중요한 점을 그냥 지나치다니! 듀가 존 선생님이 주장하시는 새로운 연극, 그건 우선 자연스러운 의상이다!'

이 당시 코메디 프랑세즈의 배우들은 극 중의 시대 배경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누구나 프랑스 궁정식의 호화로운 로코코 드레스를 입었다. 마치 무대 위에서 의상의 아름다움을 서로 겨루기나 하듯 무대의상은 아주 화려했다.

다르마는 용기를 내어 상대역인 잔느를 만났다. 예상대로 잔느는 첫마디부터 코웃음을 쳤다.

"뭐라고요? 저더러 시골 여자처럼 에이프런을 두르라고요?"

"그렇소, 잔느. 나무꾼은 나무꾼답게, 시골 아가씨는 시골 아가씨답게 차려입는 거요. 그렇게 함으로써 극의 내용을 더욱 이해하기 쉽고..."

잔느는 열심히 설명하는 다르마의 말을 막았다.

"그건 대관절 누구에게서 나온 이론이죠?"

"잔느 양, 이건 듀가 존 선생님이나..."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아마 당신이 요즘에 가르치고 있는 제자에게서 나온 의견일 거예요. 틀림없이..."

"내 제자가 직접적으로 얘기한 건 사실이지만...."

잔느는 콧방귀를 뀌었다.

"듀가 존 선생의 조카는 모른 체하고 신원조차 알 수 없는 어떤 소녀를 제자로 삼았다는 소문이 사실이로군요."

"잔느 양, 말씀이 너무 지나지지 않소!"

"다르마 씨, 내게 에이프런을 두르라고 말한 그 제자를 보여줬으면 해요. 당신이 이 극단의 선배인 내게 반항하면서까지 감싸고 있는 그 제자 말이에요."

잔느는 신입생들이 모여있는 대기실 문을 열어젖혔다.

"마리벨!"

"잔느...!"

마리벨은 어째서 잔느가 그렇게 독기를 품은 얼굴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역시 그렇군요. 당신이 다르마 씨의 제자? 나에게 시골 여자의 에이프런을 두르라고 제안한... 좋아요, 마리벨. 당신이 에이프런을 두르고 무대에 서요. 지금 당장!"

잔느는 서슬이 파래서 마리벨에게 명령했다. 잠시 후면 막이 오를 시간이었다. 잔느는 무대의상을 입고 대기하고 있던 롤랑에게 다가갔다.

"롤랑이라고 했죠? 당신은 오늘 쉬어요. 대신 마리벨이 무대에 서요. 단, 에이프런을 두르고!"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잔느의 위치는 확고했다. 그런 상황이었으므로 그 누구도 감히 잔느의 말에 거역할 수가 없었다. 마리벨은 에이프런을 둘렀다.

"다르마 씨를 부추겨서 내가 에이프런을 두르고 무대에 서서 창피당하는 꼴을 보고 싶었나요, 마리벨? 그렇게 해서 나를 코메디 프랑세즈의 여왕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림도 없어요. 이건 마리벨 당신 스스로가 판 무덤이에요. 안됐지만 당신이 그런 꼴을 하고 무대에 나가 줘야겠어요!"

만일 잔느의 명령대로 해야만 된다면 오히려 마리벨의 데뷔는 의외로 빨라지는 셈이었다.

'그렇다, 이건 잔느와 나와의 첫 번째 싸움이야!"

마리벨은 결심했다.

"나가겠어요. 난 하나도 겁나지 않아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원래 출연하기로 되어 있는 롤랑이 엉뚱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롤랑은 두 눈에 눈물이 글썽해서 마리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잔느 양, 그렇게 되면 곤란해요. 롤랑에겐 귀중한 첫 무대인 걸요."

"그렇다면 시골 여자 역을 하나 더 늘리면 되지 않겠어요?"

잔느의 대답은 간단했다. 똑같은 시골 아가씨 역으로 완전히 대조적인 의상을 한 여자 둘이 같은 무대에서 데뷔하게 되면 분명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첫 무대에서부터 쓴 잔을 마셔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쓴 잔의 주인공은 누가 보기에도 마리벨이 될 게 뻔했다.




막이 올랐다.

"마리벨! 너의 에이프런이 어느 만큼이나 관객의 지지를 받는지 똑똑히 지켜볼 테야."

잔느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무대로 걸어 나갔다.

"미친 짓이야, 마리벨.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꿀 수 있어!"

"아니에요, 나가겠어요. 잔느에겐 절대로 지지 않겠어요."

"귀중한 첫 무대를 이런 식으로 결정하다니! 어쩌면 이번 한 번의 출연으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러나 배우가 자연스러운 의상을 입어야 한다는 건 우리들의 이상이잖아요."

"그것도 상황 나름이야. 모두들 공주처럼 차린 무대에 혼자 그러고 나가면 당신만 손가락질을 받는다고!"

다르마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마리벨의 말을 듣고 앞뒤 생각 없이 잔느에게 달려갔던 일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이젠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굉장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잔느가 무대에 들어선 모양이었다. 이제 곧 다르마가 등장할 차례가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롤랑과 마리벨도.

《시골 처녀 잔느》에서 롤랑과 마리벨의 역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잔느의 옛 친구 역이었다. 롤랑에겐 "어머! 잔느, 더욱 예뻐졌네요."라는 대사가, 마리벨에겐 "이런 멋진 드레스를 나도 한번 입어봤으면!"이라는 단 한 마디씩의 대사가 주어졌을 뿐이었다.

마리벨은 잠시 눈을 감았다.

"지지 않겠다! 절대로 잔느에게 지지 않겠다! 잘 지켜봐 줘요, 레안드르! 단 한 마디의 대사이지만 마리벨의 위력을 보여주고 말 테예요!'

롤랑과 함께 마리벨은 무대로 나갔다. 지방 무대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크고 화려한 무대였지만 마리벨은 하나도 겁이 나질 않았다.

예상한 대로 에이프런을 두른 시골티가 나는 마리벨이 등장하자 객석에서 손가락질을 하며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나, 잔느!"

"오! 나의 어릴 적 친구들!"

"잔느! 정말 예뻐졌네요!"

그다음이 마리벨이 말할 차례였다.

"에그! 기차게 예쁜 옷이네요. 나도 죽기 전에 한 번쯤 걸쳐봤음 쓰것네!"

옷차림뿐만 아니라 대사에서도 시골뜨기 냄새가 물씬 풍겼다.

잔느의 표정은 놀란 나머지 순간적으로 흐트러졌고 연극의 흐름은 끓어졌다.

객석 쪽에서는 환성인지 야유인지 분간할 수 없는 소란이 빚어졌다.

"이봐! 저건 진짜 시골 사투리 아냐? 걸작인데!"

"정말이야, 옷차림도 그렇고 정말 시골 아가씨 그대로야."

그건 아래층 평민들의 좌석에서 오가는 얘기였다.

"무대에서 사투리를 쓰다니! 저러고도 배우라고!"

"코메디 프랑세즈가 이렇게 품위가 떨어져 버릴 수가!"

귀족들의 부스에선 탄식과 분노가 일었다.

"연극! 모두들 연극을 계속해요."

잔느가 소리를 지르자 배우들은 간신히 연극을 이어나갔다.




마리벨이 무대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섰던 단장이 멱살을 잡을 듯 화를 냈다.

"사과해라, 마리벨! 관객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해!"

작가 선생도 네가 자기 작품을 망쳐놓았다고 노발대발이시다!"

"하지만 배우에게도 허용된 창작의 영역은 있다고 생각해요."

마리벨이 당당하게 맞섰다.

"그런 말은 잔느 정도의 대 배우가 되고 나서나 지껄여!"

"하지만..."

"사과하기 싫으면 안 해도 좋다. 그 대신 두 번 다시 코메디 프랑세즈 무대에 나설 꿈은 꾸지 않는 게 좋아."

그것만은 마리벨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과하란 말이야, 저 노한 관객들에게! '이렇게 보기 흉한 모습으로 무대를 더럽히고 관객분들께 불쾌한 기분을 안겨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관객들에게 단장이 말한 그대로 사과할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코메디 프랑세즈를 등질 것인가 둘 중에서 마리벨은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여기서 무대를 버린다면 영원히 잔느를 굴복시킬 기회는 없다! 레안드르의 원수를 갚을 수가 없다!'

마리벨은 고개를 숙였다. 눈물을 머금고 관객들에게 사과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막이 내리자 마리벨은 도살장에 끌려들어 가는 소처럼 혼자 무대로 나갔다.

"이렇게 보기 흉한 모습으로 무대를 더럽히고 관객들께 불쾌한 기분을 안겨 드린 것을 사과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내려오는 마리벨 앞에 잔느가 거만하게 서 있었다.

"이제 그쯤 혼났으면 됐어.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잔느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마리벨은 극장을 뛰쳐나왔다.

'졌구나, 진 것이다! 잔느를 무대에서 끌어내리겠다고 맹세했었는데 도리어 내가 첫 무대에서부터 무참하게 지고 말았다!'




눈물이 앞을 가려 몇 번이나 넘어져 가며 마리벨은 퐁 뇌프까지 왔다.

'레안드르! 당신의 복수를 맹세했는데 잔느에게 패배하고 말았군요!'

다리 난간에 몸을 간신히 기대고 마리벨은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마리벨을 꽉 껴안는 사람이 있었다. 마리벨은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몸을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누구세요? 이것 놔요!"

"안돼요, 자살 전문 아가씨. 난 또다시 옷을 적시긴 싫단 말이야."

마리벨이 간신히 뒤돌아보니 지난번에 마리벨을 구해주었던 바로 그 사관생도였다.

"자살하려는 게 아니에요."

"믿을 수 없어."

로버트를 닮은 줄리앙은 마리벨을 놔주지 않겠다는 듯이 여전히 뒤에서 마리벨을 꼭 안고 있었다.

"난 말이에요. 이제는 자살 따윈 하지 않아요. 죽기 전에 할 일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좋아요, 그럼 내가 집까지 데려다 주지."

그것이 마리벨과 줄리앙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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