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22

Burgos→Hornillos del Camino

by 안녕
Day 20.
Monday, June 15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었으나 인기척에 일찍 잠이 깼고 더 누워있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어 일어나긴 했지만 몹시 피곤한 아침이다. 짐을 챙겨 주방으로 내려와 어제 먹다 남긴 바게트를 먹고 출발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맛있었던 바게트는 하루가 지나자 별로였다. 역시 바게트는 구운 당일에 먹는 게 최선이었다. 따뜻한 커피는 없었지만 배를 채우고 7시쯤 출발했다.




부르고스를 출발하는 순례자는 메세타에 관한 악명 높은 소문을 듣게 된다. 부르고스와 빨렌시아, 레온의 끝나지 않게 이어지는 메세따는 여름에는 순례자에게 사막과 같은 열기와 건조함을 주고 겨울에는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시베리아 동토의 차가움을 선사한다.

많은 순례자들은 이러한 메세따를 건너뛰기 위해서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 기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메세따는 순례자에게 진정한 순례의 기쁨을 느끼게 해 준다. 메세따를 온전히 도보로 이동한 순례자는 어김없이 이 루트가 주는 고독과 침묵, 평화와 기쁨에 대해서 말한다. 이렇듯 메세따는 순례자의 육체적 에너지와 정신적 의지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고 몸과 마음을 집중하여 순례길과 하나가 되는 순간 주위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진정한 순례자로 거듭나길 원한다면 메세따를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권한다.

부르고스에서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까지는 짧다. 과거 이 지역도 메세따에 속했다고 하나 현재는 부르고스의 영향을 받아 옛날의 모습을 많이 잃었다. 부르고스에서 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까지는 아르란손 강의 계곡을 따라 부드러운 산책길이 이어지며 그 뒤로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까지는 전형적인 메세따 풍경이 이어진다. 먼지 나는 돌멩이 투성이 길에 고원지대와 밀밭이 계속되는 것이다.




부르고스의 출발점은 순례자 숙소 근처에 있는 대성당을 왼쪽으로 두고 이어진 길을 따라 산 마르띤 아치를 통과하는 산책길이다.

먼저 오래된 레이의 병원(Hospital del Rey)와 산 아마로 소성당(Ermita de San Amaro)을 지나쳐 철길을 건너야 한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N-620 도로를 뒤로하고 로스 긴달레스(Los Guindales)로 표시되어있는 농로를 따라간다.

여기서부터 비얄비야 데 부르고스까지는 아르란손 강의 비옥한 농지와 버드나무 숲을 걷는 기분 좋은 길이다. 그러나 실제로 까미노는 비얄비야 데 부르고스를 통과하지는 않는다. 마을을 들어가기 전 버드나무 숲 아래의 철길을 건너면서 오른쪽 농로를 따라가다 보면 복잡하게 그려져 있는 도로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까미노는 좌우로 꼬불꼬불하게 이어지며 현대적인 보행자 육교에 도착하게 된다. 이 육교는 오랫동안 까미노를 따라다니는 N-120 고속도로와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까지 이동하는 고속도로가 이어지는 복잡한 분기점을 넘어갈 수 있게 해 준다.

순례자는 까스뜨로 산의 발치를 지나 아르소비스뽀 다리(Puente del Arzobispo)를 통해서 아를란손 강을 건넌 후 왼쪽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가면 따르다호스에 다다르게 된다.


알폰스 6세가 적을 추격할 때 말이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는 전설이 있는 아르소비스뽀 다리는 심플한 중세의 다리이다. 순례자는 우아한 17세기 교차로를 통해 따르따호스에 들어가게 된다. 다른 까미노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마을의 중심도로인 마요르 거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로마시대의 옛 성터에 만들어진 마을의 기원을 엿볼 수 있다.




Tardajos (823km) 부근에는 과거에 습지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따르다호스에는 이런 말이 전해온다. “라베부터 따르다호스까지 가는 길, 고생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따르다호스부터 라베까지 가는 길엔 하느님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지금은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17세기의 교차로를 통해 따르다호스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거리와 광장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따르다호스는 오래전부터 켈트 인이 정착해서 살았던 곳으로 바로 옆 부르고스의 수많은 유적들과 새로운 정보, 생생한 느낌을 찬찬히 맛보고 소화해 내기에 좋다.

Iglesia de Santa Maria
산따 마리아 성당은 13세기 고딕 양식 건축으로 바로크 양식의 조각품과 유물 컬렉션이 아름답다.

Puente del Arzobispo
따르다호스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아르소비스뽀 다리는 중세의 다리지만 17세기에 재건되었다.




걸은 지 세 시간째라 잠시 쉬고 싶었지만 마을 곳곳에 있는 벤치는 비가 와서 젖은 상태라 쉴 곳이 마땅치 않았다.

따르따호스에서 다음 마을인 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까지는 2km 정도이다. 이 구간의 까미노는 매우 평탄하며 출구에서부터는 따로 빠지는 샛길이 없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마을을 빠져 나오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선이 이어져있는 송전탑을 볼 수 있으며 우르벨 강(Rio Urbel) 다리를 건너면 바로 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 마을에 도착한다.




Rabé de las Calzadas (828km)는 아르란손 평야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시내가 흐르는 곡창지대이면서도 중세의 분위기가 가득한 작은 마을이다. 성당 옆 오래된 나무들은 지친 순례자들에게 잠시나마 쉴 자리를 선사해 주고 마을의 주요 도로는 산책하기에 좋다.

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가 언제 지어졌는지에 관하여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Rabé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는 스페인에서 유대인들이 추방당하기 전에 이곳에 유대인 마을이 있었기 때문에 Rabi라는 단어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축구 포지션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Ribero (둑)라는 단어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Iglesia Parroquial de Santa Marina
산따 마리나 교구 성당은 13세기에 만들어져서 여러 번 개축되었으나 아직까지 고딕 양식 현관 등이 남아있다.

Ermita de Nuestra Señora Monasterio
모나스떼리오 성모상을 보존하고 있는 소성당이다.




튼튼하게 지어진 오래된 집들 사이로 꼬불꼬불 이어져있는 도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순례자에게 차가운 물을 제공하는 샘터가 있는 광장이 있다.

13세기에 만들어진 산따 마리아 성당을 왼쪽으로 두고 마을의 중심을 지나면 공동묘지와 함께 모나스떼리오 성모 성당이 나타나며 마을을 빠져나올 수 있다.

이곳에서 고원지대를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마을에서 약 2km 떨어진 순례자 쉼터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의 분지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오르막이 계속된다. 황무지의 고원지대를 힘들게 올라가면 이제 거의 끝난 것이다. 내리막을 천천히 내려가다 보면 오래된 십자가상이 보이고 N-620 도로의 교차로를 건너면 오르마수엘라 평원에 자리 잡은 전형적인 까미노 마을이 보인다.




오르마수엘라 평원에 위치한 Hornillos del Camino (825M)의 강둑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숲 사이로 중세의 다리 실루엣이 보이는데 바로 까미노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이자 평온한 산책을 즐기기의 최적의 장소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의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샤를마뉴가 이곳 강변에서 Horno (화덕)를 발견하고 군대가 먹을 빵을 구우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의 이름이 화덕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이야기는 프랑스의 민요에서도 나타난다. 9세기 이 마을에는 까스띠야 지방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형 탑이 만들어졌다. 당시 이 마을은 Forniellos라고 불렸는데 이것은 도자기 공장에 있는 작은 화덕을 의미한다.

Iglesia Parroquial de San Roman
산 로만 교구 성당은 16세기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 성당이다. 성당 앞에는 수탉 조각의 탑이 이채롭다.

Ermita de Santa Maria
로까마도르 수도원에게 속해 있던 오래된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예전에는 산따 마리아 소성당을 방문하는 순례자에게 40일간의 사면을 주곤 했었다.




걸어도 걸어도 다가오지 않는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마을 입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형버스에 내리는 걸 보는 순간, 혹시 이 마을에서 묵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고, 마지막엔 소리 없는 경쟁까지 하며 내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다음 마을로 갈 순례자들은 성당 앞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수탉 조각의 탑으로 유명한 산 로만 교구 성당 옆 알베르게에 들어서니 13시 반이다. 쉬지 않고 걸으니 빨리 도착했다. 7시에 출발해서 14시 전에 도착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마을 하나를 건너뛰려고 화살표를 이탈했을 때 살짝 긴장도 했으나 보다시피 오늘도 무사하다.

자리를 뺏길까 봐 가슴이 콩닥하며 달려왔더니 알베르게는 텅텅 비어있고 지하로 내려가니 주방에 리셉시온이 있었다. 등록을 하고 짐을 내려놓은 후 애증의 파스타부터 만들었다. 남은 펜네에 볼로네즈 소스를 다 부어 만들었는데 개봉한 지 3일째 상온에서 둔 소스라 살짝 걱정되었지만 괜찮았다. 나누어 먹을 사람이 없어 나름 엄청난 양의 파스타를 홀로 다 먹었고 냉장고 속 시들한 토마토까지 먹어치웠다.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는 편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편차가 너무 심하다.

여긴 와이파이가 안 되어서 오늘은 푹 쉬기로 했다. 간간히 해가 비치어 산책이나 할까 싶어 밖에 나갔지만 갑자기 몰아친 강풍에 온몸이 꽁꽁 얼어서 들어왔다. 그래도 여름인데 이렇게 추울 수가 있을까? 이곳의 날씨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이런 날씨에도 햇빛 때문에 피부는 까맣게 탄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오늘은 쉬엄쉬엄 걷기에 적당한 거리였으나 날씨 덕에 어쩔 수 없이 강행했더니 발은 또다시 피곤해졌다.




Burgos→Hornillos del Camino 20.6km

○Burgos (863M)
●Villalbilla de Burgos (831M) 5.9km
●Tardajos (823M) 4.9km
-Iglesia de Santa María
-Puente del Arzobispo
-Río Arlanzón
●Rabé de las Calzadas (828M) 1.8km
-Iglesia Parroquial de Santa Marina
-Ermita de Nuestra Señora Monasterio
-Río Urbel
●Hornillos del Camino (825M) 8.0km
-Iglesia Parroquial de San Roman
-Ermita de Santa María
-Cuesta de Maatamulos
-Río de Hornazuela
-Iglesia de La Plaza
-Puente del Gallo

468.4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Hornillos del Camino -5.00€




바게트
볼로네즈 파스타, 토마토, 양상추, 홍차


Cocina
Refrigerador
Microon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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