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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23

Hornillos del Camino→Castrojeriz

by 안녕
Day 21.
Tuesday, June 16


어제는 22시쯤 잠든 것 같았는데 엄청난 코골이 때문에 수시로 놀라 잠에서 깼다. 뚱뚱한 사람은 대부분 코를 곯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선입견이 생겼고 등장과 동시에 경계를 하게 되었다. 심한 코골이는 감당할 수가 없었고 밤새 한숨을 못 자게 된다. 간신히 잠들었다 치면 엄청난 소리에 놀라 다시 잠이 깨고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치면 또다시 놀라 잠이 깨는 연속의 밤을 보내게 된다.

까미노 초반에도 분명 코골이는 있었지만 그때는 힘들어서 머리만 대면 기절이라 상관없었다. 하지만 몸이 많이 익숙해진 지금은 기절할 정도는 아니라 자면서도 소리가 들리고 여전히 피곤하긴 한 상태이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제 문제의 아저씨가 등록했을 때 왠지 불안했는데 역시였다. 이 길에는 유독 과체중 서양남이 많았다. 운동 목적으로 오는 것 같았는데 보통 체격에 비해 힘이 더 들 테니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씻지도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워 자기 바빴다. 저녁이 되면 배가 고프니 일어나서 밥을 사 먹으러 나가는데 들어올 때는 어김없이 술에 취해있을 때가 많았다. 술까지 취하면 코골이의 강도는 더 심해지고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은 그날 밤 각오를 해야 했다.

6시 반 인기척에 일어나 준비했고 7시 반쯤 출발했다.




오늘은 고원의 오르막을 제외하면 어려운 구간은 없지만 끝없는 황무지 구간을 걷다보면 고독감과 외로움이 쌓여 정신적으로 힘든 점도 있다. 온따나스 이외에는 순례자를 위한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출발 전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까스띠아 메세타의 전형을 볼 수 있고, 특히 온따나스와 산 안톤의 허물어진 성벽을 지날 때면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일 것이다. 또한 이 길에서 순례자는 과거 번성했건 까스띠야 지방의 쇠락을 목격할 수 있다. 까스뜨로헤리스에 도착하기 전 산 안똔 수도원을 지나게 되는데 고딕양식의 아케이드가 아름다운 이 수도원은 과거 ‘산 안똔의 불’이라고 불렸던 피부병을 치료하고 돌봐줬다고 한다.

어제 보았던 잘생긴 카우보이가 Hello, Again 하며 지나간다. 걷다 보면 고독감과 외로움이 쌓여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메세따, 그런데 나는 이 길이 좋았다. 피레네에 비하면 길도 편하고 무엇보다 이쯤 되면 몸도 마음도 적응이 된 터라 걷는 게 한결 수월해진 상태다. 그렇다고 힘이 안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발의 상처만 아니었으면 더 가뿐히 걸었을 거라고 우겨본다. 이 힘든 길을 왜 걷고 있는지 후회도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멈추지 않고 걷기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이었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를 빠져나와 농경지의 넓은 오르막 길을 오르면 첫 번째 메세따가 나타난다. 너덜지대처럼 돌이 많고 좌우로 펼쳐져 있는 들판을 따라 약 한 시간 반 정도 길을 오르면 고원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아로요 산 볼과 마을 어귀의 십자가상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1503년 아요로 산 볼은 주민들에 의해 마을이 버려졌다고 전해지는데 기록상으로는 그 전인 1352년 나환자를 위한 병원이 이곳에 존재했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수수께끼의 마을인 아로요 산 볼에는 독특한 알베르게가 있다. 원래 전등, 화장실, 샤워 시설조차 없는 조그맣고 볼품없던 이 알베르게는 너무나도 친절한 오스삐딸레로 때문에 유명한 곳이 되었고 중세 순례자의 삶을 체험하고픈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현재에는 순례자를 위한 편의 시설을 완비하여 더욱 좋은 알베르게로 많은 순례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밤하늘 쏟아지는 별빛을 이불 삼아 분위기 있는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여기에서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잠시 지나치며 구경을 하는 것도 좋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 순례자는 산 볼 계곡을 지나는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야 하고, 온따나스로 향하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을 지나 고속도로를 주의해서 건너야 한다.

9시, 마을 어귀의 십자가상에 도착했지만 아로요 산 볼까지 20분은 더 걸렸다.




Arroyo (시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Arroyo San Bol (897M)은 수수께끼가 가득한 마을이다. 옛날 이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전염병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주민 대부분이 유대인이었던 곳이라서 유대인 추방 이후 남은 주민이 없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현재 아로요 산 볼에는 산 바우디요 수도원의 오래된 흔적이 남아 있으며 알베르게가 한 곳 있는데 열악한 중세의 경험을 하러 많은 이들이 찾아와서 하늘에 떠있는 별빛을 바라보며 멀리 있는 산띠아고 성인에 대한 기도를 올리곤 한다지만 10명이 머물기에도 벅찰 정도로 작고 편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낼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하룻밤의 영적인 순례도 나쁘지 않으나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다음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알베르게 뒤에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중간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돌집이 있는데 이것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을까지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난 그냥 지나쳤다.

바위 위로 나 있는 길을 지나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언덕의 정상에 다다르게 되고 멀리 온따나스가 보인다. 힘든 언덕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메세따를 이기기 위해서 체력 배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다. 30분을 걸어 언덕을 내려와 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 시원하고 깨끗한 샘물이 나온다. 순례자들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로 두 개의 알베르게가 있다. 주위에 소박한 바르와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가 보이며 길은 마을의 끝으로 이어진다.




밀밭에 둘러싸인 중세풍의 아름다운 마을인 Hontanas (869M)는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록색 들판을 더욱 푸르게 해주는 샘이 도처에 많은데 여기에서 마을의 이름 Hontanas (샘)가 유래했다. 온따나스는 석회암으로 지은 전통적인 건물과 벽돌을 넣어 지은 목재 건물 사이로 까미노가 이어진다. 전통적이면서도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 흔적이 남아 있어서 풍성한 역사를 느끼기에 좋다. 8월 16일은 산 로께의 축일이다. 오후가 되면 마을의 남자들이 모여 큰 모닥불을 피우고 모닥불 근처에는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축일을 기념한다.

Iglesia de Nuestra Senora Concepcion
꼰셉시온 성모 성당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만들어졌으며 바로크 양식 봉헌화가 아름답다.

Ermita de San Vicente
산 빈센떼 소성당은 까스뜨로헤리스로 향하는 언덕 기슭 까미노의 오른쪽으로 서있는 건축물로 현재는 모퉁이의 벽체만 남은 유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꼰셉시온 성모 성당은 보수 중인지 천막으로 가려져 있어 부근에서 잠시 쉬었다 출발했다. 온따나스를 지나자 아까 그 카우보이가 또 뒤에서 나타나더니 이번엔 Tomorrow, Again 하며 지나간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지만 어디서 놀다 왔냐는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마을을 가리킨다.

온따나스에서 까스뜨로헤리스까지 구간은 자전거 순례자들과 도보 순례자들의 선택이 갈라지는 곳이다. 자전거 순례자들은 편한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도보 순례자는 도로를 넘어 도로와 나란히 지나가는 완만한 언덕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한적한 좁은 길을 따라 30분쯤 걷다 보면 언덕 기슭에 모퉁이의 벽체만 남은 산 빈센떼 소성당의 폐허를 만날 수 있다.

논두렁 같은 좁은 풀길을 한참 걷고 있는데 발 앞에 조그만 독사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풀과 색깔이 비슷하여 자칫 밟을 뻔한 아슬한 상황이었던지라 순간 너무 놀라 꼼짝 못 하고 서 있었다. 얘도 놀랐는지 서로 마주 보고 서서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졌으나 되돌아 나오기엔 길이 멀어서 기다리고 있으니 뱀이 먼저 풀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까미노에선 두 번째 만난 뱀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즉시 바로 그곳을 벗어나서 포장길로 나왔다. 차가 다니는 이 길도 운치 있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3~4km 정도 지나다 보면 14세기의 아름다운 산 안똔 수도원을 만날 수 있다. 산 안똔 수도원은 수도원 건물과 성당 건물을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아치가 좌우로 연결하고 있다. 과거 이 아치는 수도원의 문 구실을 했으며 밤에 이곳에 도착하거나 문밖에서 밤을 지새우는 순례자를 위해 아치의 왼쪽 선반에 음식을 놓아두었다고 한다.

산 안똔 수도원을 만든 성 안토니오파의 수도회는 1095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졌으며 특히 이 수도회는 하느님과 우주에 관한 독창적인 믿음과 순례자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과거 유럽의 대 재앙이었던 산 안똔의 불이라는 병을 치료하는 능력 덕택에 유럽 전체에 약 400개의 병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현재 어떤 순례자의 노력 덕택에 이 수도원에서는 2002년부터 알베르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Arco de San Antón
까스뜨로헤리스를 향해 가는 까미노에 산 안똔 수도회의 오래된 병원과 수도원 건물의 폐허가 남아있다. 현재는 13~14세기에 만들어진 이 건물들의 일부가 보존되어 있으며 이 중 첨두아치형 문과 순례자가 밑으로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 아치가 돋보인다.

산 안똔의 불
중세 순례자들은 산 안똔의 불이라는 병으로 고생했다. 산 안똔 병원은 오래전부터 안토니오회 수사들이 운영하면서 산 안똔의 불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곳이었다. 산 안똔의 불은 몸속에 불이 나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고 손발의 끝이 썩어 들어가는 병이라고 전해지는데 산 안똔 수도회는 이 병자들에게 모포를 제공하고 극진히 돌보았다. 병에 걸리지 않은 나머지 순례자들에게도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병자들을 간호하는 수사들은 자신들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나무로 만든 타우 십자가를 지니고 다녔다. 수사들은 환자들의 병이 심한 경우 사지 절단 수술을 하도록 훈련받았으며 병이 나은 환자들은 나무나 밀랍으로 완치된 사지를 만들어서 수도원에 이를 헌납했다. 수사들은 환자의 절단한 사지를 수도원에 전시했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와서 산 안똔의 불이 라이보리에 기생하는 곰팡이 균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 밝혀졌다. 북부 유럽에서의 주식이 라이보리였기 때문에 이 병이 널리 퍼진 것인데 병자들은 스페인을 순례하면서 라이보리를 거의 먹지 못해 자연스레 증상이 완화되곤 했다. 산띠아고에 도착할 즈음이면 완치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도 야고보와 안토니오회 수사들의 도움으로 산 안똔의 불이 낫는다고 믿게 되었다.




산 안똔 수도원에서 까스뜨로헤리스에 이르는 길은 평탄한 자동차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길을 지나는 자동차들은 도보 순례자들에게 엄청난 소음과 위협을 준다. 덧붙여 자전거 순례자는 도보 순례자를 빠르게 지나치면서 올라! 를 외쳐대는데 그러다 보면 멀리 지평선 끝에 언덕 위 까스뜨로헤리스의 성이 보인다. 까스뜨로헤리스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은 특별히 지루하며 마을에 들어서고도 알베르게로 가기 위해서는 다소 가파른 언덕에 길쭉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의 거의 끝부분까지 이동해야 한다.




메세타 위의 언덕에 자리 잡은 Castrojeriz (806M)는 중세 성곽의 흔적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도시의 형태는 산티아고 길을 따라서 길게 뻗어있다.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성벽 안에는 오래된 유적과 수도원, 성당, 병원, 저택 등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순례자를 위한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까스뜨로헤리스는 오늘날까지 중세와 흡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서 성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마을이다.

까스뜨로헤리스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는 물, 소금, 올리브 오일만 가지고 화덕에 구운 새끼 양 요리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까스뜨로헤리스 근교의 바윤께라에는 12세기 후반의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이 있는데 아름다운 주두와 창문 장식, 현관 등이 남아 있다.

또한 Astudillo로 가는 방향으로 2km 정도를 걸으면 Hinestrosa 라는 마을이 있으며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 성당에는 성 또르꾸아또에게 바친 아름다운 봉헌화가 있다. 이 봉헌화는 르네상스 양식에 바로크의 흔적도 조금 보인다. 남쪽으로 12km 정도 떨어진 마을인 Valbonilla엔 산 후안 성당은 14세기의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궁륭으로 덮여 있다.

Colegiata de Santa Maria del Manzano
산따 마리아 델 만사노 부속 성당은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만들어진 건축물로 13세기의 현관, 15세기의 유리 세공품, 13세기의 돌로 만든 채색 성모상 등이 남아 있다.

Iglesia Parroquial de Santo Domingo
산또 도밍고 교구 성당은 13세기부터의 금은, 상아 세공품과 회화, 조각 작품 그리고 16세기의 아름다운 태피스트리를 감상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Iglesia de San Juan
산 후안 성당은 13세기의 고딕 양식 건물로 회랑은 15세기 양식을 띄고 있다. 부벽을 두 겹으로 세운 독특한 건축법은 성당보다는 성처럼 보이기조차 한다. 1990년 스페인 문화 자산으로 선정되었다.

Castillo
성벽과 마찬가지로 로마인들이 지었던 성벽 위에 추가로 성을 올렸으며 스페인의 중요한 중세의 유적 중 하나다.

석공의 수호자, 만사노의 성모
전설에 따르면 산띠아고 성인이 백마를 타고 까스뜨로헤리스 성에서 나와 길을 가던 중, 사과나무 옆을 지나다가 나무 둥치의 구멍에서 성모상을 발견했다. 후에 이 성모상을 까스뜨로헤리스 입구의 만사노 부속 성당에 모셨다. 이 성모상은 현명왕 알폰소 10세가 지은 ‘산따 마리아의 노래’(Cantigas de Santa María)의 주인공이 되었다.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만사노 부속 성당을 짓는 공사를 하던 중, 석공이 추락하고 돌과 대들보가 떨어지는 등 여러 사고가 생겼는데 그때마다 성모가 나타나 이들을 구해주었다고 한다.




멀리 지평선 끝으로 로마인들이 지은 성벽 위로 중세의 유적 까스뜨로헤리스의 성이 보인다. 마을 입구에는 산따 마리아 델 만사노 부속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을 지나 마을에 들어서고도 언덕에 있는 알베르게까지 30분을 더 걸어야 했다. 알베르게 근처 바르에서 쉬고 있는 카우보이와 또 마주쳤다. 이 마을에서 묵지 않고 쉬었다 갈 듯하니 이젠 못 볼 것 같았다. 부엔 까미노!

14시쯤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계단 위로 올라가니 갤러리 같은 넓은 공간에 2층 침대가 들어서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여기도 취사 불가 주방이다. 전기로 사용하는 제품들이 보이긴 했지만 사용 안 한 지 꽤 오래된 듯 보였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건 전자레인지뿐이었다. 일단 팩에 든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샤워했다.

이제 발바닥 물집은 거의 나았고 굳은살이 배겨서 걷는 데는 문제없었다. 하지만 발뒤꿈치는 염증이 심해져서 소독약을 부으니 오늘도 부글부글거린다. 양쪽 새끼발톱도 까맣게 죽었다. 양쪽 엄지발톱은 염증이 나아서인지 부기도 많이 빠지고 안에서 살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한국 가서 제거해야지.

오랜만에 햇볕에 빨래를 말렸다. 스페인에서 빨래 건조는 햇볕에 태워서 말리는 셈이라 한두 시간이면 바짝 마른다. 난 이런 느낌이 좋았다. 햇볕이 유독 뜨겁긴 했지만 앞마당에 빨래를 널러 나가면서 모자를 쓰는 것은 유난이다 싶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새까맣게 탔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스페인에선 잠깐이라도 모자는 필수였다.

배가 고프다. 탄수화물이 필요해서 바게트를 사러 근처 띠엔다에 갔는데 바게트가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나에겐 충격이었지만 그나마도 하나 남은 거라 사야만 했는데 그제야 종이에 담아서 건네준다. 종이에 담아서 놔두면 안 되는 걸까?

뻬로돈 언덕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아무렇지 않게 똥 밟고 다니던 등산화를 신고 방금 전까지 올라가 있던 바로 그 바위 위에 바게트를 내려놓고 보카디요를 만들던 사람들을 보고 경악했는데 여기선 이런 게 자연스러운 거였다. 심지어 접시에 담긴 빵을 굳이 식탁에 내려놓고 손으로 주물러 가며 먹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분 탓인지 바게트가 맛이 없었다. 잼이라도 듬뿍 발라서 당을 채웠으나 염분을 못 채우니 허기가 졌다. 내일 데사유노를 준다니까 오늘은 참자. 냉장고 속에 들어있던 가스파초를 데워먹었는데 속이 더 쓰리다.




Hornillos del Camino→Castrojeriz 19.7km

○Hornillos del Camino (825M)
●San Bol (897M) 5.6km
-Arroyo San Bol
-Ruinas del Monasterio de San Baudilio
●Hontanas (869M) 4.9km
-Iglesia de Nuestra Señora Concepción
-Ermita de San Vicente
●Convento de San Antón (803M) 5.6km
-Arco de San Antón
●Castrojeriz (806M) 3.6km
-Colegiata de Santa María del Manzano
-Iglesia Parroquial de Santo Domingo
-Iglesia de San Juan
-Castillo
-Río Odrilla
-Alto Mostelares

448.7km/775.0km




Albergue Municipal de Peregrinos San Esteban -5.00€
Baguette -0.85€




커피, 바게트, 딸기잼, 오렌지 주스, 가스파초


Comedor
Refrigerador
Microondas
WIFI
Desayuno de donació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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