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28

Sahagún→El Burgo Ranero

by 안녕
Day 26.
Sunday, June 21


누군가의 이 가는 소리에 놀라 수시로 잠에서 깼다. 여러 명이 모여서 자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되지만 주로 남자일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여자다. 일본인 그녀의 이 가는 소리는 정말 크고 무서웠다.

오늘 목적지인 엘 부르고 라네로까지는 거리가 짧아서 서두를 이유는 없지만 침대수가 28개란다. 여유를 부리고 싶어도 숙소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7시쯤 출발했는데 마을을 빠져나오는데만 30분이 걸렸다. 걸어가고 있는데 차 타고 지나가다 수시로 내려서 알베르게 전단지를 붙이던 현지인이 대뜸 안녕하세요~ 한국말로 인사한다.




마을 출구의 세아 강 위를 지나는 깐또 다리를 건넌다. 이 다리는 교통량이 많은 까닭에 여러 차례에 걸쳐 수리되고 증축되어 중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리를 지나면 N-120 도로의 왼쪽으로 이어져있는 좁은 까미노를 만나게 된다.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면 깔사다 계곡 주위의 캠핑장을 지나게 된다. 주위의 밀밭은 깔사다 시내까지 이어지며 여기에서 다시 작은 다리를 건너서 도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다시 도로를 넘어 도로 오른쪽 까미노를 걷다 보면 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오른쪽에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다리가 나타난다.

8시 반쯤 깔사데 꼬또에 도착했다.




Calzada del Coto (821M)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밀밭과 포도밭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산띠아고로 향하는 길이기도 한 레알 거리는 한때 양 떼가 지나가던 유목민의 길이었다.

사아군의 산 베니또회 수사들은 돼지의 먹이를 위해 근처의 떡갈나무 숲에 가곤 했는데, 이 마을에는 그런 숲이 없어서 이 마을을 꼬또(Coto; 출입금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의 중심부에는 튼튼한 탑이 세워져 있는 성당 건물이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부지런한 황새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놓인 금속 기둥이 있다.

Iglesia Parroquial de San Esteban
산 에스떼반 교구 성당은 진흙과 벽돌을 이용해 지은 17세기의 건축물로 성당 안에는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봉헌화가 있다.




이 마을에서는 까미노 데 산띠아고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첫번째 길은 로마 시대의 길인 트라야나 가도(Via Trajana)로 가는 오래된 길인데, 이 길은 고대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녔으며 ‘순례자의 길’이라고 불렀다.

또 다른 길은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로 베르시아노스, 엘 부르고 라네로, 렐리에고스를 지나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까지 가는 길이다. 이 길은 평지 위에 나무가 무성하여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까를로스 3세는 이 길을 ‘레알 까미노 프란세스’(Real Camino Frances)라고 명명하면서 순례자들의 이용을 독려했다.

●Romana/Via Trajana (북부 로마 길)
Calzada del Coto
Calzadilla de los Hermanillos 8.0km
Mansilla de las Mulas 24.5km

●Real Camino Frances (남부 프랑스길)
Calzada del Coto
El Burgo Ranero 13.3km
Mansilla de las Mulas 19.2km




더욱 고독한 루트를 원하는 순례자를 위해 사아군에서 깔사다 델 꼬또를 거쳐 깔사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까지 이르는 루트도 있다. 이 길은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진정한 메세따 지역으로 황무지와 밀밭이 굽이치는 언덕으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조용히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하기에 적당한 루트이기도 하다.

깔사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루트,
버스 정류장에서 N-120 도로를 건너면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다리가 보인다. 다리를 넘으면 바로 산 베니또 수도회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는 깔사다 데 꼬또가 나온다. 레알 거리로 들어서면 커다란 광장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을의 출구가 나온다. 마을의 출구에는 곡식을 쌓아둔 창고들이 들어서 있다. 눈앞에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으며 밀밭 길을 지나면 사아군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만나게 되는 철로를 넘어야 한다. 여기에서부터 까미노는 떡갈나무가 무성한 나지막한 언덕 위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그늘 아래서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고 새들의 지저귐 이외에는 적막이 가득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길은 명상과 기도에 많은 도움을 준다. 또한 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검정 버드나무 숲 사이로 순례자를 위한 쉼터와 샘물을 만날 수 있다. 그 후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면 깔사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에 도착한다.




사아군에서 엘 부르고 라네로에 이르는 구간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까미노가 이어지지만 편의 시설이 부족하여 버스를 선택하는 순례자들이 증가하기도 한다. 또한 이 루트는 지난 며칠간의 메세따보다 훨씬 더 많은 구간에 아스팔트가 깔려있어 자칫 다리에 무리를 줄 수도 있으며 도로 주위의 나무들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를 거쳐 엘 부르고 라네로로 가는 전통적인 까미노 프란세스를 걷기 원한다면 깔사다 델 꼬또에 들어갈 필요도 없고 다리를 건널 필요도 없다. 직선으로 이어진 이 길은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길은 끝없는 평원 위로 이어져 있고 작은 연못을 지나면 발데쁘레센떼 시내의 다리를 건너게 된다.

10시, La Perala라고 부르는 성모상이 있는 뻬라레스 성모 성당을 지나면 순례자 쉼터가 나오고 작은 시내를 건너면 1998년 이 길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인 순례자인 만프레드 크레스를 기리는 대리석 십자가를 만나게 된다. 20분 베르시아노스 델 까미노에 도착했다.




Bercianos del Real Camino (856M)는 까스띠야 지방의 전원 건축을 구경할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점토와 짚으로 섞어 햇볕에 말린 가벼운 벽돌로 지은 집, 흙으로 만든 담, 바위를 파서 만든 저장고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바위를 파서 만든 저장고에 포도주와 돼지로 만든 전통 음식이 보관되어 있고 언덕 위에는 언제 무너졌을지 모르는 성당의 유적도 있다. 마을 이름의 기원은 마을의 첫 거주자가 El Bierzo 출신인 것에서 유래되었다. 베르시아노스를 지나가는 까미노 주위에는 저수지와 작은 연못들이 많은데 여름철에는 무더위 때문에 물이 모두 증발하여 사라지기도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이 길은 중세의 순례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길이었다고 전해진다.

Ermita de la Virgen de Perales
뻬라레스 성모 성당은 마을에 진입하기 전 까미노 오른쪽에 있는 순례자의 쉼터에 있는 성당으로 내부에는 La Perala 라고 부르는 성모상이 있어서 항상 마을 사람들이 와서 경배를 드린다.




친절한 알베르게가 있는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마을 출구에서는 작은 나무가 있는 길로 직진해야 한다. 이 길은 엘 부르고 라네로까지 자동차 도로와 평행하게 이어진다. 까미노의 머리 위로 산띠아고 데 꼼뽀스떼라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지나가기도 한다. 편안한 길이지만 자동차 도로와 평행하게 걷는 것은 정신적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송전선을 지나 오래된 십자가상까지 지나치면 교각 아래로 인구가 300명이 채 되지 않은 작고 소박한 엘 부르고 라네로에 도착한다.




까미노 길을 따라 긴 레알 거리가 나 있는 El Burgo Ranero (878M)에는 모든 종류의 서비스가 갖춰져 있어서 순례자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근처의 작은 연못과 저수지가 강우량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데 이로 인해 솔개, 까치, 황새, 제비, 참새, 부엉이, 수리부엉이 등의 새들이 살기 좋다. 다양한 양서류도 많이 살고 있어서 동물을 좋아한다면 매우 흥미로운 마을이다.

그래서 마을의 이름이 Ranero (언덕이 있는 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과 이 지역을 지나면서 많이 볼 수 있는 Rana (개구리)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또한 이 마을은 남쪽에서 레온 근교 산에 있는 목장까지 가축을 이동시키기에 적당한 환경이다. 목축업자들은 시스띠에르나 계곡이나 리아뇨 계곡으로 가축을 이동시킬 때 기차로 이 마을까지 옮긴 후 이동을 시작한다.

엘 부르고 라네로에서는 매년 성 베드로 축일 전날에 마을의 젊은이들이 혼기가 찬 처녀들의 창문 아래 나뭇가지를 걸어 놓는 전통이 있다. 마을의 젊은이들과 어린아이들이 큰 모닥불을 피워 놓고 그 주변에서 밤늦도록 축제를 즐긴다. 축제 기간에는 이 지역에서 매우 인기 있는 프론똔이라고 불리는 전통 구기 챔피언을 뽑는다.

Iglesia Parroquial de San Pedro
수수한 모습의 산 뻬드로 교구 성당에는 예전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성모상이 있었지만 현재는 레온의 대성당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알베르게가 있을 것 같아 산 뻬드로 교구 성당으로 가는데 십자가를 든 행렬이 지나가고 있어서 얼떨결에 걸음을 멈추어 서서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오늘이 일요일인 것을 깨닫고 주일 미사에 참여하려고 보니 이미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지나가고 나서야 뒤늦게 알베르게 위치를 물어보려니 아무도 없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찾다가 결국 다시 성당으로 돌아가서 알베르게 위치를 물어보았다.

12시 반쯤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오픈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서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데 이미 배낭 열개가 줄이 세워져 있었다. 어제 같은 알베르게에 묵었던 미나꼬가 옆에서 납작 봉숭아를 씻지 않고 껍질 째 먹고 있었다. 신기해서 쳐다보니까 내게도 하나 주는데 안 먹고 있었더니 왜 안 먹느냐고 한다. 이따가 먹을 거라고 둘러대고 넌 왜 씻지 않고 먹는지 물어보았는데 답이 없다. 식수대 위치를 알려줄 의도로 던진 질문이었는데 뭔가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체크인하자마자 우선 주방부터 스캔하는데 어디서나 파스타 면은 항상 남아있었다. 피자와 우유가 있어서 챙겨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오스삐딸레로가 와서 뭐라고 그런다. 맘마미아~ 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씻고 빨래하고 맥주 한 캔 하고 나니 15시 반이다.

피곤이 몰려와 처음으로 낮잠을 잤는데 눈이 너무 가려워서 깼는데 18시 반이다. 천정에서 흙이 떨어지고 있었다. 건물 2층은 쇠기둥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고 천정은 나무 지지대로 마감되어 있는데 천장과 벽 사이는 뻥 뚫린 구조라 2층 침대에선 옆방이 보이는 상황이었다. 나무 지지대 사이로 흙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하필 베개 부근에 떨어지고 있었다. 뭔가 불안하다. 날씨라도 추우면 침낭 속에라도 들어가서 잘 텐데 지금은 너무 더워서 침낭 속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어느새 눈이 부어올랐다.

빨래를 걷고 뭐라도 해 먹을까 싶어서 주방으로 내려갔는데 가루가 든 봉지에 Sopistant라고 쓰여 있어서 뭔가 했더니 그냥 닭 육수였다. 낮에 미나꼬가 준 복숭아를 씻어서 먹고 우유랑 누뗄라 바른 식빵 한 조각을 먹고는 침대로 돌아왔다.

문득 일요일이란 게 생각이 났지만 오늘은 성당 찾아 나서는 게 귀찮았다. 성당을 찾을 수 없어서 미사에 참석하지 않은 거라 합리화를 했지만 낮에 들렀던 곳이 바로 성당이었다는 게 뒤늦게 생각났다. 오늘은 알고도 잊었고 이렇게 기회가 있어도 가지 못했다.

저녁이 되자 오스삐딸레로가 한 여성 순례자를 눕혀놓고 마사지를 해주고 있었다. 다른 알베르게에서도 오스삐딸레로가 순례자에게 마사지를 해주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게 가끔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열정이 지나친 오스삐딸레로가 원치 않는다고 거절하는 동양인 여성에게 억지로 마사지를 해주려던 일이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당나귀를 타고 온 순례자가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있었다. 우린 각자 다른 모습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같은 룸의 미나꼬가 짐을 챙겨 들고 다른 방으로 가버렸는데 어젯밤에 이를 갈았던 게 민망해서였을까? 내 자리에는 흙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그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Sahagún→El Burgo Ranero 17.6km

○Sahagún (832M)
●Calzada del Coto (821M) 4.3km
-Iglesia Parroquial de San Esteban
-Real Camino Frances
-Calzada Romana/Via Trajana
■Calzadilla de los Hermanillos (890M) 8.0km
●Bercianos del Real Camino (856M) 5.7km
-Ermita de la Virgen de Perales
●El Burgo Ranero (878M) 7.6km
-Iglesia Parroquial de San Pedro

347.6km/775.0km




Albergue Municipal de El Burgo Ranero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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