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29

El Burgo Ranero→Mansilla de las Mulas

by 안녕
Day 27.
Monday, June 22


눈은 흩날리는 흙가루로 인해 알레르기로 부어올라 밤새 고생했지만 밤늦게라도 침대를 옮긴 탓에 아침에는 많이 가라앉았다.

식빵 한 조각에 차가운 우유를 마시고 7시쯤 출발했다. 아침 햇살이 시리도록 예쁘다.




깔사다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루트는 순례자의 수가 적으며 조용한 편이다. 까미노 순례길의 소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길 원한다면 추천할만한 루트다. 그러나 여름 한철 비가 많이 올 때 이 길을 걷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평탄한 길이지만 비가 오면 진창이 되어버리고 곳곳에는 커다란 물웅덩이가 만들어진다. 또한 이 길은 목적지인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까지 어떠한 마을이나 바르를 지나지 않고 걸어야 한다. 출발 전 반드시 충분한 행동식과 음료수를 꼭 준비해야 한다.

깔사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루트,
깔사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의 출구 왼쪽에는 성 로께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를 지나는 까미노를 따라 마을을 빠져나와 작은 다리를 지나면 넓은 밀밭이 펼쳐진다. 까미노는 소나무와 떡갈나무 숲 사이로 계속 이어진다. 여기에서 3km 정도를 지나면 수로가 나오는데 이곳을 지나면 왼쪽이 엘 부르고 라네로로 향하는 길이다. 이 길을 지나는 순례자는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까지 단 한 번도 아스팔트 포장길을 걷지 않게 되며 단 하나의 마을도 거치지 않게 된다. 오로지 지평선을 향해 끝없이 뻗어있는 밀밭 사이를 걸을 뿐이다. 운하를 사이에 두고 부드러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발데아르꼬스 시내를 지나는 철다리를 만나게 된다.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지만 비가 내릴 때 이 다리는 매우 요긴하다. 드넓은 평원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이 부근에 모여서 커다란 물웅덩이가 되기 때문에 2004년 순례자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서 구릉지대로 올라서면 밀밭이 펼쳐져 있다. 이 구릉을 넘으면 오른쪽으로 수로가 지나는 것이 보이며 앞으로 이베라 저수지를 오른쪽에 두고 까미노를 따라 걷는다. 그러면 이내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로 들어가는 도로와 만나게 된다. 도로와 나란히 직진하는 까미노를 따르면 오래되지 않아서 N-625 도로와 만나게 되고 축구장과 호텔을 지나 N-601 도로의 아래를 통과하여 지나가면 오래된 산따 마리아 아치를 통해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전통적인 까미노 프란세스인 엘 부르고 라네로 루트는 자동차 전용도로의 왼쪽으로 이어지며 매우 평탄하지만 상당히 인공적인 모습이다. 간격을 맞춰 심어져 있는 나무와 지속적으로 들리는 자동차의 소음은 순례자를 지치게 만든다.

마을의 밖으로 빠져나오려면 마요르 거리 끝에 위치한 산 뻬드로 성당을 오른쪽으로 두고 걸어 나가면 된다. 까미노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비야마르꼬스 외에는 어떠한 마을도 거치지 않는다. 지난 여정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도로와 평행하게 지나게 되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순례자 쉼터와 샘터가 종종 있다. 비야마르꼬스도 향하는 교차로를 가로질러 2km를 직진하면 사아군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지나는 복선 철로 밑을 통과하게 된다.




9시 반쯤 비야마르꼬를 지나치다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3일째 차도와 나란히 뻗어있는 길을 걷고 있지만 걷기에는 한결 편해졌다.

10시 반, 완만한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다 보면 로마 시대의 가도가 지나가던 레리에고스에 도착했다.




Reliegos (822M)는 인구가 채200명이 안되는 작은 마을로 로마 시대의 가도가 지나가던 곳이었다.

이 지역에는 포도주 저장고로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파놓은 굴이 많이 남아있는데, 오늘날에는 이 지역에서 포도주를 생산하지 않아 거의 대부분 방치되어 있다. 마을 입구에는 오래되고 방치된 포도주 저장고가 순례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마을 안에서는 목재 골조에 벽돌과 흙으로 지어 아랍식 지붕을 얹은 오래된 전통 건축물을 볼 수 있지만 산 꼬르넬리오와 산 시쁘리아노에 헌정된 유일한 성당과 알베르게가 독특할 뿐 다른 인상적인 건축물은 없다.

Iglesia Parroquial de San Cornelio y San Cipriano
산 꼬르넬리오와 산 시쁘리아노 교구 성당은 마을의 유일한 성당에는 12세기의 초기의 고딕 양식 성모상이 있다.




레리에고스를 통과하여 나오면 너른 밀밭이 펼쳐져 있고 멀리 지평선 너머로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의 높은 탑이 희미하게 보인다. 계속 걷다 보면 송전탑 밑으로 지나는 까미노를 따라 길이 끝나고 N-601 도로의 위를 지나는 보행자 다리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면 마을의 구시가지 입구가 보이기 시작하며 순례자를 반기는 동상이 있다.

12시쯤 노새들의(de las Mulas) 안장에 얹은(en silla) 손(Mano)이라는 뜻의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에 들어섰다.




Mansilla de las Mulas (799M)를 둘러싼 뽀르마 평원과 에스라 평원에는 포도밭을 포함한 온갖 종류의 과수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순례자는 며칠 동안 걸어온 불모지 같은 길의 단조로움을 벗어날 수 있다. 이 도시는 레온 왕국과 까스띠야 왕국 사이에 있다는 점 때문에 중세 시대까지는 방어 도시의 역할을 했었다. 또한 아스뚜리나스의 산악 지역과 띠에라 데 깜뽀스, 원래의 오래된 까미노 데 산띠아고 사이에서 상업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했었다. 과거의 유산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나 돌로 포장된 거리와 중세풍의 아름다운 발코니가 있는 집은 당시의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에서는 매년 7월 마지막 주에 중세식 축제가 벌어진다. 이 축제기간 동안에는 도시 전체가 옛날로 돌아가 중세식 의상을 입고 전통 음식을 먹으며 중세 기사들의 결투를 재현한다. 또한 8월의 마지막 주에는 산 페르민 축제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Feria del Tomate가 열린다. 이미 세계인에 널리 알려진 토마토 축제(La Tomatina)는 빨렌시아의 작은 마을인 Bunol이 유명하지만 아쉬운 데로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의 토마토 축제에서도 토마토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토마토 싸움을 즐길 수 있다. 산 마르띤 축일에는 추수한 곡식으로 지역 음식을 즐기는 축제가 열린다.

Iglesia Parroquial de Santa Maria
산따 마리아 교구 성당은 아름다운 첨탑이 있는 17세기의 건물로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제단화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Santuario de la Virgen de Gracia
18세기에 만들어진 그라시아 성모 성소 건물은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의 수호성인인 감사의 성모상이 보관되어 있다.

Villaverde Sandoval
비야베르데 데 산도발은 에스라 강과 뽀르마 강이 만나는 곳으로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를 나와서 까미노를 걷다가 왼쪽으로 빠져 4km 정도를 더 가면 나온다. 왕복 8km의 부담이 정신과 육체를 압박하지만 여유가 되는 사람은 도전해 볼만하다. 로마네스크에서 고딕 양식으로 넘어가는 소박한 산따 마리아 데 산도발 성당과 수도원이 있으며 현재는 공동묘지로 사용되고 있다.

란시아 성터의 폐허
만시야에서 6km 떨어진 언덕에는 과거 까스또르 데 란시아의 수도였던 로마 시대 도시의 폐허가 남아 있다. 란시아 성터의 폐허로 알려져 있는 이곳은 로마 시대 이전부터 인구가 많았던 곳이었다. 중세에 이 도시는 에스라 강과 뽀르마 강의 평원을 차지할 수 있는 전략적인 위치에 있던 도시였다.

만시야 데 물라스의 수도원과 병원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 인근에는 피카레스크 소설(Obra Picaresca; 16~17세기 스페인에서 유행한 문학 양식으로 악한 소설) ‘악녀 후스띠나’(La Picara Justina)의 주인공인 여관 주인이 살던 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산도발 수도원이 있고 시토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과 수도원의 유적이 남아있다. 돈 뽄세 데 미네르바에 대한 전설에 따르면 그는 모로코에 포로로 붙잡혀 있다가 자유를 되찾아 산띠아고로 순례를 떠났다. 산띠아고에서 돌아오는 길에 병에 걸린 그는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이 병원은 그가 포로로 지내는 동안 소식이 끊겼던 아내 에스떼파니아가 세운 것이었다. 그가 발을 씻는 동안 그의 아내가 남편을 알아보았고 그들은 재회를 기념하기 위해 인근에 수도원을 세웠다고 한다.




오늘은 초반부터 힘들긴 했었다. 스페인의 날씨는 햇빛 아래에선 뜨겁지만 그늘은 시원하다. 습기마저 태워버리는 건조한 날씨 덕에 일단 숙소에만 도착하면 언제 힘들었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요즘은 11시만 되어도 후덥지근하지만 비 오는 길에 비하면 좋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끝이 나곤 했다. 얼마나 자주 쉬느냐에 따라 도착시간이 달라질 뿐 걸음은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마을에 들어서고도 30분쯤 더 지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침대는 자유 배정이라 1번 룸, 창쪽 1층 침대를 선택했다. 냉장고에 누군가 남기고 간 수박이 있어서 차가운 수박으로 열기부터 식혔는데 한 번에 두 조각 이상 먹기는 힘들었다.

씻고 빨래하고 나니 허기가 져서 오늘은 양파까지 넣어 파스타를 한 냄비 만들었다. 누군가 있으면 같이 먹으려고 했지만 주방은 아직 한산했다. 양이 많았지만 피클과 함께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에 한두 명씩 들어왔다. 아보카도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었는데 지나가던 외국인이 올리브에 볶아서 먹으라고 조언한다. 옆에서는 새우에 각종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진수성찬이라 부러웠다. 일행이 있으면 이렇게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초반에는 걷기에 벅차서 무언가를 만들고 어울릴 에너지가 부족했지만 후반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가능할 것 같았다. 나도 시간이 남으면 쉬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데 요즘은 샤워하고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면, 힘든 게 사라져서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았다. 이 즈음에는 일행이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다시 내려와서 남은 수박을 먹었는데 복숭아를 나눠주었던 미나꼬가 보여서 같이 먹자고 하고 싶었는데 정원 야외 테이블에서 음식 파티하는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듯하여 부르지 않았다. 여기선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선뜻 다가가기엔 아직은 낯설었다. 길을 가다 한두 번 마주친 사람들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모두가 낯선 이들뿐이었다.

외국인들은 빠에야를 만들었나 보다. 친화력 좋은 미나꼬는 이미 먹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나오는데 외국인이 빠에야 냄비를 주방으로 가지고 들어가다가 나에게 보여주며 먹겠냐고 한다. OK! 배가 터지더라도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까미노에서 빠에야를 처음 맛보게 되었다.




El Burgo Ranero→Mansilla de las Mulas 19.2km

○El Burgo Ranero (878M)
●Reliegos (822M) 13.0km
-Iglesia Parroquial de San Cornelio y San Cipriano
●Mansilla de las Mulas (799M) 6.2km
-Iglesia Parroquial de Santa María
-Santuario de la Virgen de Gracia
-Villaverde Sandoval
-Puerta Castillo de Santiago
-Río Esla
-Río Porma
-Canal de Porma

328.4km/775.0km




Albergue Municipal de Amigos del Peregrino -5.00€




식빵, 우유
바게트, 오렌지 주스, 땅콩
수박, 파스타, 아보카도, 피클, 빠에야


Cocina
Refrigerador
Microondas
WIFI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Camino de Santiago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