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14

Guillena→Castilblanco de los Arroyos

by 안녕
Jueves, 20 de Marzo


13°~18°
3시 너무 추워서 깼다. 그리고 잠들었는지 비몽사몽 화장실 다녀오는 소리에 눈을 뜨니 4시.

아직 소식이 없어 계속 누워있었는데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오렌지, 토마토, 레몬까지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인들이라 늦게 출발한다 하더라도 곧 일어날 것 같아 그전에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다. 감기에 걸렸다.

장을 비우고 레체를 데워서 커피가루를 넣었다. 비가 내리는 것 같아서 루프탑으로 올라갔는데 이미 누군가 있었다. 머핀 하나를 먹고 방으로 들어와서 약을 먹었다.

창문이 열려있었다. 추운 건 아니었는데 차가운 밤공기 때문에 감기 걸린 것 같다. 스트렙실을 입에 물었지만 소용없다.

자기 전에 약 먹고 잘 것을 그랬다. 침낭을 머리끝까지 덥고 잘 것을 그랬다. 이불을 침낭 위에 덮을 걸 그랬다. 모든 게 후회가 되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비가 많이 온다. 분명히 신발이 젖을 것 같다. 오늘은 사진이고 뭐고 포기하기로 했다. 비 오는 날은 좋은 풍경이 나오지도 않을 거고 이젠 타임라인도 필요 없다. 그저 걷자.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서 6시 양치했다. 목이 따끔거렸고 간지러워 기침이 났다. 뒤늦게 창을 닫았다. 다리도 아프지만 발이 터질 것 같다.

오늘도 걱정인데 내일은 더 걱정이다. 침대수는 충분하지만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7시 반 다들 식사 중이다. 누군가 물을 끓이고 있어서 기다릴까 하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머핀은 없고 식빵만 있는데 팬에 토스트 하는 것 같아서 마가린을 발라서 먹었다.

컵이 뜨거울 정도로 물을 데워서 커피믹스를 넣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찬물 그대로였다. 녹기는 하지만 수돗물이라 몇 모금 마시다가 버렸다. 식빵도 거의 생으로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8시 출발이다. 비 오는 날이라 오렌지를 배낭에 넣었는데 부피가 커서 따로 뺐다. 빗방울이 떨어져서 판초우의를 입자 다들 구시렁거린다.

8시 10분 알베르게를 나왔다. 그런데 금방 더워졌고 땀이 날 정도라 벗어서 손에 들었다. 햇볕이 난다.

9시 진창길 입구에서 이딸리까 스웨덴 그녀들을 만났다.

나도 잠시 서서 비옷을 접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쏟아지면 어쩌나 싶어서 미리 입었다. 하지만 이내 그쳤다.

그래도 먹구름이라 그대로 들고 걷는데 진흙이 튀고 우의를 밟고 난리도 아니었다. 집어넣지 못하고 끝까지 온 셈이다.

진창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신발에는 진흙이 붙어 거대해졌다. 발은 무거위지고 힘들었다.




한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자갈길이 이어졌다. 개울이 수시로 나왔지만 징검다리가 있거나 물이 얕았다. 갈증이 나서 오렌지를 까먹었다. 그리고 감자칩을 비웠다.

그리고 이딸리까 마을 가로수에서 땄던 작은 오렌지를 까먹었는데 어제 먹은 싱거운 레몬이다. 그리고 마지막 오렌지를 꺼내는데 겉에 무언가 잔뜩 묻어있었다. 찝찝해서 버렸다.

2km가 너무 멀었다. 주유소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 이미 주유소가 보여야 하는데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맵스미에는 알베르게 정보가 없어서 주유소로 찍고 왔던 게 생각났다. 다시 절망이다.

마지막 구간에서 샛길이 깨끗해 보여서 굳이 그쪽으로 갈아탔는데 오르막이 이어지더니 막다른 곳이었다.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다시 되돌아가서 도로를 따라 걸어가니 세르반테스 기념비를 지나서 페트롤이 보였다. 저기서 600m를 더 들어가야 함에 절망하면서 걷는데 무언가 미끌거렸다. 똥을 밟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진창길을 걸어서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신발을 깨끗이 닦아내려고 했는데 포기했다. 저렇게 커다란 똥을 누가 밟고 다니나 했더니 나였다. 개똥이 아닌 것 같았다.

알베르게를 찾아보는데 주유소 바로 뒤에 정문이 있다.




오르막을 올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오스삐딸레로가 없다.

기다려야 하는지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계속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더 기다리기 힘들어서 셀프로 세요를 찍고 일단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양쪽으로 세면대 화장실 샤워실이 세트로 있고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2층 침대가 있는 방이 나왔다.

보이는 위쪽 침대에 짐을 푸는데 세면도구 팩 안이 엉망이다. 순간 샴푸가 터진 줄 알았는데 맨소래담이 샜는지 냄새가 진동했다.

신발을 갈아 신고 바깥에 놔두었다. 닦아내고 있는데 오스삐딸레로 아저씨가 올라와서 새 방문객을 찾는다.

금방 내려가겠다고 했지만 기다려주지 않았다. 굳이 번역기를 돌려서 지금 당장 체크인 하란다. 내려가서 체크인했다. 세요를 거꾸로 찍어서 민망해졌다. 계단 중간에 도나티보 박스가 있었다.




맨소래담이 아까워서 몸에 잔뜩 바르고 샤워하러 갔는데 더운물이 나오니 타올로 열심히 밀었다. 그 순간 물이 뚝 끊겼다. 설마 하고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다.

몸을 가리고 세면대를 체크하니 물이 나온다. 단수는 아니었다. 샤워하다 말고 옷을 입고 내려갔다.

이탈리카 스웨덴 그녀들이 도착했다. 리셉션은 비어있었다.

다시 올라와서 주방을 체크하니 여기도 콸콸. 혹시나 하고 다시 들어가 보니 샤워실 물이 나왔다. 최대한 신속하게 씻고 나왔다. 하지만 몸이 젖은 채로 돌아다녔더니 한기가 들었다.




아래 침대 할아버지가 자기 불편하다고 다른 침대로 가라고 압박했다. 무서워서 입구로 자리를 옮겼다. 1인당 2층 침대 하나씩 쓰고 있었다.

이미 몸은 최악의 컨디션이 되었다. 양말은 진흙만 씻어서 널었다. 수건을 널고 햇볕이 있어서 바지단의 흙만 씻어냈다. 물을 끓여서 커피를 마시고 약을 먹었다.

맨소래담이 배낭에도 잔뜩 묻어서 모두 닦아냈다. 침낭을 깔고 패딩을 입었다. 다 정리하고 침대에 누우니 16시다.

멀쩡한 곳이 없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콧물은 줄줄 흘렀다. 오늘은 정말 최악의 날이다. 이렇게 또 갱신했다.




배가 고프다. 쌀 한 꼬집을 끓여서 라면수프를 넣었다. 비 오는 날에는 뜨끈한 국물이 딱이다. 주방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빨리 안 먹고 뭐 했을까? 팝콘이 있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커피 한잔을 더 마셨다.

내일은 오늘보다 10km 더 걸어야 하는데 30km 어떻게? 자신 없다. 도중에 멈추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무섭다.




신한 저축은행에서 소득 신고하라는 문자가 왔다. 이자 소득이 100이 넘는단다. 짜증이다. 꼬박 세금 내고 받은 급여를 모은 돈을 저축했다. 이자내면서 세금을 냈지만 1년간 이자소득이 백만 원이 넘어서 국세청에 소득신고 하란다. 뭐 이런?

저녁 6시 잠이 들었다. 루틴대로 3시쯤 잠이 깨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알람을 설정하고 무장하고 누웠다. 어느 순간 주변의 인기척에 눈을 떴다. 주방이 어수선했다. 시간을 보니 04:55 이른 시간에 출발하기 위해 선두그룹이 아침을 먹는 모양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피로는 그대로였고 발도 여전히 아팠다. 장을 비우는 시간도 없었지만 잠깐이라도 더 자야 했다.

그리고 6시 반 다시 잠이 깼는데 이젠 진짜 일어나야 했다. 옆 침대도 비어있었다. 일단 충전기를 회수하고 등산스틱도 보이는 곳에 놔두었다. 그러나 일어나지 못했고 깜빡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옆 침대도 다시 돌아왔고 침대가 가득 찼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02:55 한국시간을 착각했던 거다.

아침식사가 아니라 저녁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주방을 마무리하던 소리였나 보다. 화장실에 갔다. 스위치를 찾지 못해 폰을 가지고 가서 불을 켰다. 장을 비웠다. 세면대로 나가는데 누가 서있다가 옆 화장실로 간다.

다시 폰과 약을 챙겨서 주방으로 가서 약을 먹었다. 목은 베트남에서 처럼 부었고 아팠다. 하지만 그때는 쉬면 되지만 지금은 걸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살려주세요.'




Guillena→Castilblanco de los Arroyos 18.3km
-Guillena
-Castilblanco de los Arroyos 18.3km

Albergue de Peregrinos de Castilblanco de los Arroyos 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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