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22

Cáceres→Salamanca

by 안녕
Viernes, 28 de Marzo


0°~15°
기침이 심해서 잠이 깼다. 자정이다. 다들 자고 있었다. 라디에이터가 켜져 있지만 추웠다. 담요를 끌어당겨봐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잠을 청했다. 할아버지도 기침을 했다. 라디에이터 때문에 건조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수건은 여전히 축축했다.

다시 깼을 때 4시 기침, 가래, 열이 나고 땀이 났다. 약을 먹으려니 물이 없다. 주방에 가봤다. 물은 없고 자판기에서 생수를 팔고 있었다. 싱크대라도 있었으면 수돗물이라도 전자레인지에 데울 텐데, 세면대에서 가져오긴 싫었다.

방으로 들어와서 생각해 보니 비상용 생수병이 기억나서 약을 먹었다. 당장 주스부터 사야지. 라디에이터가 꺼져있었다. 다시 켜니 그제야 기침이 멈추었다.




걷는 것을 멈출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버스를 타고 가도 계속 걸어야 했다. 어디로 가야 멈추어 쉴 수 있을까?

장은 비우지 말고 그냥 갈까 했는데 어제 먹은 요구르트 때문에 불안했다. 시도했고 두 번이나 왕창 쏟아냈다.

아저씨가 일어나서 나가고 나는 조금 더 쉬다가 짐을 챙겼다. 이탈리아인도 일어나 준비한다.




7시 반, 숙소를 나섰다. 8시 20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하지만 티켓 판매 부스는 오픈 전이라 기다렸다.

8시 반,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약을 먹고 비상식량 오레오를 먹고 있었다.

낯익은 여성순례자가 다가왔다. 기예나에서 나를 봤단다. 나는 버스를 타고 살라망카에 간다니까 순례자는 Cañaveral까지 간단다.

그곳에도 노선이 있었던가? 티켓을 사러 가더니 역시 사지 못하고 돌아온다. 그녀는 계획한 목적지에 가지 못하게 되니 고민에 빠진 것 같았다.

이틀을 쉬었더니 발이 조금 편해졌다. 통증도 덜하고 부기도 많이 빠졌다. 신발을 세척할걸 그랬나 싶지만 순례자 대접받으려면 이 편이 더 나았다.




9시 화장실에 다녀왔다. 20분쯤 나가니 버스가 이미 대기하고 있어서 배낭을 가지고 탑승했다. 버스는 9시 30분 정각에 출발했다.

배낭은 내 좌석 33에 두고 나는 뒷문 첫 번째 좌석 27~28 옮겨 앉았다. Cañaveral 간다면 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싶었더니 할머니 순례자도 타고 있었다.

Cañaveral 에는 길가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그녀는 내리지 않았다. 버스 기사와 한참 대화하더니 버스는 그냥 출발했다.

결국 그녀는 Estación de Autobuses Plasencia에서 하차했다.




10시 40분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할아버지가 내 옆자리인데 배낭만 덩그러니 있으니 나에게 뭐라 한다.

하지만 레몬을 들고 기침을 참고 있는 걸 보시곤, 더 이상 뭐라 하진 않으셨다.

할아버지가 풍경을 손으로 가리킨다. 설산을 보라는 건 줄 알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레몬을 먹으려니 멀리 보라고 한다. 멀미하는 줄 아셨나 보다.

건조한 버스에서는 기침이 심하게 나서, 조금 추운 비상구 좌석에 앉으면 견디기 편했다. 레몬으로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면 기침 예방에 도움이 되었다.




11시 20분, Estación de Autobuses Aldeanueva del Camino
11시 30분, Estación de Autobuses Baños de Montemayor
11시 50분, Albergue de Peregrinos de Puerto de Béjar 부근에서 한 커플이 길가에서 탑승했다.
12시 5분, Estación de Autobuses Béjar

배낭을 미리 가지고 와야 하는데 할아버지가 통로 좌석에 앉아있어서 어떻게 꺼내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가 일어나서 겉옷을 벗으시길래, 그 틈을 타서 배낭을 챙기니 괜찮다고 한다.

아뇨, 다음에 내려야 해요.




13시 7분 Estación de Autobuses, Salamanca 도착했다.

지나고 보니 버스가 없다고 나온 도시에도 버스터미널은 있었다. 진작 알았으면 살라망카까지 오지 않아도 되었다. 버스 정보가 없으니 그저 보이는 대도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레몬을 먹으니 기침이 나지 않아. 레몬을 더 따올 것을 그랬다. 어제도 하나 까먹고 잤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버스가 살라망카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으로 돌아서 진입했다. 그래서 버스터미널이 북쪽 외곽에 있었던 거였다. 터미널 진입 직전, 잠깐의 정체가 있었다.




대형 디아가 보여서 터미널에 내리면 디아에 다녀오려고 했으나 왠지 멀어 보였고 힘들어서 가기 싫었다. 근처에도 있대서 맵스미 보고 찾아갔으나 길이 점점 멀어졌다. 버스터미널로 다시 돌아왔다.

버스 터미널에 까르푸 익스프레스가 있다. 바게트 0.49€ 잔돈 때문에 만사나 수모 0.89€ 함께 구입했다.

목이 마른 것도 아니고 배가 고픈 것도 아니지만 약과 식량을 위해 구입했다.




13시 반, 다시 출발했고 구시가지까지 잘 찾아왔다. 그런데 골목에서 자꾸 헤맨다. 맵이랑 부엔이랑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킨다.

전망대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원 근처라고 했는데, 저기는 아니겠지 싶었다. 부엔카미노는 앱에서는 상세 지도가 잘 안 보여서 까미노 루트를 찾아갔다.

루트에서 그대로 지도를 따라가다가 이상해서 주민에게 물었고, 좌회전하여 우회전하면 된단다. 하지만 막다른 곳이 나왔다.

공원 입구였는데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무슨 관광지 같았다. 그래서 다시 맵스미를 따라서 길이 있는 곳으로 갔으나, 없다.




박물관 인포메이션이 있어서 물어보니 그냥 왔던 길로 나가면 된단다. 지나온 곳이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종이 지도를 받아 들고 번지수를 따라갔다.

관광지 같은 공원은, 아래에서 보았던 바로 그 전망대였다. 반대로 가려는데 아까 지나쳤던 커플이 알베르게를 안다며 알려준다.

전망대 쪽을 가리켜서, 공원 안에 알베르게가 있나 싶어 공원 입구로 갔다. 그러데 우측에 알베르게 입구가 숨어있었다.

동양인 여성이 있어서 무심결에 안녕하세요? 인사했으나 답을 안 한다. 얘기하기 싫은가 보다 싶어 더 이상 말을 걸진 않았다. 나는 왜 그녀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한 걸까?




15시 정각에 알베르게 문이 열렸다. 젊은 오스삐딸레로가 들어오라고 하더니, 신발은 리셉션 의자 밑에 두란다.

일본인이 먼저 왔지만, 오스삐딸레로는 나중에 온 프랑스인 2인을 먼저 체크인했다. 바구니에 짐을 담아서 2층 방으로 가지고 올라가고, 배낭은 1층 보관함에 넣어두라고 했다. 그들이 침대를 선택하기까지 기다렸다.

다음은 우리 차례였다. 그녀는 일본인이었고, 모리예에서 출발했단다.

오스삐딸레로가 나에겐, 어제 카세레스에 있었는데 오늘은 왜 여기에 있는 거냐고 묻는다. 아파서 버스를 타고 왔다고 하니, 묻기도 전에 1박만 가능하다고 못 박는다. 나도 알아요!

2층으로 올라가니 침실은 남/녀로 구분되어 있었다. 우린 여자방으로 안내되어 갔는데 커다란 창문이 있는 방이었다.

침대를 선택하고 둘러보는데, 방에 들어서면서 내가 기침을 했더니 오스삐딸레로가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나를 위해 따로 준비한 방이 있다며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berth reserved for sick'

문에는 환자를 위한 방이라고 적혀있었지만 2층 침대 하나가 들어가 있는 작은 창고였다. 코로나 시기에 격리를 위해 마련했을 것 같은, 하지만 지금은 창고로 쓰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침대 위에는 변색이 된 베개와 지저분한 담요가 잔뜩 쌓여있었다. 침대 1층에만 비워져 있었는데 매트리스 한가운데 누가 실수라도 한 듯, 누런 얼룩이 커다랗게 남아있었다.

지저분한 침구라도 치우든지, 매트리스를 뒤집어 두든지! 기가 막혔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에선 오스삐딸레로가 갑이었다.

똥인지 오줌인지 모를 둥그런 그 얼룩 위에 침낭을 바로 놔둘 수는 없어, 지저분한 담요를 깔고 커버를 씌웠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오니 의자 위에 잠시 올려두었던 주스가 새어서 가방이 젖었다. 기분도 그랬다.




샤워실도, 주방도 1층이라 딱히 들고 올라갈 것이 없다 싶더니 침낭을 빼먹었다.

주방에 가보니 음식을 할 수 있는 주방이 아니었다. 냉장고에도 음료만 있었다. 옆에 세탁부스가 있어서 젖은 가방을 빨았다.

마지막 순례자들을 침실로 안내하길래 맥주를 꺼내 캔을 따자, 바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생수병에 채우고 있으니 따뜻한 차를 원하냐고 묻는다. 감기에 걸려서 아픈 게 아니라고! 노, 땡큐.

맥주를 생수병에 담고 나머지는 마셔버렸다. 분리배출이 헷갈려서 캔을 들고 있다가 마주쳤다. 술을 금지하는 곳이 많아서 조심스러운데, 아픈 사람이라고 치부하니 맥주를 마시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나는 감기가 아니라 발이 아프다고!

일단 씻으러 갔는데 바구니를 계속 들고 다녀야 했다. 씻고 커피를 마시면서 바게트를 뜯어먹었다. 창밖 풍경이 정말 멋지다.




일본인이 식탁에 앉아서 알베르게 제공하는 과자를 먹고 있었다. 얘기하려고 갔지만, 격리된 자가 먼저 얘기를 건네려니 민망해졌다. 그러자 그녀가 먼저 일어난다.

알베르게 옆문이 정원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까 했지만 바로 방으로 올라왔다. 너무 우울했다.




16시 반,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뒤늦게 설움이 복받쳤다.

풍경 좋은 창문이 있는 침실을 놔두고 잡동사니가 가득한 창고방에 가두어버린 오스삐딸레로!

오스삐딸레로가 순례자를 안내하면서 지나가다가, 잠시 문을 열고 창고방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곤 안부를 물었다.

'당신 같으면 괜찮겠어? 이미 늦었어.'

하지만 나는 마음과 달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침낭 속에 있으니 발이 터질 것 같았다. 버스를 타기 전엔 발이 괜찮았는데, 알베르게 찾느라 두 시간을 헤매었더니 발이 다시 퉁퉁 부었다.

오늘은 날씨가 따뜻한가? 알베르게가 따뜻한가? 바람이 안 들어오니 춥지는 않았다. 코가 시리거나 손이 시리지 않았다.

의외로 건조한지 수건이 이미 말랐다. 가방도 여기서 말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서 갖고 오기로 했다.




양치하러 내려갔다. 오스삐딸레로가 목은 좀 어떤지 물어보는데 '당신 같으면 괜찮겠어요?' 하고 묻고 싶었으나 그냥 웃어 보였다.

방명록을 보고 있으니 글을 써도 된다고 하는데 사실 참고 있는 중이었다.

It's sad enough to be sick, but how much sadder would it be to be isolated in a sick room?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인 것 같아, 나만 상처받는 결말로 끝내기로 했다. 그러는 와중에 가방을 챙기는 건 잊고, 그냥 올라왔다.

잠이 오지 않았다. 충전을 안 하고 버텼더니 방전되어 버렸다. 20시 불을 껐다.




Cáceres→Salamanca 216.8km
-Cáceres
-Casar de Cáceres 12km
-Embalse de Alcántara 21.9km
-Albergue del Embalse de Alcántara 0.6km
-Cañaveral 11.8km
-Alto de los Castanos
-Grimaldo 8.5km
-Galisteo 19.7km
-Aldehuela del Jerte 5.6km
-Carcaboso 4.9km
-Oliva de Plasencia 12.8km (+6.6)
-Arco de Cáparra 6.1km
-Aldeanueva del Camino 19.4km
-Las Cañadas
-Baños de Montemayor 9.5km
-Puerto de Béjar (Colonia la Estación) 2.9km
-La Calzada de Béjar 9.4km
-Valverde de Valdelacasa 8.7km
-Valdelacasa 3.5km
-Fuenterroble de Salvatierra 8.0km
-(Pedrosillo de los Aires)
-(Monterrubio de la Sierra)
-(Pico de la Duena)
-San Pedro de Rozados 27.9km
-Morille 4.0km
-Salamanca 19.6km

Cáceres→Salamanca Alsa Bus 18.52€
Carrefour Express Baguette 0.49€
Carrefour Express Manzana Zumo 1L 0.89€
Albergue de Peregrinos Casa la Calera 5.0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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