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amanca→Calzada de Valdunciel
Sábado, 29 de Marzo
0°~14°
4시 반, 인기척에 눈을 떴다. 장을 비우러 내려갔지만 실패했다.
창고 같은 공간이라 외부의 찬 공기 접촉이 없으니 담요를 덮지 않아도 따뜻했다. 하지만 발이 터질 것 같아 침낭 밖으로 뺐더니 추웠다. 한동안 패딩을 입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약을 먹으면서 만사나 수모를 다 마셨다. 미니 오렌지도 먹었다. 장을 비우고 가겠다는 의지였다.
8시 전에는 문이 열리지 않을 텐데 순례자들은 벌써부터 짐을 싸고 있었다.
스케줄을 정리했다. 4월 10일이면 아스또르가 도착인데 이대로 가면 민폐일 것 같았다. 그냥 완주해 버릴까?
4월 30일에 아스또르가에 도착하면, 15일은 봉사하면서 쉬고 16일에 까미노 사나브레스를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까미노는 힘들 것 같다. 발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걷기가 힘들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숙소를 알아보고 쉴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6시 50분, 오스삐딸레로가 열쇠로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7시, 이제 슬슬 준비해야지 싶어 짐을 바구니에 담아서 1층으로 내려가니, 언제 내려왔는지 이미 다들 식사 중이다.
오스삐딸레로가 오늘은 살라망카에서 쉴 거냐고 묻는다. 다시 걷는다고 말했다.
식탁에 순례자 수대로 아침식사 세팅은 되어있지만 내가 쓸 컵은 없었다. 오스삐딸레로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사용한 컵을 씻어서 썼다. 창고방에서 잔 사람은 인원이 아닌가?
유유를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꼴라까오를 타서 마셨다. 토스트 2쪽엔 버터를 발라먹었다. 미니 오렌지도 하나 까먹고 요구르트도 먹었다. 오렌지 주스를 마셨는데 과육 오렌지 주스였다.
각자 사용한 식기는 각자 씻어야 했다. 설거지 차례 기다리는 사이, 화장실에 갔지만 실패했다.
그사이 일본인 순례자가 내 식기를 설거지해 주었다. 고맙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밥을 해 먹지는 못해서 기부금 액수를 잠시 고민했지만 감정은 배제하고 기부했다. 도나티보 하고 나서는데 오스삐딸레로가 따라 나와서 인사한다.
쾌유하길 빈다. 잘 걸어라. 방문해 주어서 고맙다 등등.
마음 같아서는 1유로도 내기 싫은 곳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내가 큰돈을 거부했나 싶었다.
밖으로 나와 우측으로 가려다 처음 들어온 곳으로 가려고 보니 뒤늦게 나온 순례자가 우측으로 간다.
따라가다가 골목에서 헤매고 있으니 안내해 주고는 성큼 앞서 걸어가 버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골목을 빠져나오기 힘들어서 폰을 켠 채로 다녔더니 순식간에 방전되고 있었다. 84%.
골목을 거의 빠져나왔다 싶은 구간까지 걷고 나니, 그제야 앞쪽에 순례자가 보이고 뒤쪽에도 순례자가 나타났다.
그렇게 곧은 도로를 따라 걷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발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더니 점점 심해졌다. 걸을 수 있을까?
우측 도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길 건너 좌측 도로에 일본인이 보였다. 화살표가 그쪽에 있어서 건너갔다. 걷고 있는데 다시 길 건너 우측에 표지판이 보인다.
그러고도 한참 동안 우측으로 걷다가 또 좌측으로 이어졌다. 건널목 없는 차도를 몇 번이나 건넜는지 모른다. 그렇게 허비하는 에너지가 아까웠다.
Aldeaseca de la Armuña 들어가지 않고 차도를 따라 계속 걸었다.
Castellanos de Villiquera 지나서 Calzada de Valdunciel 가기 위해 농로로 들어갔다.
까미노 루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래도 직진만 하면 알베르게라 마지막 힘을 내어 걸었다.
오늘은 15.7km 5시간이 걸렸다. 빨리 와서 다행이다.
13시, 성당 근처에서 순례자들을 만났다. 우측으로 가려는데 알베르게는 좌측이라고 위치를 알려준다. 지도상의 위치와 다르지만 순례자가 알려준 방향으로 갔다.
알베르게가 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사진에서 보았던 알베르게 입구와 달랐다. 들어가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는데 저만치 모퉁이에 'A MUNICIPAL' 표지판이 보였다.
속는 셈 치고 따라가 보았다. 코너를 돌자 그냥 담벼락이 나왔다. 이 마을에 알베르게는 하나인데, 같은 곳인가 싶다.
어정쩡하게 서있으니 지나가던 주민이 알베르게 위치를 알려준다. 앞으로 더 가라고. 몇 발자국 더 걸어서 반대편에 다다르자 알베르게가 있었고, 무니시팔 간판이 보였다.
사설 알베르게가 공립 알베르게 가는 길목에 얌체처럼 위치한 셈이다. 성당에서 좌측이 아니라 우측으로 가면 내 경로상 바로 알베르게로 기는 길이었지만 하필, 그때 순례자들을 만났다. 순례자를 만나지 않았으면 제대로 찾아갔을 것 같았다.
알베르게 문은 굳게 닫혀있다. 다들 사설로 갔으면 내가 첫 번째일 테니, 오스삐딸레로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하지만 유심칩이 없으니 나는 누군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혹시나 하고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다행이다. 한 남자가 나를 보더니 또 다른 누군가를 부른다. 하지만 그 남자가 나오더니 전화를 걸라는 설명을 한다.
모른다고 하니 일단 들어오라고 한다. 안에서 뜨거운 공기가 느껴졌다. 라디에이터가 켜져 있었다. 사람도 없는데 켜놓아서 어리둥절했다.
나에게 전화를 하라고 하더니, 그들이 대신해 주었다. 알고 보니 먼저 온 순례자였다.
신발을 갈아 신고 앉아서 기다리니 할아버지 오스삐딸레로가 왔다. 그 뒤로 스페인 순례자가 따라 들어온다. 7유로가 아닌 8유로였다.
입구에서 좌측은 침실 공간이고 우측은 리셉션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우측은 남녀구분된 화장실 겸 샤워룸 좌측은 주방이다. 밖으로 나가면 햇볕 드는 작은 뒤뜰이 있었다.
주방에는 물을 끓일 수 있는 냄비가 있다. 일단 여유롭게 씻고 양말, 스카프, 수건은 뒤뜰에 널었다.
커피물을 끓여서 커피를 먼저 준비해 두고 남은 물에 펜네면을 삶고 라면수프를 넣고 끓였다. 뜨거운 국물을 먹고 속이 풀렸다.
남은 맥주로 약을 먹었다. 빈통에 피냐 수모를 담았다. 발가락은 시리고 발뒤꿈치는 뜨겁다.
공립 알베르게 침대는 8개인데 남 3, 여 1로 끝날 것 같다. 올 사람도 없지만 오더라도 경로상 사설로 갈 확률이 높다.
라디에이터 위에 놓아둔 때수건이 바짝 말랐는데 바깥에 널은 양말은 축축해서 가지고 들어왔다. 오히려 실내가 더 따뜻했다. 수건과 스카프도 침대에 널었다.
15시 반, 모든 할 일이 끝났다. 외출했던 순례자도 모두 들어왔다.
누우니 공기가 차다. 숀이 시리지만 정리하는데 갑자기 기침이 났다. 일단 담요를 덮고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몸이 따뜻해지니 기침이 잦아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잠들었나? 17시 일어나 물을 끓이는 동안 장을 비웠다. 냉장고 속 요구르트도 먹었다. 오늘 순례자가 넣어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머리가 아프다. 와이파이가 없고, 특별히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밥을 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폰을 충전하고 정리했다. 내일 알베르게는 비싸다. 하지만 별수 없이 자야 하는데 10 침대뿐. 거기도 이곳처럼 사설이 있었으면 싶다.
Salamanca→Calzada de Valdunciel 15.7km
-Salamanca
-Aldeaseca de la Armuña 6.3km
-Castellanos de Villiquera 5.2km
-Calzada de Valdunciel 4.2km
Albergue de Peregrinos de Calzada de Valdunciel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