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27

Zamora→Montamarta

by 안녕
Miércoles, 2 de Abril


8°~20°
5시 반까지 푹 잤다. 또 장을 비웠다. 양치까지 했으니 할 일은 끝났다. '딱딱'거리는 소리가 여전히 들리는 걸 보니 스틱 소리는 아니었나 보다. 어딘가에 딱따구리라도 있는 걸까?

발이 너무 아프다. 스카프를 뒤집어쓰고 다녔더니 입 주변만 새까맣게 탔다. 선글라스가 필요할 것 같았지만, 오후에는 비가 온단다.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아서 서두르기로 했다.




6시 반, 아침부터 먹고 와야 할 것 같았다. 지하 주방에 가보니, 아침은 차려졌지만 우유는 없고 주스도 나와있지 않았다. 빵과 과일만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다 같이 먹나 싶어 기다렸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미니 빵과 미니 바나나만 먹고 바로 올라왔다.

허벅지에 생긴 상처가 갈수록 아프다. 딱지가 생겼다가도 샤워하고 나면 피가 다시 나왔다. 짐을 싸기 시작하니 다른 순례자도 짐을 챙겨서 나갔다.

오늘도 웅덩이 코스가 많아서 고속도로 질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7시 복도에서 음악소리가 요란했다. 기상송이었다. 배낭은 두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오스삐딸레로가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순례자도 배낭을 주방에 놔두고 식사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주방 옆으로 난 작은 문을 통해 나가는 거였다.

우유를 데워서 꼴라까오를 타서 마셨다. 버터빵에 마가린을 듬뿍 발라서 3개나 먹었다. 원두커피도 반 컵 마셨다. 파인애플 주스, 과일은 패스했다.

내가 과일을 사면, 어디선가 과일이 제공되었다.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어서 방으로 오니 자고 있던 두 명도 일어나서 나갔다.




현관에 가서 신발을 가져오고 배낭을 쌌다. 리셉션에 가서 기부하고, 짐을 들고 다시 주방에 갔다. 동선이 참, 어지럽다.

존므앙 오스삐딸레로가 나를 보더니 식사하라고 한다. 먹었다고 하니, 배웅해 주겠단다. 그러면서 필그림 허그 하잔다. 그냥 포옹했더니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을 맞대어야 한단다. 맞는 거지?




7시 50분, 출발했다. 사모라 시내를 빠져나오는데 은근히 힘들었다. 그리고 도시를 빠져나오기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길은 평탄했지만 열기가 느껴졌다. 아침에는 추위가 없더니 해가 뜨자 바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겉옷을 걸치고 출발했다. 하지만 어제와 달랐다.

길에서 죽은 고양이 사체를 봤다. 그리고 쥐 사체를 봤다.




첫 번째 마을 Roales del Pan 표시를 잘못 보고 직진하다가 뒤늦게 되돌아오는데 뒤에서 순례자 무리가 오고 있었다.

그때 난 숲길로 난 화살표를 보고 따라 들어갔는데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뒤늦게 길을 잘못 들어선 걸 알았지만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한참 후에 되돌아왔다.

6.8km에서 이미 지쳤다. 마을을 벗어나며 오줌이 마려웠고 사각지대를 찾아서 볼일을 봤다.

걸어가면서 정리하는데 차량이 오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차가 뒤에 서있었다. 그냥 걸어갔더니 차가 다가와서 창문을 내리고 까미노 중이냐며 말을 건넨다. 다리 아프니까 태워달라고 하니 그냥 걸어가란다.

그리고 직진 또 직진. 저 멀리 갈리시아행 고속기차가 지나가는 다리가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6km 걸린다는 건 몰랐다.

주저앉고 싶은데 비소식에 힘을 내어 이를 악물고 걸어갔다.




어제 사모라 초입에서 보았던 동양인+서양인 커플이 다가왔다. 파독 간호사라며 독일인 남편과 걷는 중이란다.

어디선가 19살 한국인 학생이 걷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니죠? 그런다. 당연히 전, 아니에요!

남편이 코를 골아서 호스텔에서 잔단다. 한국말로 한참을 떠들었다.

50분간 얘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아베 다리 아래에 도착했는데 6.3km 남았다. 그들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힘들었는데, 그들이 먼저 가겠다고 해서 헤어졌다.




13시 20분 그제야 한숨을 돌리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마음이 급해졌다.

이를 악물고 거의 전속력으로 걸은 것 같았다. 먹구름이 한가득이라 불안했다.

터질 것 같은 발의 통증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비를 맞으면 더 힘들어진다.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알베르게로 가기 위해 굴다리를 지나가야 하는데 또 물길이다..

깨끗한 물이 아니라 그냥 신발을 신고 얕은 곳으로 건넜지만 물이 새어들었다.




다시 언덕을 올라 15시 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2층 침대 10개가 즐비한 큰 공간이라 추웠다. 짐을 푸는데 오스삐딸레로가 바로 와서 체크인했다.

시트가 없는 줄 알았는데 한 여성순례자가 시트를 가져다주었다.

일단 씻었다. 오늘 땀을 흘려서인지 온몸이 가려웠다. 등의 각질을 밀었다.

양치하고 침대로 가서 시트를 씌우는데 침대에 비해 너무 작았다.

거실 소파에서 충전하는 동안 짐을 정리했다. 미니사과 2알을 먹고 머핀 하나를 먹었는데 역시 음료가 필요했다. 커피를 그대로 가지고 올 것을 그랬다.




냉동실에 넣어둔 얼음잔을 가지러 가면서 스마트폰 챙겨 오려고 했는데 아직 80% 저속 케이블이 원망스러웠다.

할아버지들 사이에 끼어 앉아서 정리했다. 발이 너무 아프다. 자꾸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신경 쓰였다. 다들 외출하고 나서 보니 인덕션이 켜져 있었다. 0.02유로를 주웠다.

아침에 과식했는지 또다시 장을 비웠다. 물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데웠다. 믹스커피를 마시는데 맛이 없다.

미니 빵을 먹었다. 이제는 블랙커피가 나았다. 어제는 알베르게 블랙커피를 마시고 믹스커피는 아낄 것을 그랬다.

남은 커피를 지퍼백에 넣었는데 쏟아져서 남은 가루를 탈탈 털었다. 오늘은 커피조차 미지근해서 맛이 없었다.

식은 물에 하얀 무언가가 가라앉아있다. 그래서 맛이 없나 보다. 식은 커피에 물을 추가해서 통에 담고 다시 물을 끓여서 물만 담았다.




누군가는 세탁기를 돌리고 누군가는 안주를 만들어서 와인을 마셨다. 하지만 나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누워있어도 발이 아팠다.

내일은 기부제 알베르게인데 만찬코스 알베르게란다. 사과를 사지 않아도 되었다. 오늘 먹거리만 준비하면 되었을 일이다.

냉장고에 마요네즈가 있어서 사과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까 했는데 움직이기 힘들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당연히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모두 내일 Granja de Moreruela까지 갈 거란다.

와이파이가 되면 남은 알베르게를 모두 체크하기로 했다. 미리 체크하지 못한 알베르게가 있어서 10일에 도착할지도 모르겠다. 또 장이 부대낀다.

아저씨들은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목소리가 커졌다. 저러다 싸움이라도 날까 봐 겁이 난다.




Zamora→Montamarta 19.2km
-Zamora
-Roales del Pan 6.8km
-Montamarta 12.4km

Albergue de Peregrinos de Montamarta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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