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29

en Fontanillas de Castro

by 안녕
Viernes, 4 de Abril


10°~16°
추워서 깼다. 라디에이터가 있어도 담요는 챙겼어야 했다. 날씨가 따뜻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오니 다시 쌀쌀해졌다. 그런데 땀이 나고 있었다. 열이 나는 거였다.

6시 반, 양치하고 주방에 가서 생수병에 주스를 채워왔다. 메일을 보내기 전에, 버스 티켓을 다시 체크하니 마드리드행 10:45 ~ 14:15 알사버스 매진이다. 망했다. 이제 남은 건 야간버스뿐이다.

아니면 Benavente에서 출발하는 Monbus (19.42€ + 3.0€) 03:00 ~ 06:55 / 15:15 ~ 18:35

생소한 버스인데 오미오앱에선 서비스요금이 추가되었다.




7시 모두 일어나서 준비한다. 나도 짐을 정리하고 시트를 걷어서 수거함에 넣었다.

하루 더 머물겠다는 말은 이제 꺼낼 생각도 없었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항상 먼저 안된다고 말했던 알베르게 오스삐딸레로스였다.

아침식사를 하러 주방에 갔다. 버터 바른 토스트 한 조각을 먹고 원두커피에 레체를 섞어서 마셨다. 굶게 될 거란 걸 알면서도 아침에는 많이 먹을 수 없었다.




앙헬라가 어떻냐고 묻더니, 하루 더 있어도 된다고 했다.

이 길에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도나띠보 알베르게라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앞뒤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무조건 고맙다고 했다.

그제야 마음 놓고 토스트를 하나 더 먹고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시리얼을 먹었다. 이제 배가 부르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8시 반, 독일인 순례자 3명이 떠나고 스페인 자전거 순례자도 떠났다.




나에게 종일 침대에만 있으란다. 행복한 시간이다. 식탁에 생수병을 두고 온 줄도 몰랐는데 앙헬라가 물을 채워서 가져다주었다. 진통제를 먹었다.

쉬는데도 발이 점점 더 아프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소리 외에는 사방이 고요했다.

11시 40분 앙헬라가 아이스팩을 침대에 가져다주었는데 그러다가 침대에 머리를 찧고 말았다. 미안했다.

진통 효과가 있는 시어버터를 바르면 나아질 거라며 주고 갔다. 열심히 마사지했다.

청소 후에 토마토 사러 갈 거라며 혼자 있으란다. 청소가 이어지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외진 곳에 있는 알베르게였지만 순례자는 꾸준히 있는 모양이다.

마드리드에 일찍 갈까 했지만 숙소를 찾지 못했다. 알사버스 오후 좌석마저 매진되었다. 왠지 불안했다. 새벽 좌석이라도 미리 끓어야 할까?

무제한 탑승 티켓이 65유로, 솔깃했지만 두 번만 사용할 거라 나와는 맞지 않았다. 걸을 때는 좋을 것 같았다.




앙헬라가 와서 지금 커피 마실 거냐, 아니면 다녀올까?라고 하는데 같이 가자는 얘긴가 싶어, 일단 주방으로 따라갔다.

맛있는 카페콘레체를 마셨다. 그들은 준비가 끝난 것 같아 서둘러 마셨는데, 금방 다녀올 테니 쉬면서 기다리고 있으란다.

음성지원 번역기가 필요해서 어플을 설치했지만 광고만 나오고 구글 설정을 변경하라는 경고에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결국 삭제해 버렸다.

그런데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 번역기를 무심코 눌렀는데 갑자기 스페인어 음성출력이 된다.

오랜만에 한국 뉴스를 검색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파면되었단다.




13시 반, 그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14시 점심을 먹었다.

빵, 토마토 올리브오일 스파게티, 닭고기 볶음, 피망볶음이 조화로웠다. 정신없이 먹었다. 후식은 딸기, 생크림 듬뿍 뿌려서 먹으니 정말 배불렀다.

발이 아픈데 산티아고까지 갈 수 있겠냐고 해서, 이제 곧 마드리드에 쉬러 갈 거라고 했다.

알사버스 타러 간다니까, 내일 사모라에 태워다 주겠단다. 하지만 조금씩 걸어서 아스또르가까지는 걸어서 가겠다고 했다.




15시 침대로 왔다. 사람들이 오기 전에 샤워해야 했다.

발이 더 부었다. 쉬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불길하다. 압박붕대를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빗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종일 비가 오려나 보다. 쉬게 해 주셔서 기부금을 많이 내야 하는데 싶다.

Benavente 알베르게가 여전히 불안했다. 오픈하지 않았으면 다음 마을로 가야 했다. 낮에 체크해 달라고 할 것을 그랬다.

베나벤테 알베르게에 메일을 보내려고 보니, 금요일 오후라 의미가 없었다. 그냥 가자. 가서 문이 닫혔으면 다음 마을로 가고, 남는 하루는 라 바네사에서 버티자. 다시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17시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내일은 10km 가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길이 불안했다. 국도는 9km 까미노는 10km 고민된다.

장을 비우고 왔는데도 배가 부르다. 순례자는 나 혼자라 저녁은 건너뛰고 싶은데 얘기하려고 보니 아무도 없다.

숙소는 마당 건너편 같아서 문소리가 들리면 가보기로 했다. 음식 준비하기 전에 얘기해야 해서 바짝 긴장하며 기다렸다.




19시 드디어 Paco가 나와서 얘기했다.

Comí mucho en el almuerzo, así que no tengo hambre. Me voy a dormir temprano sin cenar.

알겠단다. 나는 침대로 와서 담요를 펴고 자려고 누웠다. 하지만 얘기를 전해 들은 앙헬라가 방으로 왔다.

바르에 가서 보카디요 먹을 거란다. 마을 나들이라는데 마다할 수가 없었다.

내일 사모라에 장 보러 간단다. 태워주겠다지만 나는 반대 방향이다.

계속 걸을 거라고 하니, 이 발 상태로 아스또르가까지 못 갈 거라고 주의를 준다.

그래서 나의 일정을 얘기했다.




나는 지난 1월에 협회에 오스삐딸레라 지원서를 보냈다.

두 번째 까미노 때 도움을 받은 아스또르가 알베르게의 알프레도에게, 다음에 자원봉사 하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그곳에는 자원봉사자 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리가 찼다는 답변이 이어졌고,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까미노는 오스삐딸레라를 위한 여정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은의 길! 이 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은의 길의 종착지가 Astorga이기 때문이다.

5/1~5/15 오스삐딸레라 확정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4월 말까지 Astorga에 가기 위해, 3월의 까미노를 시작한 셈이다.

2주간 자원봉사 하고 나면, 다시 Granja de Moreruela로 와서 Camino Sanabrés를 통해 산티아고에 가는 것이 나의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이어진 발의 통증으로 Camino Sanabrés 는 힘들어졌다. 하루 30km 넘는 일정을 걷지 못해 버스로 점프하다 보니 일정이 많이 앞당겨진 상태였다.

거의 3주가 비어버린 상태라 협회에 메일을 보냈고, 마침 4월 10일에 오픈하는 마드리드 알베르게에서 먼저 자원봉사 하기로 했다.

나는 오스삐딸레라가 처음인데, 알베르게 역시 처음 생긴 곳이니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앙헬라는 오스삐딸레라가 되기 위해 왔다는 말에, 나를 반겼다.

지금은 하루에 10km가 나의 한계치였다. 그것을 잘 아는 앙헬라가 10km 넘는 곳은 어떡할 거냐고 묻는다. 게다가 문제의 베나벤테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단다.

그럼에도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걷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일은 10km도 무리라서 3.4km 거리의 Riego del Camino 까지만 걷기로 변경했다.




동네 할아버지 마놀로가 오셨다. 다 같이 차를 타고 출발하려는데 고양이 노아가 차 아래에 숨어들었다. 차문이 열리자 차 안으로 들어와서 지나가는 길에 담장 위에 올려놓고 출발했다.

San Cebrian de Castro 마을을 지나 Piedrahita de Castro 마을의 Ayuntamiento 1층 Bar에 도착했다.

시청과 바르의 결합? 나는 보카디요를 먹었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먹으니 또 먹어졌다. 너무 맛있다.




내일은 Riego del Camino로 간다니까 알베르게 전화번호를 주며 통화해 보란다. 거리가 짧아서 오전에 도착할 건데, 알베르게는 오후에 문을 여는데 그때까지 어떡할 거냐는 얘기였다.

결국 앙헬라가 연락했고 9시에 출발하면 11시쯤 도착할 거라고, 리에고 알베르게 오스삐딸레로에게 전달해 주었다.




예전에 머물고 간 일본인 순례자가 산티아고에 도착했다는 사진을 앙헬라에게 보내왔다.

나는 산티아고에서 찍은 사진이 없다고 하니까 전부 놀라며, 앙헬라가 셀카를 찍자며 옆으로 왔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비친 내 모습이 악마 같았다. 어쩌면 저렇게 못생겨질 수가 있을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폰을 멀찍이 떼려고 하니 턱 아래에서 그냥 찍어버렸다. 포기했다. 내 얼굴은 햇볕에 탄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잠시 그들만의 대화가 이어졌고, 흡연구역에 가서 담배를 피우고 오는 동안, 나는 혼자 바르에 있었다.




21시 돌아오는데 어두워진 길에서 토끼 한 마리가 우리 차에 로드킬 당할뻔했다. 마을에 도착해서 할아버지 먼저 내려드리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노아가 나와있었다.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앙헬라가 시어버터와 아이스팩을 챙겨준다. 양치하고 오면서 담요 두장을 갖고 와서 발을 받쳤다.

떠나기 싫다.




Fontanillas de Castro
Albergue de Peregrinos de Castrotorafe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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