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40

Hospitalera en Madrid

by 안녕
Martes, 15 de Abril


6°~10°
4시 반 화장실에 다녀왔다. 6시 도어 이중잠금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고 6시 반, 일어나서 샤워했다.

청소를 하려다가 순례자가 있어서 놔두었다. 한밤중에 체크인한 순례자가 배낭을 꺼내서 정리하고 있었다.

7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주방으로 왔다. 차를 권하니 카모마일을 마셨다.

지금 독일에 살고 있는데 알베르게 자리를 알아보고 있단다. 지난주에 마드리드 길을 걸었고 오늘은 레온으로 가서 실바도르 길을 걸을 거란다.

7시 반이 되어도 디에고는 오지 않았고 8시 다 되어서 왔다. 출근 도장을 찍고 나서 커피를 마시며 순례자와 얘기했다.

대화를 마친 순례자는 레온으로 떠났고 다른 순례자는 생장으로 떠났다.




디에고가 전기장판을 가져다주었다. 어제 하루 종일 앉아있어 보니 너무 추웠단다. 이제 추워서 깨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코는 시리다.

9시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디에고가 순례자 화장실 청소가 간단히 끝났다면서 입구 쪽 화장실로 왔다.

시범을 보여주는데 내가 하는 청소 방식이 잘못된 거였다. 세제를 푼 물에 브러시를 적셔서 바닥을 청소하고 오로지 그 물기를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디에고가 거의 다 해서 나는 휴지통을 비우고 청소기를 돌렸다. 그마저도 주방만 하라고 했다. 리셉션은 나중에 직접 하겠다고 해서 주방과 숙소만 청소했다.




발에 약을 바르는데 뭔가 이상했다. 오른쪽 발에 이상한 얼룩이 생겼다. 염증이 생겼나 싶어 불안했다. 제발 나아주라.

어느덧 10시다. 오늘은 더 춥다. 유리창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아침에는 괜찮았는데 창을 여는 순간부터 추워졌다.

오늘은 예약자가 없었지만 환불해 갔던 순례자가 다시 온단다. 내일도 모레도 예약자가 없다.

유로 환율이 미쳤다. 1600원대가 넘어섰다. 망했다. 환율은 오르고 이율은 떨어진다.

배가 아프다. 생각해 보니 이동할 때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화장실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불 꺼진 버스 터미널에서 만약 마법에 걸렸더라면 무슨 사고가 있었을지 모른다.



10시 반 디에고가 예쁘고 맛있는 머핀을 사 왔다. 커피와 함께 먹었다.

오늘은 정말 추운 날씨다. 광장에 사람이 없다. 11월의 마드리드 같았다. 담요를 깔고 소파에 앉았다. 3인용은 자꾸 꺼져서 1인용 소파에 않을까 고민 중이다.

미셀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뜬금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손자를 만나러 가는데 손자의 할머니도 온단다. 즉 아내가 있다는 말이고 함께 살지 않는다는 말이다. 별거인지 이혼인지 모르겠지만,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째 대화가 산으로 가는 것 같아서 불편해졌다. 이방인을 만나는 것도 한때는 로망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런 매력이 없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여권 사진을 찍으면서 그걸 인정하고 말았다. 한 살 차이로 40대와 50대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새삼 실감하고 말았다.

나는 그저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나를 찾겠다는 거창한 포부 같은 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에 왜 왔을까 수십 번도 더 고민하는 것 같다.




디에고가 리셉션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했다. 사장님 눈치 보는 직원이라니까 자신은 사장이 아니라고 펄쩍 뛴다.

아침으로 만들어 둔 보카디요를 먹을까 고민하는데 디에고가 나간다.

식사하고 오겠거니 했더니 14시 디에고가 들어오더니 중국음식을 배달시켰다고 같이 먹자고 했다.

일부러 챙겨주시려는 것 같았다. 그냥 라면도 잘 먹는다고 할 것을 그랬다.

덮밥, 깐풍기, 볶음밥 그리고 초밥이 왔다. 오늘 직원 복지가 너무 좋은 것 아니냐니까 웃는다. 혼자라면 하루 종일 먹을 양이다. 둘이서 다 못 먹었다.

억지로 먹을 것 같아서 남은 건 저녁으로 먹겠다고 했다.

치즈가 실온에 너무 방치되고 있어서 빨리 먹어야 하는데 맛있는 것을 자꾸 사주니 어쩌지 못했다.




14시 40분 순례자가 체크인했다. 화장실에 있어서 얼굴은 보지 못했다. 조용한 하루가 이어졌다.

내가 걸었던 시기에 그 길을 걸은 이의 후기를 읽었는데 내가 걸은 뒤로 걸었으니 마주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식사권 얘기가 있었다. 예전에는 파라도르에서 선착순 식사제공이었지만 2017년에는 순례자 사무실에서 인증서 받는 선착순 10명에게 식사권을 주었단다.

그래서 그녀는 도착한 당일이 아닌 다음날 오픈런을 해서 받아냈다. 나는 왜 그런 정보를 몰랐던 걸까?

첫 번째는 몰랐고 두 번째는 변경된 내용을 몰랐다. 하루 30유로를 지출하면서 41일을 여행했던 그녀에겐 맛없는 점심이었다.




그녀는 예뻤다. 그래서 인기가 많았다. "우린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사이예요. 당장 지금부터 따로 걸을 수 있고 내일은 영원히 못 볼 수도 있어요."

세계인은 다 똑같았다. 잘 생긴 것에는 국경이 없다. 내 눈에 예쁘면 남들 눈에도 예쁘게 보이는 거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도 그 사람을 의심하며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 참에 프랑스인이랑 연애나 해버려? 싶은 마음도 들었다.




디에고가 17시 30분 퇴근했다. 저녁을 먹었다. 순례자도 나간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것 같았다. 오늘은 인사도 없다.

밖에서 공놀이가 한창인데 자꾸 창문을 맞추는 기분이다. 쇠창살에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재활용 버리러 나갔는데 똥밭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공에 맞으면 아픈 것보다 찝찝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는데 아이가 찬 공에 맞을 뻔했다.

그런데 아이엄마도 내쪽으로 공을 찼다. 마치 사람 맞추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확인차 뒤돌아보니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그들은 나의 반응이 재미있다며 신나서 웃고 있었다.




문을 닫고 들어왔다. 3인용 소파는 푹 꺼져서 1인용 소파에 앉았는데 너무 안쪽이다. 하지만 위치는 바꿀 수 없으니 티테이블을 다시 안쪽으로 옮겼다.

침낭 위에 누웠는데 담요 한 장으로는 무릎이 시리다. 전기장판을 시험 삼아 켰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따뜻하지 않아서 2단계로 올렸다.

하지만 내가 누운 곳만 따뜻했다. 이상했다. 3단계도 마찬가지였다. 고장 난 모양이다. 애써 들고 왔는데 되려 미안했다.




피곤했지만 순례자가 들어와야 마음 놓고 잘 수 있어서 기다렸다.

19시 40분 돌아왔다. 초인종을 두 번 누르는 건 여전했다.

저녁을 만들어 먹겠거니 싶어서 자려고 누웠더니 30분 후, 밥 먹으러 나간단다. 금방 들어오겠다는데, 몇 시까지 오면 되냐고 해서 22:30 이라니까 빨리 오겠단다. 늦는다는 말이겠지.




일기 백업이 한계라 그냥 바로 입력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다 또 어그러지면 안 되는데 싶다.

오늘은 외출할 일이 없어서 무릎보호대를 하지 않았는데 낮부터 무릎이 시큰거렸다. 속도 안 좋다. 음식이 그대로 느껴졌다. 소화를 시키지 못할 것 같아서 토해내야 하나 싶다.

데카트론에나 다녀올까, 하고 보니 나는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22시 순례자가 돌아왔다. 장판은 따뜻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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