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42

Hospitalera en Madrid

by 안녕
Jueves, 17 de Abril


6°~16°
두 시간마다 깼다. 추워서 깼다. 침낭 위에 덮은 담요가 또 떨어졌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만큼 추운 날씨였고 전기장판은 또 죽었다. 온도를 올려보았지만 식어가고 있었다. 다시 켜지지 않았다.

4시 반 결국 일어났다. 너무 일찍 잔 탓이었다. 어제는 너무 피곤했다. 잘 먹었다. 협회의 답은 없었다. 아마도 오늘 와서 디에고의 의견을 듣고 답하려나 보다.

5시쯤 갑자기 전기장판이 작동되었다. 6시 잠금이 해제되면서 일어날까 말까 갈등하는데 순례자가 담배 피우러 나갔다 오더니 주방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어두워도 쓰레기통을 가지러 나가자니 바깥은 똥밭이고, 씻으러 가자니 순례자가 입구에 앉아있다.

6시 반, 일단 나갔다. 바깥은 가로수 덕분에 환했다. 쓰레기통은 맞은편에 있었는데 오늘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제자리에 두고 씻으러 가니 그사이 방으로 돌아갔는지 아무도 없다. 어제 장애인 화장실에서 샤워했는지 바닥에 걸레 보푸라기가 잔뜩 있었다.

장을 비우고 샤워했다. 알베르게 수건도 잘 마르지 않아서 그냥 내 수건을 빨아서 썼다. 데님팬츠를 입으면 배가 불편했지만 기모 레깅스를 껴입었다.




아침을 준비했다. 달걀 프라이, 베이컨, 토스트, 빠따따스, 치즈, 딸기 요구르트, 나랑하 그리고 커피. 오늘은 진수성찬이다.

주방이 어수선해서 냅킨 담은 박스에 간식을 정리했다. 전자레인지용 커버에 오렌지를 담았다. 배가 너무 부르다.

내 이름을 물었던 미셀에게 뒤늦은 답을 보냈다. 메시지를 정리하는데 온라인 상태가 되더니 한국 이름은 발음이 어렵다고 세례명으로 부르겠단다. 거봐.




9시가 되어도 순례자가 체크아웃하지 않아서, 퇴실시간을 다시 얘기하니 그제야 샤워하러 갔다.

문을 열어두고 표지판을 세워두었다. 순례자는 20분쯤 체크아웃했다. 문을 닫고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도미토리룸 화장실에 문제가 생겼다. 청소하러 갔을 때 세면대 한쪽은 물이 나오지 않았고 한쪽은 멈추질 않았는데 지금은 샤워기에서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물을 버리기 위해 표지판을 세우고 문을 열어두었다. 나머지 물통을 들고나가서 문 앞 비둘기 똥을 청소했다.

그런데 시선이 느껴지더니 누군가 보였다. 문을 닫고 들어오는데 순례자였다. 연박을 하고는 있지만 마드리드에서 딱히 할 일은 없단다.




11시가 넘었지만 조용하다. 그때 초인종이 울려서 나가는데, 동시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낯익은데 누구? 후안이다. 여인과 함께 왔다. 당황해서 인사도 못하고 꾸벅.

그러는 와중에 초인종이 울렸다. 캐나다 부부가 왔다.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리게 하려다 끄레덴시알을 발급하고, 시트 구입하고 결제까지 마쳐서 그냥 체크인했다.

침대 배정 후에 순례자 2명이 들어왔는데 영어를 하니 캐나다 부인과 후안이 동시에 집중했다. 그냥 세요 찍으러 왔단다.




12시 넘어서 디에고가 왔다. 전기주전자를 가져왔지만 물이 새는 것 같다고 새로 주문했단다. 그때까지 쓰라는데 라면포트를 써도 될 것 같았다.

커피를 챙겨드리고 후안에게 물어보니 후안은 또르띠야가 있어야 커피를 마신다고 거절했다.

로사 아주머니가 왔다. 가는 듯싶어서 나갔으나 그들은 서서 한참 얘기를 한다. 다시 들어와서 아스따 루에고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모두 사라졌다.

다들 점심 먹으러 간 것 같아서 나도 베이컨&치즈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배부르다.

내일 아침에 먹으면 식재료가 끝나지만 냉장고가 없으니 사 올 수도 없었다. 그나마 올리브오일이 있으니 고기는 구울 수 있었다. 근데 먹을 수나 있을까?

후안은 사라졌고, 아니타는 답이 없다. 금방 회신 줄 수 있는 상황인데 시간을 끄니깐 다른 대비를 해야 하나 싶다.

나에게 2안은 무얼까? 보르도? 이런 결말이면 다음번은 없을지도 모른다. 언제나처럼. 그냥 내가 억지로 떠났을 뿐이고 그래서 매번 사고가 있었다.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캐나다 부인이 춥다고 해서 담요를 꺼내주었다. 산책 나간다고 문을 열어놓고 나갔는데 순례자가 들어왔다. 날씨가 모처럼 좋았다.

15시 반, 산책을 갔다. 까미노 표지석을 찾아 골목 끝까지 가봤다. 큰길에 까르푸, 디아가 나란히 있었다. 어찌 보면 가장 가깝지 않나 싶다.

16시쯤 다들 돌아왔는데 맥주를 마시고 왔단다.

누군가 와서 촬영을 하길래 공사 관련 업체에서 측량하는 줄 알았는데 방송국에서 나온 거란다. 순례자 한 명이 대표로 영상도 찍었다.




후안을 비롯해서 수도원 성당 구경 간다고 디에고가 같이 갔다 오란다.

18시 5분 급히 따라갔는데 미사 중이다. 다들 그대로 나가버렸고, 나는 그냥 미사에 참여했다.

미사인 줄 모르고 급히 온 탓에 복장불량이다. 왼쪽발은 맨발에 크록스를 신었고 오른쪽 발은 붕대를 감고 양말을 신었다. 그래서 양말을 벗어서 왼쪽발에 신었다.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성목요일 미사라 한 시간짜리였다. 수녀님들도 계셨다. 수녀님과 같이 왔던 남자들도 보였다. 미사헌금.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성당 구경 잘하고 왔냐고 묻는다. 후안은 들리지 않고 그냥 가버렸던 모양이다.




디에고가 캐나다 부부를 주방으로 데리고 왔다. 그들은 까미노에서 먹을 간식을 잔뜩 가지고 왔다. 무겁다고 꺼내놓은 간식을 얻어먹었다.

연박 순례자까지 주방에 모였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더니 까미노 선배 어쩌고 하면서 자꾸 얘기하란다. 그래놓고 내가 이야기하면 말을 끊고 본인 이야기를 했다.

캐나다 부인이 까미노는 어떻게 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해서 또 얘기하는데 순례자가 끼어들었다. 캐나다 부인도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닌 것 같아서 조용히 있었다.

그냥 다들 하고 싶은 얘기 하다가 거의 파장 분위기였다. 20시 반, 한국인 부부가 체크인했다. 입국한 건 줄 알았는데 까미노 마치고 오는 길이란다. 그런데 남편의 목소리가 크고 오디오가 비지 않는다. 그들의 대화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디에고가 휴지통을 비워야 한대서 다 수거했더니 얼마 되지 않았다. 어제 비웠었냐며 오늘은 그냥 두란다.




22시 디에고가 퇴근하고 나는 자러 들어왔다.

하지만 주방은 파장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내일 새벽에 출발하는 캐나다 부부가 그만 일어나자고 해서 다들 방으로 돌아갔다.

주방 불을 끄려는 찰나 한국인 부부가 다시 돌아왔다. 까미노 내내 밥을 지어먹었다더니, 이 늦은 시간에 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한다.

22시 30분, 소등이라고 얘기하니 알았단다. 30분에 주방 불은 끄고 갔지만 끓는 것이 멈출리는 없었다. 라면포트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는지 보글보글 소리가 한참 들리더니 라면포트채로 들고 갔다.

도어록은 2250 잠겼고 조명은 2313 꺼졌다. 윤태일 저자,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Vía de la Plata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