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pitalera en Madrid
Viernes, 25 de Abril
13°~24°
간신히 잠들었다. 누군가 주방에 들어와서 물을 끓인다. 일찍 나가는 순례자가 있나 보다. 4시 반이라 누구지 싶어 보니 호주에서 온 한국인이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나의 등장에 놀라셨는지 사라졌다. 시차 때문에 일찍 일어난 것 같았다.
갑자기 프랑스 보르도가 생각났다. 이번에 갔어야 했을까? 나이가 많다고 하는 걸 보니 70대일까? 설마! 외국인들 나이는 정말 모르겠다.
다시 잠들었다. 누군가 주방에서 또 물을 끓인다. 6시 반이다.
주방에 나가보니 아무도 없다. 주방을 편하게 쓰라고 하려고 했는데 누군가 화장실 이용 중이다.
양치하고 다시 나갔는데 아르헨티나 순례자가 도미토리룸에 서있는 게 보였다. 화장실에 갔는데 다른 순례자가 화장실에 있었다.
들어왔더니 둘 다 주방에 들어온다. 매너와 배려가 전혀 없는 순례자.
아무도 없어서 화장실에 갔다. 장을 비우려는데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두 다 이쪽 화장실을 사용했다.
지금은 도미토리룸 화장실 온수가 정상 작동 중이지만, 며칠 전부터 사용했으니 익숙함 때문 같았다. 오늘 나가면 조용해지겠지.
은근한 스트레스. 누군가 말한 소명 의식이란 것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저 머물 곳이 필요해서 이곳에 와서 봉사자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젯밤에는 자정까지 누군가를 챙겨야 했고 오늘은 새벽 4시 반에 주방을 쓰는 사람으로 인해 일어났다.
그들은 내가 시에스따 시간에 쉰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곳의 시에스따 시간은 체크인 시간이다. 체크인 시간 전까지 공식적으로 쉬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7시 반이다. 덴마크인만 남아서 딱딱한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신기했다.
초인종이 울렸다. 호주 한국인이 나갔던 모양이다. 잠이 오지 않아서 나갔다 오셨단다.
그리고 옆방에서 김유빈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가보니 충전 중이라 주방에 와서 충전하라고 했다. 나도 그 학생이 궁금했지만 김유빈은 오지 않았고, 아저씨만 주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까미노는 처음이고, 아내는 허리가 아파서 같이 못 왔단다. 아들이 5년 전에 사망했는데 같이 걷고 싶으셨단다. 그러면서 눈물을 보이셨다.
각자의 사연으로 이곳에 오지만 걷다 보면 새로운 까미노 이야기가 생긴다.
미소된장, 미역, 김을 나누어 주었다. 아스또르가에 가서는 밥 먹자.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김유빈은 내일 귀국하는데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 호텔에서 잘 거라며 체크아웃했다. 결코 인출 수수료 따위에 굴하는 성격은 아닌 듯싶다. 호텔이 멀어서 배낭은 가지고 가겠단다.
어젯밤에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하니, 자기가 체스 선수인데 21시 반까지 체스 광장에서 놀다가 저녁을 먹고 오느라 늦었단다.
폰타니야스 알베르게에서 체스 잘하는 한국인이라고 했다니까 놀란다.
"아주 유명하다니까요, 내가 알 정도니까!"라고 말했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떠났다.
호주 한국인도 나갔다. 혹시나 하고 체스, 김유빈으로 검색했는데 몇 년 전 유퀴즈에 나왔던 18세 여자 김유빈이 떴다.
청소를 시작했다. 초인종이 울렸다. 업체 직원이 왔다. 오전에 있을 거냐고 물어서 디에고에게 연락하려는데 내가 13시까지 있으면 된단다.
다시 청소하는데 또 초인종이 울렸다. 관광객 같아 보였는데 질문이 많았다. 여기는 순례자들이 자는 곳이라고 하니 알고 있단다. 그러면서 자기 sns를 보여준다.
'이걸 왜 보여주냐고? 난 지금 바쁘다고.'
그러자 알베르게 전화번호를 달래서, 없다고 했다. 예약할 거냐고 하니, 내 번호 말고 알베르게 전화번호를 달란다. 내 번호를 왜 주겠니?
번호가 없다고 다시 말하니, 그럼 사람들은 어떻게 예약하냐고 묻는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예약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요즘 누가 호스텔에 전화로 예약하니?
이해할 생각도,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돌아갈 생각도 없어 보였다. 알베르게 책임자와 통화를 원하냐고 하니 그렇단다.
그래서 결국 또 디에고와 연결해 주었다. 하지만 별거 아니란다. 다음에 순례 오면, 이용하겠다가 전부였다.
간신히 청소를 끝내고 물기가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발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 있는데 또 초인종이 울렸다.
오늘은 진짜! 청소가 끝나기 전에 몇 번을 왕복했는지 모른다. 벌써 발이 부었다. 작업하러 왔나 싶어서 붕대를 감다 말고 뛰쳐나갔다.
양복을 입은 신사가 배지를 달고 카메라를 든 몇 명의 사람들과 서 있었다.
디에고와 연결해 주니 오픈식 때 왔던 사람인데 알베르게 구경하고 싶다고 한단다. 구경하고 돌아갔다.
카페꼰레체를 마시고 쉬는데 또 초인종이 울렸다. 11:15 이번에는 업체 직원이다. 드디어 주방 전등 작업이 시작되었다.
주방에는 작은 전등 하나가 있을 뿐, 식탁 위 전등은 장식용이었다. 인테리어 작가가 그렇게 디자인했단다. 그래서 저녁식사할 때 식탁은 항상 어두웠다.
실용적인 인테리어가 아니라 식탁 위 조명에 전선을 연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침내 식탁 위에도 조명이 켜졌다.
밥은 김과 함께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머리도 말릴 겸 디아에 갔다. 작은 마늘 5알이 1.99€ 전단지 챙기고 나와서 까르푸에 갔다. 우유 가격은 똑같았다. 냉동채소가 있지만 오늘은 모두 패스했다.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조미 김을 개봉했다. 물을 끓여서 개별 포장된 것을 뜯어보니 즉석 미역국이다. 참기름도 있었다.
컵에 미역 블록을 넣고 뜨거운 물을 넣어서 불렸다. 밥과 미역국 그리고 김이 있으니 한 끼 식사가 되었다. 나트륨 섭취로 오늘 식사는 끝이다.
또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었더니 단체로 서있었다. 노 에스파뇰 했더니 한 명이 자기네는 잉글리시 한다고.
노 잉글리시 했으나 세요만 찍겠다고 해서 들어오라고 했더니 다들 끄레덴시알을 내밀었다. 어디서 발급받았지?
한 명이 없다고 달라고 해서 3유로라고 하니 그래도 사겠다고. 안 주면 큰일 날 분위기라.
디에고에게 지나가던 관광객이 세요 찍으러 왔는데 한 명은 끄레덴시알을 발급받았고 얘기하니 '오픈시간도 아닌데' 그래서 시간 안내문을 요청했다.
13:40 초인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예약자였다. 남자일까 여자일까 궁금했던 분이다.
디에고는 김유빈 본다고 일찍 온다고 했는데 오지 않았다.
춥고 졸렸다. 소파에서 버티다가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잠이 깼다.
다시 초인종이 울렸는데 아저씨다.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아침에 사 먹은 커피가 맛있었다며 나가서 커피를 사 오셨다.
사 오는 줄 알았으면 카페꼰레체를 요청했을 텐데 살짝 아쉬웠다. 그런데 카페가 끄레마가 풍부해서 맛있었다.
면도기를 사야 하는데 디아에는 식재료만 있더라며 편의점은 없는지 물었다. 까르푸, 디아 모두 다 있다며 입구는 작아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생활 용품이 있다고 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무언가 단절되는 느낌이 들었다. 질문이라고 생각해서 답을 하고 있으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니 답을 원하지 않는 질문인가 싶다.
아저씨도 마찬가지인지 방으로 갔고, 나도 추워서 침대로 들어왔다. 밖은 햇빛 쨍쨍한데 안은 추웠다.
그렇게 난생처음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고작 30분이 지났다. 몸이 얼어서 바깥에 나갔는데 뜨거울 뿐이다. 다시 들어왔다.
17시, 알베르게 안은 냉골이다. 다크 초콜릿을 먹었다. 17시 30분 디에고가 왔다. 커피를 드리니 이젠 자동이냐고, 고맙단다.
아저씨는 디에고 등장에 나왔지만 주방에 아무도 없으니 리셉션에서 잠깐 얘기하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퇴근 후에 오는 거라고, 여기 교민이냐고 재차 물으시곤 면도기 사려면 까르푸에 가면 되냐고 묻더니 디아에도 있냐고 확인하곤 나가셨다. 두 번씩 확인하는 건 습관일까?
들어와서 디에고에게 내일 다 같이 점심 식사 하자고 하셨다. 오늘도 권했는데 거절했다는 말은 하지 않고 미소된장 즉석 블록을 잔뜩 주셨다는 말만 했다.
요하네스 프로필이 산티아고라 도착한 줄 알았다. 너무 부러웠다. 좋겠다며 나도 가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포기하기 싫어졌다.
그런데 Bei granja de Moreruela geht's auf den Camino Sanabrés, entrang der nordlichen granze von portugal.
몇 분 전에 남긴 글을 보니 아닌 것도 같았다. 다시금 까미노 사나브레스 리스트를 보게 되었다. 절뚝거리며 가볼까? 어차피 마지막일 것 같았다. 자꾸 미련이 남아서 힘들었다.
쌀을 사서 밥을 해 먹어도 될 것 같다 싶었는데 이제 고작 나흘 남았다. 여기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국인 부부가 체크인했다. 디에고는 22:30까지 들어오면 되고 주방은 자유롭게 쓰라고 했다. 순례자들이 주방을 사용하고 있으면 나는 잘 수가 없었다.
폰타니야스 알베르게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이라고들 하지만 나에게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다시 두려운 걸까?
박지명 들어오고 한국인 부부와 외국인은 동시에 들어왔는데 호주 한국인만 아직이다. 연락을 해야 하나마나 고민하다가 22:25 룸 체크하니 다 들어오신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데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여기서 사귄 친구와 구경 다니다가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길이란다. 그런데 주방에서 씻으신다.
다들 잘 시간이라 방에 들어가기 그렇다고 했다. 다들 지금 들어와서 괜찮다고 하니, 내일 점심이 좋은지 저녁이 좋은지 묻는다. 당연히 점심이다.
그런데 자꾸 저녁을 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선택권이 없으니 디에고와 결정하라고 얘기했다.
저녁 20시에 나가서 마감시간에 들어올 수는 없었다. 오늘은 조용히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