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52

Hospitalera en Madrid

by 안녕
Domingo, 27 de Abril


9°~20°
2시, 잠이 깼다. 주말에는 광장이 시끄러웠다. 빨래는 다 말라서 라디에이터를 껐다. 화장실에 다녀왔다.

청소 차량 소리인 줄 알고 반가워 창을 열었지만 재활용 수거 차량이다. 쓰레기 수거하는 미화원 파업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부수는 소리가 들려서 창을 열었더니 또 재활용 수거 차량이다.

6시 반, 일어났다. 호주 한국인은 새벽에 체크아웃한다고 해서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하지만 주방에 불이 켜져 있는데도 혼자서 조용히 나가다가 눈이 마주쳤다. 배웅하고 이제 다시 혼자가 되었다.

청소를 바로 시작하려다가 어제 혹사한 발에 휴식을 주고 싶었다.




컴퓨터 점이 생겼을 때 친구들과 호기심으로 점을 봤다. 생일이나 별자리 등을 입력하면 나오는 내용에 따르면, 나는 변화를 싫어하고 한결같은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남들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을 나는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도 없을 때는 오로지 혼자 있어야 하는 이곳의 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또한 내가 친절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니 평생을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누군가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정의를 내려주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꼭 그래야 한다는 마음에 가끔은 스스로 가식적인 틀에 가두기도 했다.

다시 잠들었다. 8시 반이다. 샤워했다. 부러진 왼쪽 손톱도 거의 떨어져 나갔다.




청소를 끝내고 알베르게 문을 열었는데 오늘은 비둘기조차 똥을 싸지 않았다. 누군가는 비둘기똥을 맞는 꿈을 꾸었을 만큼 이곳은 비둘기가 터를 잡은 지 오래되었다.

몇백 년 지난 건물인 만큼 비둘기의 집이 된 지 아주 오래되었다. 수도원 창틀마다 비둘기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똥을 싸대느라 건물 주변은 언제나 비둘기 똥밭이 되었다.

수도원 건물 1층에 자리를 잡은 알베르게 입구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마다 문밖 입구까지 청소를 하지만 물기가 마르기도 전에 비둘기는 똥을 쌌다.

바로 앞이 광장이라 비둘기는 항상 포식을 하는데 심지어 광장 옆 공원에는 비둘기에게 밥을 주러 오는 할아버지가 자주 출몰했다.

알베르게 간판과 휘장에 비둘기가 똥칠한 지도 한참 되었다.

게다가 이곳은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그중에는 비닐봉지를 챙겨 오는 이들도 있지만 개가 똥을 싸도 치우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그들에게 개똥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으니 그걸 굳이 치우는 사람들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그들에겐 이곳에서 뭐라고 한들 비둘기 똥이나 개똥이나 같다고 우기면 그뿐이었다.

그래서 알베르게 앞에는 개똥도 있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밟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똥도 아무렇지 않게 밟고 다니는 사람들이 비둘기 똥 정도야 가볍게 밟고는 안으로 들어오곤 했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알베르게 입구에 깔판을 깔아 두었지만 똥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굳이 신발을 깨끗이 닦고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새로 깐 알베르게 돌바닥은 이물질을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재질이라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고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순례자들의 등산화는 알베르게 입구에서 벗고 각자가 들고 다니는 샌들을 신게 하지만 이곳은 마드리드 한복판이라 아직은 도미토리룸까지 신고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은 한국인들이 대부분이라 똥을 밟고 다니는 자유분방함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비둘기들이 웬일로 똥을 싸지 않아 알베르게 입구가 멀쩡했다.




오늘은 청소도 빨리 끝났다. 체크인 시간인 오후 14시까지는 이제 자유시간이다.

물론 일찍 오는 경우도 있었고 사전에 얼리 체크인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청소가 끝나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14시까지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한국인의 성향이 그러하니 디에고도 그렇고, 나 또한 순례자의 요정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 상황을 캐서린에게 얘기했더니 그녀는 격노했고, 디에고에게 공식적으로 체크인 시간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이제는 공식적인 자유시간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안해서 외출할 생각은 하지 않았고, 누군가 오면 일찍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자리를 비워서 얼리 체크인을 못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마음의 죄책감은 없을 것 같다.

발목보호대만 신고 약을 바르는데 오늘은 오른쪽 발이 한결 나았다. 하지만 왼쪽발은 발등이 아프기 시작했다.




어제의 과식으로 오늘까지 배가 부르다. 그래도 카페꼰레체를 마시고 뻥튀기를 먹고 가예따스를 먹었다. 눈앞에 무언가 있으면 멈출 수가 없었다.

와이파이가 되는 소파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하고, 개인적인 글을 쓰려면 침대에 누워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소파에 앉으면 글을 쓰고, 침대에 누우면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계속 글을 쓰고 있어서 침대에 누웠는데, 가느다란 와이파이가 접속되었는지 톡이 왔다.

오늘 점심으로 햄버거를 사 온다는 디에고. 가기 전에 왜 이렇게 직원 복리가 좋은 거지? 마음 약해지게.

내가 떠나고 나면 알베르게가 비게 된다. 화요일 오후에는 디에고 아들이 와있을 거란다. 수요일 아침에 아들이 학교 가면, 로사 아주머니가 와서 청소한단다.

1일부터는 연휴라 디에고가 맡는다. 5일에는 한국에서 지인이 온단다. 어찌어찌 8일까지 해결되었단다.

오늘은 다른 악단이 연주하면서 광장을 지나갔다.

13시 디에고가 버거킹 햄버거를 사 왔다. 13년 전, 마드리드 아토차역에서 가브리엘이 사주었던 버거킹 햄버거 이후로 처음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스페인에서 프랜차이즈 햄버거는 정말 비쌌다.

먹으면서 얘기했다. 6월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니타에 의하면 누군가 봉사하러 오기로 했는데 5월 중순에 확답을 주기로 해서 그때 가서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왜 한 명만 머물 수 있는 걸까? 두 명이 있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 후안에게 얘기해 볼 거란다.

캐서린처럼 누군가 또 펑크 내 버릴 수도 있었다. 체크인 시간까지 알베르게 문을 닫아두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힘들었다. 나 같은 집순이 한 명이 더 있어도 되는 것 아닐까? 협회에서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봉사자 한 명으로 제한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타에게 메시지가 왔다.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개인실이 있는지 물어본다. 방은 어떻게 생겼는지, 사생활이 보장되는지 사진 찍어서 보내달란다.

주방 옆에는 자원봉사자 휴게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문이 없습니다. 주방 역시 순례자들과 함께 사용합니다. 따라서 주방에 들어오는 모든 순례자들은 자원봉사자 휴게실을 들여다보거나 무단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순례자들은 소등 시간인 밤 10시 30분까지 주방을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습니다.

리셉션에서 본 주방 사진입니다. 소파가 있는 주방 옆 공간은 자원봉사자 휴게실입니다.

아, 저는 그 공간이 주방인 줄 알았어요. 정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주 유용했어요.

자원봉사자 휴게실에는 창문이 있지만 커튼이나 덧문이 없습니다. 창밖에서는 관광객들이 불이 켜진 휴게실 안을 들여다봅니다. 저는 불을 끌 수가 없습니다. 잠을 자다가 그들과 눈이 마주쳤는데 너무 놀라서 침대에 판초를 덮었습니다. 남자 순례자들이 계속해서 자원봉사자 휴게실에 들어오자 이제는 입구를 천으로 가려 놓았습니다. 후안 카를로스 2세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곧 고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디에고는 임시로 자원봉사자실 입구에 천을 쳐놓았다. 창문도 종이로 가렸다. 그는 후안에게 계속 고쳐달라고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은 순례자들과 화장실과 샤워실을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청소 후에 샤워하고 싶지만, 체크인 시간까지 샤워실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순례자들이 일어나기 전에 샤워를 합니다.

후안 회장이 5월 16일 이후 일정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협회 자원봉사자 관리는 아니타가 맡고 있는데, 당신도 잘 알잖아요. 그래서 전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요.

그럼 5월 16일 이후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는데요? 저도 자원봉사자이긴 한데 좀 실망스럽네요. 상황이 좋지 않아 보여요.

아직 그들의 계획을 몰라요. 제 일정에 대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스토르가에 가면 5월 16일 이후 제 일정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볼 생각이에요.

5월 8일까지 마드리드 알베르게에 자원봉사자가 없어서 디에고가 큰 어려움에 처했어요. 순례자가 없더라도 마드리드 알베르게에 자원봉사자가 두 명 있으면 좋을 텐데, 왜 한 명으로 제한되어 있는 거죠?

뒤늦게 아니타에게 답이 왔다. 자신은 자원봉사자일 뿐, 보스가 아니라고 했다.

대화가 통한다 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본 건데, 무언가 싸하다. 이제는 얘기하기 조심스러워졌다. 해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았다.

아니타, 앞으로도 오랫동안 자원봉사자들을 계속 지원해 주세요. 당신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잠깐 문밖에 나갔다 들어오는데 아시아인이 따라 들어왔다. 디에고 지인이었다. 디에고와 함께 나갔다.




16시 한국인 순례자가 체크인했다. 굉장히 밝은 여성이지만 호탕한 웃음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

유심을 사려고 한대서 한국인 순례자가 주고 간 유심이 생각났지만 디에고에게 물어보니 이미 5월에 오는 다른 순례자가 쓰기로 했단다. 그래서 유심 구입처를 안내했다.

예약 없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일단은 더 이상의 예약자가 없으므로 혼자 자게 될 거라고 했다.




이제 쉬려고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관광객인가 싶어 문을 여니 노인이 서있었다. 진짜 험난한 고생길을 걷고 막 도착한 것 같은 순례자 모습이었다.

스페인어를 하길래 물어보니, 자기는 순례자이며 여기에서 자고 갈 거라고 했다.

룸메이트가 생겼다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가 벨기에 순례자에게 말을 걸었다. 자기가 지금 누룽지를 먹고 있는데 같이 먹자고 했다.

그들이 대화를 할 수 있게 서둘러 체크인을 마치고, 중요 공지가 쓰인 안내문을 건넸다. 다 읽고는 자기는 필요 없단다.

하지만 이어서 영어로 질문을 하는데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번역기를 켰지만 구글도 해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노 잉글리시 했더니, 그럼 할 수 있는 언어가 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노 잉글리시? 노 에스파뇰? 노 벨지움? 노 져머니? 노 이탈리아노?" 자기가 아는 나라는 다 끄집어내면서 묻고 또 물으니 마치 조롱처럼 느껴졌다.

계속 듣다 보니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언젠가 이런 사람들에게, '그럼 너는 한국어 아니? 너는 일본어 아니? 너는 중국어 아니?'라고 응대하며 맞받아졌다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가식적인 미소를 띠며, 그냥 도미토리룸을 안내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가더니 수도원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를 따라오세요."

룸에 들어가기 전에 충전할 수 있는 곳을 먼저 안내하고 방으로 안내하니까, 신발을 벗는 시늉을 한다. 신발은 신고 들어가세요, 했더니 자기는 잘 곳이 필요하다며 두 손을 모아 머리에 대는 시늉을 했다.

내 안내를 기다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바로 도미토리룸으로 안내했다. 침대를 선택하시고 화장실은 저쪽이라며 알려주는데 자꾸 딴소리를 한다. 그래서 쉬라고 하고, 나와버렸다.

나에게도 누룽지를 같이 먹자고 했지만 방금 햄버거를 먹어서 거절했다. 벨기에 순례자가 주방으로 와서 누룽지를 먹으며 그녀와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이 사람 뭐지?




방으로 들어왔다. 커튼 한 장을 사이에 두고 그들의 대화를 같이 들어야 했다.

70대로 보였던 순례자에게 40대로 보인다고 하니 노인은 좋아했다. 그녀의 호탕한 목소리가 너무 크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서 나의 한계가 느껴졌다.

쉰다던 벨기에인은 외출했고, 한국인 순례자는 투어를 신청했다며 마드리드 관광에 나섰다. 뭐든 시원시원 하지만 그녀가 조금은 걱정되었다.




화장실에 막대 걸레를 놔두었다. 손을 닦기 위해 놔둔 노란 수건이 모두 치워져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새치가 서너가닥이나 보여서 깜짝 놀랐다. 이제는 흰머리카락이라고 해야 하나?

우울함을 글로 극복하고자 포르투갈 길 후기를 읽으며 그 길을 걸어볼까 싶었다. 역시 거기도 숙소 전쟁 중이다. 그렇다고 비수기는 이번에 겪어봐서 알지만 날씨가 문제였다.

아무리 숙소가 문제라 해도 비 오는 날의 까미노는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19:20 누군가 초인종을 마구 눌러댄다. 많이 낫긴 했지만 아직은 뛰지 못하는 나에게 시간을 좀 줘!

요란하게 벨기에인이 들어왔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멀끔한 모습이다. 롱 헤어가 짧아지고 옷차림이 단정해졌다. 바로 주방에 들어왔다. 저녁을 해 먹을 생각은 하지 말아 줘. 속으로 빌었다.

식탁 위에 있던 바나나를 보고 누가 놓고 간 거냐고 물었다. 돈 주고 산 거라고 하고 푸드 박스로 치웠다.

참 인정도 없는 사람. 이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된다.

왼쪽 발등이 너무 아프다.

한국인 순례자는 22:10 들어왔다. 주방을 정리하고 불을 끄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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